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0)_2
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치기 어린 다짐은 어느새 목표가 되었고 신념이 되었다.
그 신념이 검게 물들어 버릴 위기에 처하게 되니, 제갈명은 죽음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당장에라도 목숨을 끊을 듯한 기세인 그를 바라보며 설화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소.”
“무엇을 말이오?”
“유비가 아닌 다른 이가 찾아갔다 해도 공명 선생은 초려(草廬)를 나왔을 것이오.”
“어찌 그리 생각하시오.”
“초려는 용(龍)을 담을 그릇이 못 되니까.”
제갈공명은 초려를 벗어나 유비를 따라 나왔기 때문에 복룡(伏龍)이라 불린 것이 아니다.
그는 유비를 만나기 이전부터 복룡이라 불렸고, 이미 승천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비가 찾아가지 않았더라도 그의 이름이 역사에서 지워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오. 안 그렇소?”
일어나지 않은 일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 말은 반대로, 어떠한 식으로 예상해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으면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비가 아닌 다른 이가 제갈공명을 찾아갔다면 제갈공명은 영영 초려에서 와룡(臥龍)으로 늙어 죽었을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흑도의 수장이라고 자결을 택한다면 당신의 이름은 영영 지워지겠지.”
“….”
“흑도라 하여 모두가 비틀어진 길을 걷는 것도 아니오. 사도련은 적어도 비틀어질지언정 틀린 길을 걷지 않소.”
그러기 위해 사도련을 세운 것이니까.
흑도에 속한 이들이 혈교로 흡수되지 않도록 잡아두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결심이 굳건했던 만큼 쉬이 꺾이지 않는지 제갈명은 고심할 뿐 설화의 말에 동하지 않았다.
설화는 문득 제갈휘의 고지식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작금의 시대를 어떻게 보시오?”
“풍전등화(風前燈火). 곧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바람 앞의 촛불과 같소.”
무림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제갈휘와 같다.
확실히 살막과의 일이 있어서일까.
제갈가의 사람들은 위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난세(亂世)엔 영웅이 필요한 법이지.”
“영웅에겐 날개가 필요한 법이오.”
“날개가 되어 주시겠소?”
“거절하겠소.”
설화는 고심했다.
굳이 사도련주의 모습으로 찾아온 이유는 만리신투를 사도련의 아래에 두기 위해서였다.
제갈명이 아닌 만리신투로서 사도련을 위해 일해 주길 바라서.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나눠본 제갈명은 만리신투가 아닌 제갈명으로서 살길 바랐다.
“도둑치곤 의협심이 강하군.”
“….”
이대로 돌아 나간다면 제갈명은 분명 죽음을 택할 터.
이렇게 된 이상 설화 역시 결심을 해야만 했다.
“만일 내가 흑도의 수장이 아닌 백도의 사람이었다면 어떠했겠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결심을.
“그리하였다면 망설이지 않고 당신을 따랐을 것이오.”
“약조할 수 있소?”
제갈명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비틀었다.
설화가 쓰고 있던 가면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