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6)_2
‘내가 녹옥불장을 본 건 소림이 혈교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이긴 하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혈마가 녹옥불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빌미로 소림을 꾀어냈다면?
소림의 입장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신물을 되찾아야 했을 테니, 제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착했군.”
유표의 말에 설화가 상념을 깨고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길 끝에 소림사의 거대한 산문(山門)이 보였다.
소림사라는 위상에 걸맞은 웅장한 문이었다.
“소림사에 들어서면….”
유표가 답지 않게 말끝을 늘였다.
설화가 그를 돌아보았다.
“좋은 대접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어요.”
“아마, 예상보다도 냉대가 심할 것이오. 소저를 없는 사람 취급할 수도 있소.”
설화가 잠시 말을 잃었다.
세가를 멸시하는 문파의 문화는 익히 잘 안다.
화산파 역시 처음부터 남궁세가를 반겼던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없는 사람 취급이라니?
“소림사는 손님 대접을 그런 식으로 하나요?”
적어도 겉으로는 응대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일종의 기 싸움이오. 화산파와 소림사가 처음 무공을 교류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소.”
“소림사가 화산파를 무시했나요?”
유표가 픽, 웃음을 흘렸다.
“무시 정도가 아니었지. 하루에도 여덟 번씩 비무를 치렀소.”
혈기 왕성한 젊은 무인들이 모였으니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화산파는 검으로, 소림사는 권으로.
비무라는 정당한 명분 아래.
“그건 전쟁이었소. 문파의 자존심을 건 평화 속의 전쟁.”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필사의 발버둥.
서로 가까이 위치한 두 문파였기에,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물러서는 순간 일대의 패권을 넘겨주는 꼴이니.
“저들과 싸움을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잠자코 있으라는 말인가요?”
무시를 당해도 참으라고?
“그럴 리가.”
“?”
“며칠 전만 해도 나는 사천에 있었소. 내가 왜 삼백 리도 넘는 길을 달려왔는지 아시오?”
설화가 눈썹을 휘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유표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소저가 저 땡중놈들 콧대를 꺾어버리는 모습을 보려고.”
“….”
“소림사에 오는 길이 이번만큼 기대된 적도 없었소. 부디 마음껏 날뛰어 주시오. 4년 전 화산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유표의 목소리와 표정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설화가 소림사의 승려들을 짓밟아 주기를.
“저를 지켜 주시려고 같이 오신 게 아닌가요?”
화산의 이름으로 방패가 되어 주려던 게 아니야?
“내가? 소저를?”
유표가 픽, 웃음을 흘렸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유표가 말의 머리를 움직여 소림사로 앞장서 나아갔다.
멀어지는 그를 바라보며 설화는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