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1)_2
모든 조건을 증명하였으니, 이제는 설화가 대답을 들어야 할 차례다.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제갈명의 표정이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소.”
“무엇이죠?”
“남궁세가의 성을 가진 당신이 어찌 사도련을 세운 것이오?”
백도라 하여 모두가 옳은 뜻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제갈명이 원하는 것은 결국, 출신만 백도인 자가 아닌, 올바른 정신과 기개를 가진 자였다.
“나는 당신의 손에 천하를 쥐여 줄 자신이 있소. 나를 얻으면 필시 천하를 손에 넣게 될 것이오.”
넘치는 자신감.
천하를 손에 넣게 해 준다는 말이 과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자만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설화는 보았다.
이후 20년간 만리신투의 진법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을.
‘애석하게도 이전 생에선 제갈명의 책사로서의 능력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제갈가가 건재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또한 인정할 수밖에.
‘보여 주자.’
뜻을 드러내 인재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연(奇緣)이리라.
“말씀드렸듯이 사도련은 틀린 길을 걷지 않습니다. 사도련의 존재 의의는 흩어진 흑도 세력의 힘을 한데 모으는 데에 있습니다.”
“흑도의 힘을 모아 무엇을 하려 하시오?”
“전란(戰亂)에 대비하려 합니다.”
“!”
“풍전등화라 하셨지요. 전 머지않아 불길을 꺼트릴 바람이 불어오리라 생각합니다.”
복수로 물든 잔혹한 혈풍(血風)이.
“전란의 시기엔 도적들도 의군(義軍)이 되는 법이고, 금군(禁軍)도 도적이 되는 법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제갈공명의 시대에도 그러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도 그러하지.
“사도련을 세워 흩어질 힘을 한데 모아 둔다면 의군은 아니더라도 황건적(黃巾賊_삼국 시기의 도적 떼)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설화의 말에 제갈명은 말을 잃고 말았다.
평안의 시기에 위기를 염두에 두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아는 사실이나, 그것을 실제로 대비하는 이들은 없다.
생각만 할 뿐 당장의 평안을 포기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 아이는, 남궁설화는 그 일을 실제로 해내고 있다.
이미 흑도의 연합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사도련주로서, 무영마신이라는 이름을 날리고 있지 않은가.
“….”
제갈명의 손이 잘게 떨려왔다.
제갈명이 식은 찻잔을 들어 남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래도 뛰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탁, 소리가 나게 찻잔을 내려놓은 그가 탁자를 돌아 설화의 앞에 섰다.
제갈명이 설화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만리신투의 마지막 조각이자, 제갈세가의 제갈명이 주공께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견마지로.
개와 말의 수고로움으로 충성을 바치겠다는 의미다.
이는 역시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충성을 바칠 때에 한 말.
이 말을 어찌나 하고 싶었던가.
개와 말의 수고로움을 바칠 주군을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가.
제갈명이 설화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제 고작 열여덟의 나이로, 제 조카보다도 어리다지만 제갈명은 설화를 주군으로 인정하였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데에 나이가 중요하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제 시험을 전부 통과하고 무공이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며 통찰력과 혜안을 가지고 있으니.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한 몸 바치어 반드시 천하를 주공께 바치겠나이다.”
가슴이 더없이 벅차올랐다.
제갈명은 그녀를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하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