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1화(214/319)
오싹한 전율이 흘렀다.
유백의 손이 잘게 떨렸다.
‘가늠을… 할 수 없다.’
무인의 경지를 일컬을 때 무림에서는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이들을 노화순청(炉火纯青)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노화순청(炉火纯青).
경지로서의 능숙함이 극에 달해 완전함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노화순청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겉으로 보기엔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기운을 갈무리하는 법을 깨닫기 때문이다.
하여, 경지가 낮은 이들은 간혹 초절정 이상의 고수를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기운을 다룸에 있어 능숙해지는 수준일진대.
‘설마, 이 어린 소저가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인가?’
자신과 같은 경지라고?
아무리 무림에서는 나이가 중요치 않다지만, 수련의 기간과 성취는 비례할 수밖에 없는 법.
물론 재능의 차이는 있다지만….
‘이건 재능이라기엔….’
유백의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설화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왜 그러세요?”
“…아니오.”
부럽구나.
참으로 부러워.
유백이 설화를 향해 돌아서서 포권을 취했다.
“소저.”
“네.”
“시간이 된다면 언제 한번 비무를 청해도 되겠소?”
설화의 눈이 살짝 커졌다.
화산파 장문제자의 비무 요청.
나이로도 배분으로도 한참이나 어린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세를 낮추며 비무를 요청하는 것은, 그가 설화를 진정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설화 역시 포권을 취했다.
“유운검과 검을 나눌 수 있다면 크나큰 영광일 겁니다.”
“나 역시, 영광일 것이오.”
어쩌면 이 세대를 통틀어 누구보다 강해질지도 모를 이와 검을 나누어 본다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영광이니.
“하면, 화산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이 날 때 언제든 불러 주시오.”
“네.”
다시 걸음을 옮기길 한참, 유백이 한 전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화산파의 본관 앞이었다.
그가 안내는 여기까지라는 듯 한걸음 물러섰다.
설화는 그를 향해 인사한 뒤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거라!”
화산파의 장문인, 옥매검 노운은 밝은 얼굴로 설화를 반겼다.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하며 맞아 주는 그의 환대에 설화 역시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화산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래, 그래. 네가 온다 하여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어서 앉거라, 어서.”
설화는 기다란 탁자의 오른편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노운이 화산파의 업무를 보던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의 상석에 자리했다.
“그간 잘 지냈느냐? 이리 몰라보게 자란 것을 보니, 네 조부께서 심히 기뻐할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감사합니다. 장문인께서도 그간 무탈하셨나요?”
노운이 제 팔을 들썩이며 하하, 웃었다.
“덕분에 아주 건강하게 지냈다. 요즘같이 몸이 가벼운 적도 없구나.”
4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난 종기 때문에 고생하던 노운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 혈주의 간계를 무너트리고 이리 건강하게 살아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화산의 명을 바꾼 것이 실감 났다.
“건강하셔서 다행이에요.”
“누구 덕에 얻은 것인데. 지켜야 도리가 아니겠느냐.”
노운이 인자한 미소로 허허, 웃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그간 부단히 노력한 모양이구나. 벌써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더냐?”
설화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운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무림의 홍복(洪福)이로다! 내 너의 무재를 어릴 때부터 알아보았다만, 이리 훌륭하게 자라 줄 줄은 몰랐구나. 네가 진정 이 무림의 미래다.”
“과찬이세요.”
“과찬이라니. 네 나이에 그러한 성취를 이룬 이가 없었다. 그리 겸손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
노운은 진심으로 설화의 성취를 기뻐해 주었다.
화산의 제자도 아니건만, 무림에 뛰어난 인재가 난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화산의 장문인께선 진정 무림을 사랑하시는구나.’
그 누구보다 무림의 미래를 걱정하고, 위협을 경계한다.
그것은 4년 전, 남궁무천을 통해 혈교의 존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간 우리 화산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사라진 만큼, 새로운 이들이 들어왔지.”
사라진 이들.
그것은 화산 제일검이었던 노문이자, 4년 전 그날의 일로 목숨을 달리한 제자들이자, 그날 이후 화산을 떠나간 이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엔.
그도 있다.
이전 생에는 마지막까지 화산을 지키던 남자. 그러나 이번 생에선 화산을 위해 화산을 떠나기를 선택한 남자.
유강.
“우리 화산은 새로운 목숨을 얻은 것이나 진배없으니, 힘이 닿는 한 강호의 도리를 다하려 한다.”
노운은 설화가 화산을 찾아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
방 주위로 기막이 둘렸다.
설화가 만든 것이었다.
노운이 탄탄한 기막에 놀라길 잠시, 설화가 그에게 말했다.
“4년 전, 소림사에서 화산파에 대환단을 내어 준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도 알아보려 하였지만, 알 방도가 없었다. 노문이 소림사의 방장을 만나고 온 이후 소림사에서 대환단을 내어 주겠다는 연통을 보내왔다는 것만 안다.”
노문과 소림사의 방장이 어떠한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였다.
“혹, 노백 도사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노백에게도 이미 물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더구나. 하나,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 잠시 기다리거라.”
노운은 설화를 두고 방을 나섰다.
그가 돌아온 것은 1각(1刻_15분)이 채 안 돼서였다.
노운이 돌아오고 잠시 후, 노백이 도착했다.
노백은 설화의 맞은편에 앉았다.
“화산파의 도사님을 뵙습니다.”
“그래. 나를 보자 하였다고?”
노백은 일선에서 물러난 지 4년이 되었음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기개를 보이고 있었다.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화산파와 소림사가 대환단을 거래하였던 날의 일이 궁금합니다.”
이미 전부 이야기한 바 있었던 노백은 노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노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묻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