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6화(219/319)
* * *
쿠웅-!
혜언이 발을 구를 때마다 비무장의 바닥이 진동했다.
일류 정도의 검수였다면 일순간 중심을 잃을 정도로 위력적인 진각.
탓, 타다닷!
그러나 설화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화는 땅의 흔들림 따위는 문제없다는 듯이 혜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빠르게 가까워진 설화를 마주한 혜언의 눈빛이 일순 번득였다.
순하다 못해 어딘가 맹하기까지 하던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하압!”
파악-! 파파파팍!
목검과 권(拳)이 순식간에 수십 합을 겨루었다.
강기를 싣지 않았다지만 설화가 휘두른 목검에 실린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혜언은 한 발짝도 밀려나지 않은 채 설화의 검격을 전부 받아쳤다.
‘무겁다.’
마치 거대한 바위를 때리는 기분.
진각의 힘이 고스란히 실린 권은 무겁고 단단했다.
밀어붙이고 싶어도 땅에 박힌 듯 안정적으로 바쳐 주는 하체가 힘이 흩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고 있었다.
‘역시 외문무공(外門武功)의 소림이구나.’
몸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균형 잡혀 있어.
강기를 사용하지 않는 목검으로는 과연 깨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굳건함이었다.
‘혜언의 경지는 절정이야.’
느껴지는 공력으로만 가늠하면 그렇다.
하지만 직접 상대해 본 그는 초절정의 고수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강했다.
적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진 않았다.
‘소림이 외공의 단련을 중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외공이 받쳐 주니 경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은 경지가 낮은 듯 보여도 오랜 시간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같은 경지에서도 월등히 강한 힘을 보여줄 터였다.
하나.
‘소림이 외공을 강조하였다면, 남궁의 무공은 조화를 추구한다.’
내공만 주야장천 쌓았다면 밀렸겠지만, 설화는 외공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외공만으론 밀릴지 몰라도 내공을 끌어올려 상대한다면 같은 경지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후우우우-
설화 목검에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혜언의 경지를 고려하여 절정의 공력만을 사용한 검기였다.
“!”
설화의 힘에 변화가 생긴 것을 눈치챈 혜언이 황급히 보법을 펼쳐 물러났다.
콰앙-!
혜언이 우직하게 서 있던 자리에 설화의 목검이 내리꽂혔다.
혜언이 진각을 밟을 때와 비슷한 위력이었다.
단단한 바닥에 흠집을 내고도 부서지지 않은 목검을 멍하니 바라보던 혜언이 한 박자 늦게 말했다.
“과격하게 상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설화의 입꼬리가 옅게 휘어졌다.
“적당한 비무를 나누자고 한 적도 없어요.”
“시주께서 다치실지도 모릅니다.”
“스님의 안위를 걱정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봐 드리지 않습니다.”
혜언 역시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주위로 황금빛 공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혜언이 발끝으로 바닥을 쓸며 다시금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모습을 보던 설화 역시 검을 고쳐 잡았다.
‘금빛 공력도 오랜만이네.’
이전 생의 설화는 소림사의 무인들과 직접 맞붙어 본 적은 없었다.
멀리서 황금빛 군대와 혈교인들이 맞붙는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혈마가 직접 상대해야 했던 소림이라.’
기대되는데.
“하압!”
이번에는 혜언이 선제공격을 해왔다.
소림사의 대표적인 무공, 소림오권(少林五拳) 중 용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용권연신(龍拳練神)이었다.
용권연신은 외공으로 단련된 힘보단 단전의 힘을 사용하여 펼치는 무공으로 그 움직임이 신룡(神龍)과 같다고 일컫는다.
‘공력 싸움에서도 지지 않는다는 건가?’
줄곧 외공의 강점을 이용해 방어에 힘 쏟던 사람이 공력을 끌어올리자마자 태세를 바꾸다니.
‘재미있는 스님이라니까.’
후욱-!
혜언의 오른쪽 권이 설화의 옆구리로 쇄도했다.
용권연신이라는 이름에 호응하듯 황금빛 용이 짓쳐 드는 듯한 권격이었다.
검병을 붙잡은 손으로 권을 막아낸 설화가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다.
혜언이 왼손으로 장(掌)법을 펼쳐 검격을 막아내며 오른발을 쿵-! 굴렀다.
코앞에서 구르는 진각은 설화의 중심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설화는 진각의 충격이 제 자세를 흐트러뜨리기 전에 땅을 박차며 공중을 돌았다.
혜언의 권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피할 곳 없는 설화를 향해 다시금 쇄도했다.
설화는 권을 피하는 대신 몸을 비틀어 공격을 흘려보내며 오히려 검을 혜언의 가슴께로 찔러넣었다.
“!”
혜언이 황급히 왼 다리를 뒤로 물려 검을 피했다.
그 순간, 설화가 목검을 놓았다.
힘을 잃고 떨어지는 목검을 본 혜언이 뒤늦게 설화의 움직임을 좇았을 땐 이미 설화의 각(脚)이 혜언의 정강이를 내려치고 있었다.
“흡!”
혜언이 황급히 오금에 힘을 주었다.
설화 역시 혜언을 내려 차는 다리에 힘을 크게 실었다.
퍼억-!
두 힘이 충돌하는 짧은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듯 치열한 공수성(攻守城)이 이루어졌다.
무너지지 않으려는 이와 무너트리려는 이의 맹렬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승자는.
쿵-!
설화였다.
공중을 휘돌아 찬 탓에 가중된 설화의 힘을 혜언이 끝내 버티지 못한 것이다.
탁.
혜언의 중심을 무너트리고 그를 무릎 꿇린 설화가 가볍게 땅에 내려섰다.
가진 힘의 삼 할도 채 쓰지 않았으나, 설화의 호흡이 제법 거칠어져 있었다.
설화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혜언에게 손을 내밀었다.
혜언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비겁하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검수가 검을 버렸으니?
혜언이 설화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에 검을 버리는 판단을 하신 것에요.”
무인이 무기를 버리는 일은 반드시 이길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니까.
‘내가 권을 내지른 순간에 이미 이길 것을 알았다는 것인가?’
어쩌면 그 전부터일 수도 있겠지.
혜언이 설화에게 반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좋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설화도 그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저 역시 좋은 비무였어요. 스님 덕분에 소림사의 저력을 몸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군요. 오늘 시주 덕에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세가를 향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림세가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들의 위명과 무공에 관한 세간의 평가 역시, 과장된 것이 아니고.
‘문파에도 남궁 소저와 비슷한 연배에 이 정도로 강한 이들은 많이 없다.’
문파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