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3화(216/319)
* * *
달려오던 이는 10장(10丈_30m) 정도 남기고 가까워졌을 무렵 설화를 발견하곤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설화는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유표 도장?’
4년 전과는 다르게 머리를 푼 그는 이전보다도 고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새벽에 비무를 나누었던 유백보다도 강한 기운이었다.
유표가 다시 걸음을 움직여 다가왔다.
“서로 아는 사이이지 않으냐? 인사 나누거라.”
유표가 먼저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에 뵙소. 남궁 소저.”
“오랜만에 뵈어요.”
4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는지, 유표는 설화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쩐지 4년 전보다 한층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고?
문득 제갈휘가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 대해 좋은 말만 했다던 유표.
그 얘기를 들을 때도 자신이 아는 유표 도장은 그럴 리 없다고 의아해했는데, 실제로 만나 보니 그의 변화를 알겠다.
날카롭고 퉁명스러운 인상은 그대로이지만 무언가, 사람이 변하였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길 기다리던 노운이 유표의 어깨를 도닥이듯 툭툭, 치며 말했다.
“유표는 본문의 매화검수를 이끌고 있으니 소림사에서도 쉬이 대하진 못할 것이다.”
설화는 조금 놀랐다.
매화검수의 수장은 노문이었다.
그 일을 이어받은 사람이 유표라고?
‘유표는 일대제자들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어리지 않나?’
본래는 유강이 제일 어렸지만, 유강은 화산을 떠났으니 말이다.
아무리 무림에선 나이가 중요치 않다지만, 이제 막 이립 정도 된 유표가 화산의 정예라 불리는 매화검수의 수장을 맡았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뜻이겠지.’
유표는 4년 전부터 이미 100대 고수에 이름을 올린 인재였으니까.
“유표야.”
“네. 장문인.”
노운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유표에게 건네었다.
서신이었다.
“소림사 방장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반드시 방장을 만나 전하거라.”
“알겠습니다.”
유표가 서신을 품에 넣었다.
화산파 장문인이 소림사 방장에게 비공식적으로 보내는 서신.
하지만 설화는 알고 있었다.
서신은 그저 핑계일 뿐, 어떻게든 방장을 만나게 해 주려는 노운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다녀오겠습니다, 장문인.”
유표가 노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래. 두 사람 다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다녀오거라.”
“예, 장문인.”
설화와 유표는 장문인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올린 뒤 준비된 말에 올라탔다.
두 필의 말이 앞서 나가고 그 뒤를 남궁세가 적룡대의 다섯 무사가 따랐다.
노운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후에도 한참이나 화산파 현판 아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 * *
타닥, 타닥.
말발굽 소리만이 울리는 고요한 산길.
설화와 유표는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소림사로 향했다.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다섯 무사들은 그 무거운 침묵을 깰 생각은 못 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참다못한 남궁백위가 적룡대주 남궁지평을 불렀다.
― 대주님, 대주님.
― 왜?
― 혹 아가씨와 저 도사는 사이가 안 좋으신 겁니까? 왜 이렇게 살얼음판입니까?
― ….
― 아니, 조금 전에 보니까 본래부터 아는 사이 같으시던데. 딱 봐도 분위기 안 좋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원수라고 봐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만났으면 잘 지냈냐, 어떻게 지냈냐, 이런 인사는 할 수 있지 않나?
이 정도면 그냥 서로 싫어하는 거 아니야?
― 괜히 이상한 말 지어내지 말고 조용히 말이나 몰아라.
남궁지평은 어쩐지 들뜬 백위의 호기심 어린 물음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이 순간, 누구보다 숨 막히는 사람은 두 사람의 사이에서 말을 몰고 있는 남궁지평이었다.
조금 뒤에서 따르고 있다지만, 두 사람의 굳은 표정이 여실히 보였기에 남궁지평은 사실 조금 전까지 백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4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이리 차갑게 대하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우리 아가씨께서 잘못하셨을 리는 없으니 분명 저 말코도사놈이…!
그러나 정작 설화는 남궁의 무사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줄도 몰랐다.
유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대화하지 않는 것은 그저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설화가 화산을 떠나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쉬지 않으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속도를 내면 가능하오.”
“그럼 조금만 더 서두르죠.”
“좋소.”
설화와 유표의 말이 일행에게서 멀어졌다.
유표를 노려보던 남궁지평이 한 박자 늦게 속도를 냈고, 네 명의 무사들이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한적한 숲길, 그 후로도 계속 일곱 마리의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이전 생에도 소림사는 중원의 패자로서 우뚝 서 있던 긍지 높은 문파였다.
천하 10대 고수 중 무려 두 명의 고수가 속한 문파.
10대 고수 중 한 명인 녹림투왕 역시 본래 소림사의 승려였으나, 계율을 어기고 쫓겨난 파계승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더더욱 위명이 높아졌다.
‘지금은 그게 알려지기 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경의 고수가 두 명이나 속한 문파라는 위명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남궁무천이 세가의 힘을 전부 합하여도 소림을 상대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였다.
화경의 고수 한 명의 차이란 하늘과 땅 차이나 다름없으니.
‘이러한 대 문파가 이전 생엔 어떻게 무너졌는가.’
사실 설화도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다만, 혈마가 소림을 직접 상대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니, 혈마 뿐만 아니라 일월(一月), 이월(二月), 삼월(三月)과 화산의 제자들을 세력으로 두었던 오 혈주까지.
설화가 상대했던 남궁세가와의 전투만큼이나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소림은 그 전투에서 패배했다.
하나.
‘중요한 건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소림의 전력이 약해져 있었다는 거야.’
혈교가 발호하기 전부터 소림과 혈교는 몇 번이나 부딪혔다.
그때마다 소규모로 움직이던 소림의 정예들이 하나둘 죽어 나갔고, 그러한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소림의 주요 전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문제는, 소림이 어째서 몇 번이고 소수 정예들을 파견하였는가야.’
번번이 제자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어째서 몇 번이고 위험한 곳에 제자들을 보낸 것일까.
혈교는 어떤 이유로 소림을 몇 번이나 불러내 함정에 빠트릴 수 있었던 것일까.
소림이 위험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었던 문제가 무엇일까.
‘그 문제가, 소림이 화산에 대환단을 준 이유와 연관이 있을 거야.’
그리고 설화는 그 문제를 ‘녹옥불장’으로 보았다.
녹옥불장(綠玉佛杖).
소림 방장에게 전해지는 소림의 신물.
지팡이이자 방장의 뜻을 상징하는 인장의 역할도 하는, 그야말로 소림을 대표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생에 설화는 그 녹옥불장이 혈마의 손에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