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8화(22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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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언을 따라 들어간 내 소림은 외 소림보다 훨씬 넓고 복잡했다.
혜언은 설화와 유표를 소림사의 본전 쪽으로 이끌었다.
본전의 앞에는 소림사의 승려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상석(床石)이 널찍하게 깔려 있었다.
“하! 하앗! 하!”
한눈에 담기에도 넓은 공간에서 수백의 승려들이 열을 맞추어 무공을 수련하는 모습은 웅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승려들이 다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 전부 모여 있었네.
“핫! 하앗!”
승려들의 일부는 봉술을 연마하였고, 일부는 권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선 타격대를 맨몸으로 내려치는 수련이 한창이었다.
“본사의 승려들은 일흔두 가지 방법으로 몸을 단련합니다. 연공 기간 중 날을 나누어 수련을 반복하지요.”
“스님께선 수련에 함께하지 않으시나요?”
그러고 보니 이들은 이대제자라고 하였다.
혜언 역시 이대제자.
왜 수련을 함께하지 않는 거지?
“아, 소승은….”
“할 필요가 없으니까.”
대답이 나온 것은 혜언이 아닌 유표 쪽이었다.
팔짱을 낀 채 심드렁하니 승려들의 수련을 지켜보던 유표가 고개만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이쪽은 이대제자 중에서도 인재 되시겠다, 이 말이오. 무려 계율원주께서 아끼시는 사손(師孫)이 아니신가?”
사손이라 함은 제자의 제자를 말한다.
계율원주의 제자는 1대 승려일 터. 혜언은 그 1대 승려의 제자인 셈이다.
‘그래서 계율원주를 많이 언급했구나.’
계율원주의 사손이니까.
하나, 그렇기에 설화는 놀랐다.
어제 혜언과 비무를 나눌 때에도 이상하다곤 생각했지만, 혜언의 무공은 소림사의 승려들 중에도 강한 축에 속했다.
처음엔 연공 기간에 수련도 함께하지 못하고 자신만 쫓아다니기에 상대적으로 무예에 재능이 없는 승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대제자 중 가장 뛰어난 승려를 내게 붙인 이유가 뭐지?’
이곳에서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어 제 발로 나가게 하려던 목적이 아니었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해서 승려 하나를 감시자로 두었다기엔 소림사 내 혜언의 입지와 혜언의 태도가 이상하다.
혜언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친절하게 대해 주어 머무르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마치 신뢰를 얻어 경계심을 풀게 하려는 것 같았지.’
그래. 과했다.
혜언의 배려는 오히려 과한 편이었다.
시비가 아닌, 이대제자 중 인재로 손꼽히는 승려라면 더욱이.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니까.’
설화의 시선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내게 다른 꿍꿍이가 있어.’
소림사에서 이루어야 하는 목적이 있기에 방문한 쪽은 자신이지만, 아무래도 목적이 자신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게, 뭘까.
“아하하….”
혜언이 목뒤를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을 아는 유표의 말이니 대놓고 부정할 수 없기에 웃어넘기려는 반응이었다.
“계율원주 스님의 사손이라 하여 특별히 다를 것은 없습니다. 수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저 시험을 통과하였기 때문이지요.”
“시험이요?”
“본사의 시험을 통과한 승려는 연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율이다.”
설화와 유표, 혜언의 고개가 동시에 한 곳으로 향했다.
상석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승려 한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사부님.”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본 혜언이 예를 갖추어 반장했다.
‘사부?’
설화가 그를 다시 보았다.
“저분이 제 사부님이신 도량 스님이십니다.”
그가 가까이 오기 전에 혜언이 먼저 그를 소개했다.
혜언의 사부라면 계율원주의 제자였다.
이윽고 다가온 도량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혜언의 인사를 받은 뒤 유표와 마주 보고 섰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의 입가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것은 동시였다.
‘아.’
설화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도량이라는 스님이 유표가 그토록 싫어하는 바로 그 ‘땡중’이라는 것을.
“또 뵙소, 유표 도장. 이리 자주 보지 않아도 될 터인데.”
“나도 보기 싫었다. 네놈의 그 민대가리가 유난히 반짝여서 눈이 아프단 말이지.”
“여전히 입만 살아있는 걸 보니 성불하긴 글렀군.”
“성불이 아니라 득도겠지. 그리고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지? 승복 입고 있다고 다 성불하는 줄 아는 건가?”
하하하, 하하하하.
화기애애한 웃음 사이에 살벌한 대화가 오갔다.
원색적인 대화에 설화는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었고, 혜언은 두 사람 사이에서 누구를 말려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했다.
정작 촌철살인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화를 마쳤다.
도량이 설화를 향해 섰다.
“소림사 일대제자 도량이라 한다. 남궁세가의 손님이 와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리 보는구나.”
설화가 그를 향해 포권했다.
소림사의 일대제자는 설화의 아버지뻘이었기에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남궁설화라 합니다.”
“그래. 수련을 보고 싶다 하였다고?”
“아, 제가 부탁드린 것입니다.”
혜언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설화 대신 대답했다.
“남궁 소저께서 본사에 궁금한 것이 많으신 것 같아, 계율원주 스님께 수련 참관을 청하였습니다.”
“그래. 법선 스님께 이야기는 들었다. 마침 잘 왔구나. 오늘로 칠(七) 일이 되어 첫 번째 시험을 치르려 하던 중이다.”
“아, 그렇습니까?”
혜언이 밝은 얼굴로 설화를 돌아보았다.
“잘 되었습니다. 조금 전 궁금해하셨던 본사의 시험을 보실 수 있겠습니다.”
“혜언 스님께서 먼저 통과하셨다는 그 시험 말인가요?”
“예. 아, 마침 저기 들어오는군요.”
설화는 혜언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상석으로 들어서는 오른편 길에서 승려들이 거대한 돌덩이를 실은 마차를 끌고 오고 있었다.
돌덩이의 크기는 설화 키의 두 배나 될 정도로 크고, 한쪽 면이 평평했다.
얼핏 보기엔 거대한 비석처럼 보였다.
승려들은 마차를 상석의 오른편으로 끌고 가 평평한 면이 보이도록 돌을 세워 두었다.
수련하던 승려들은 어느새 돌의 반대편에 도열해 있었다.
“내려가지.”
도량이 앞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나머지 세 사람이 그의 뒤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며 설화는 도열해 서 있는 승려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설화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그때였다.
[남궁설화.]소림사에 들어선 이후 되도록 침묵을 지키던 이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