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5화(218/319)
* * *
“이곳이 연무장입니다.”
“아.”
설레는 마음으로 연무장에 도착한 설화는 크나큰 실망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무도… 없잖아.’
연무장은 비어 있었다.
수련하는 소림사의 승려들도, 연무장을 관리하는 사람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이 말 그대로 텅.
“연공 기간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 이곳은 소림사 정식 승려들이 사용하는 연무장은 아닙니다. 본래 법명을 받지 못한 예비 승려들이 사용하거나 외부인이 사용하는 곳이죠.”
“그렇군요.”
하기야, 수련하는 모습을 보여 줄 리는 없었나.
‘너무 기대했구나.’
“시주께서도 수련하실 땐 이 연무장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향화객들도 없으니 편히 쓰시지요.”
“감사해요. 무기는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나요?”
“예. 그럼요.”
설화는 연무장 한쪽에 놓여 있는 무기대에서 목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설화가 수련하는 동안 혜언은 연무장 한쪽에 서 있었다.
연공 기간인데. 수련에 매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소림의 승려가 보고 있으니까 부담스럽네.’
보는 눈이 있으니 천뢰신검을 펼칠 수는 없었다.
설화는 오랜만에 남궁의 검법을 수련하기로 했다.
타 문파에게 보여도 무방한 남궁의 외당 무사들에게 가르치는 기본 검법 중 하나를 골랐다.
‘사부님께 배운 걸 해 봐야겠다.’
남궁세가의 검법은 그동안 수도 없이 펼쳤다.
이전 생엔 통달하다 못해 파훼검법을 만들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많이 휘둘러보았을까.
그러나 섭무광이 말한 대로 한 동작, 한 동작을 곱씹으며 느리게 펼쳐 본 적은 없었다.
설화는 길게 심호흡한 뒤 남궁의 검법을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다.
‘잘 알고 있다는 자만이 내 눈을 가리고 생각의 폭을 제한했을지도 몰라.’
천천히 펼치면 남궁의 검에 담긴 새로운 극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느리게, 정확하게 검법을 펼쳐 보자.
‘제1식 천공연무(天空演舞).’
설화가 선택한 남궁세가의 검법은 창궁비연검(蒼穹飛燕劍)이었다.
창궁비연검은 남궁 외당 무사들이 대연검법을 익힌 후 배우는 검법으로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남궁의 정신만큼은 더욱 명료하게 담겨있는 검법.
훅, 후욱-!
설화의 검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일순, 하늘을 찌르듯 솟구쳤다.
천천히 내려온 검은 다시 사선을 그려 베어 내고 이어서 횡으로 움직였다.
그 모든 일련의 동작이 이루어지기까진 긴 시간이 걸렸다.
해가 반 뼘 정도 기울어질 정도로 아주 긴 시간이었다.
꿀꺽.
그 긴 시간 동안 그녀의 수련을 지켜본 혜언이 마른 침을 삼켰다.
수련하는 모습을 훔쳐보려던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수련을 마음대로 훔쳐보는 것이 예의가 아님을 안다.
그러나 자연스레 향한 시선은 그녀의 첫 동작을 보자마자 무언가에 얽매인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숭고하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혜언이 느낀 감정이었다.
더없이 숭고하구나.
남궁설화는 검을 움직이는 동작 하나에, 보법 한 걸음에, 호흡 한 번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온 힘을 쏟는다는 게 지켜보는 자신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저렇게까지 무공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를 본 적 있던가?’
무공이란 무엇인가.
나를 보다 강하게 하는 힘이 아닌가.
백정이 칼을 다루듯, 나무꾼이 도끼를 휘두르듯, 무인에게 무공이란 그런 존재가 아니었던가.
‘저 소저의 무공을 본 자들은 그런 소리는 못 할 것이다.’
저리도 숭고한 움직임이라니.
무공을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구나.
혜언은 내심 놀랐다.
남궁세가가 천룡검황을 배출한 가문임은 인정하지만, 세가의 무공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그가 들어온 세가의 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세가의 무공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허울뿐인 무공이며, 세가의 무인들은 말만 무인일 뿐이라고.
사형제들이 그러했고, 사백, 사숙들도 심지어 장로님들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한데 이게 뭐지?
‘저것이 남궁의 검인가?’
생각보다 대단하잖아?
무공에 대한 태도도 소홀하지 않고. 심지어 실력도 뛰어나다.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데?’
대체 누가 세가의 무공은 허울이라 하였는가.
저것이 허울이면 본사의 많은 무공들이 허울이리라.
“….”
검법을 마친 설화가 검을 내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동작에 집중하느라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으나, 해의 위치가 처음에 비해 꽤 기울어져 있었다.
‘조금 쉴까.’
설화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혜언과 눈이 마주쳤다.
혜언은 무언가를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라는 건가?’
뭐가 아니라는 거지?
그러다 혜언이 머쓱하게 웃으며 목뒤를 긁적였다.
식사를 들고 찾아왔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설화는 소림이 어째서 자신의 감시자로 혜언을 붙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맹해 보이는데.’
연공 기간이라 사람이 없었나.
설화가 그에게 다가갔다.
혜언 역시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죄송합니다. 수련하시는 모습을 일부러 훔쳐보려던 것은 아닌데….”
“수련장에 계시기에 제 수련을 보시려던 건 줄 알았는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 그저 수련하시는 동안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하하, 남아 있었던 것이 문제였군요.”
상관은 없었다.
보고 있길래 보여 주어도 괜찮은 무공을 수련한 것이니.
설화가 혜언의 몸을 짧게 훑었다.
장삼을 입고 있어 드러나지 않을 뿐, 근골이 탄탄하게 잡힌 몸이었다.
“계속 여기 계실 건가요?”
“아,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뇨. 계속 기다리고 계실 건지 여쭤본 거였어요. 계속 기다리실 거라면 저와 비무 한번 하지 않으실래요?”
“좋습… 비무요?”
하마터면 바로 좋다는 대답이 튀어 나갈 뻔했다.
혜언은 가까스로 마음의 소리를 억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와 시주께서 말입니까?”
“네.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서로 견문도 넓힐 겸 좋지 않을까 해서요. 스님께서도 마냥 기다리기만 하시는 건 재미없으시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