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19화(222/319)
* * *
쿠웅―!
“통(通)!”
설화의 예상과는 달리 줄줄이 시험을 통과하는 이들이 나왔다.
실패하는 이 없이 연이어 다섯 명째였다.
처음엔 흥미롭게 시험을 지켜보던 유표의 표정 역시 어두워진 지 오래였다.
― 이들 이대제자가 아니오.
― 그런 것 같네요.
유표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당연했다.
절정의 극 이상의 경지만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을 줄줄이 성공시키는 것은 아무리 소림이라 하여도 이대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어.’
자신을 연무장으로 데려온 것도 그렇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시선도 그렇고.
시험의 난이도 역시 이대제자들의 수준에 비하면 지극히 높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연공 수련을 하던 게 아니었다는 말이지.’
이곳에 있는 모든 승려들이 이대제자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대제자들 사이에 고수들이 섞여 있고, 자원하여 시험을 보러 나오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군.
소림사의 수준을 보란 듯이 보여 주려고 꾸민 일이라기엔 규모가 크다.
굳이 수고롭게 그럴 이유도 없고.
설화와 유표는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 이무기. 이 자리에 초절정 이상인 고수가 몇이나 돼?
[최소 10명이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 중엔 화경의 경지인 이도 있는 것 같군.]화경의 고수.
‘소림사에 있는 화경의 고수는 현 방장과 전대 방장뿐이야.’
그 두 명 중 하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설화가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시험이 잠시 멈추었다.
승려들 쪽에 있던 도량이 세 사람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 혹여나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괜히 반항하지 말고 항복하세요.
―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소. 아무리 그래도 소림이오. 조금 재수 없긴 해도 도리는 아는 자들이지 않겠소.
― 그러길 바라 봐야죠.
막말로 이 자리에서 죽여 놓고 모르는 체하면 누가 알겠나?
여긴, 소림의 영역인걸.
“어찌, 볼만 하시오?”
그렇게 묻는 도량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유표가 쳇,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스님들의 무공 실력에 감탄하였습니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통과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 자원하는 이를 우선으로 시험을 치러서 그렇다. 곧 줄줄이 떨어지는 이들도 나올 테지.”
도량이 승려들을 흘낏 보곤 다시 설화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설화를 가늠하듯 훑었다.
“장법을 익힌 적 있느냐?”
“본가의 장법은 수련하였습니다.”
남궁세가는 검가(劍家)이지만 검술에 관한 무공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도량의 입매가 살짝 휘어졌다.
“너도 알다시피 본사는 그간 세가와의 접점이 없다시피 하였다. 그래선지 제자들이 네 무공을 심히 궁금해하는구나. 괜찮다면….”
“안 되지, 안 돼.”
도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표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설화의 앞을 가로막은 그가 특유의 얄미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궁금하다고 전부 들어주면 제자들 버릇 나빠진다는 걸 모르나? 아주 훌륭한 사숙 나셨군.”
“도장께 물은 것이 아니오.”
“나 역시 혼잣말이었다.”
“그럼 비켜 주시오. 남궁 소저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으니.”
“그건 안 되겠는데.”
유표가 옆으로 움직여 두 사람 사이를 더욱 철저하게 가로막았다.
도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설화가 고개를 살짝 내밀어야 할 정도였다.
태양을 등지고 선 도량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유표 도장.”
크고 우락부락한 덩치로 표정까지 굳히니 제법 위협적인 모양새였다.
“비켜 주시오. 화산파와 남궁세가의 연이 깊음을 알지만 이리 대화를 가로막는 것은 도의가 아닌 줄 아오.”
“다짜고짜 데려와 이대제자도 아닌 이들의 무공을 자랑하듯 보여 주고 그 앞에서 무공을 펼쳐보라 하는 것은 도의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유표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소림사엔 날고 기는 고수들만 즐비한 모양이군.”
유표가 비석을 가리켰다.
“저 정도 시험은 아무리 소림사라 하여도 이대제자가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감히 나를 세워 두고도 배분을 속이려 들다니. 이건 화산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아도 무방하겠지?”
“….”
두 사람의 기세가 맹렬하게 맞붙었다.
공력을 발산하지 않았을 뿐, 마주 선 모습은 두 마리의 거대한 맹수가 대치하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설화가 도량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유표가 픽, 웃음을 흘렸다.
두 사람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의 고요가 흘렀을까.
― 남궁소저.
유표가 설화에게 전음했다.
― 소림사와 척질 일을 한 적 있소?
그럴 리가요. 라고 대답하려던 설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떠오른 하나의 생각.
‘대환단.’
4년 전 소림이 화산에게 넘긴 대환단은 흑운방을 거쳐 설화의 손에 들어왔다.
엄연히 따지면 빼앗긴 쪽은 화산이지만, 소림 역시 대환단의 행방을 쫓았을 터.
‘설마, 그것 때문인가?’
― 왜 대답이 없소? 설마, 정말 있는 건 아니겠지?
― 없다곤… 못하겠네요.
― 이런.
당당하던 유표의 기세가 한층 수그러드는 것이 보였다.
― 저 땡중이 말하길, 소저에게 무언가를 알아내야 한다고 하는군.
알아내야 하는 것이라.
만약 대환단과 연관된 일이라면 유표의 선에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 제가 상대하죠.
― 결국 이리될 줄 알았지.
유표가 도량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드디어 도량과 설화가 마주 보고 섰다.
“제 무공을 보고 싶으시다고요.”
“그래. 강요하지는 않으마.”
설화가 비석과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는 승려들, 그리고 넓은 상석을 둘러보았다.
‘강요는 하지 않는다라.’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강요가 아닌가?
‘이 자리에서 시험에 실패하면 나는 소림사의 이대제자들만도 못한 실력을 가진 것이 된다.’
저들이 사실 이대제자가 아닐지라도 소림사에서 이대제자로 내세운 이상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림사에서 벌어진 일에 패배자의 말을 어느 누가 귀담아 들어주겠는가.
세가의 위상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댄다고 비난하겠지.
그렇다.
이 시험은 넓게 보면 설화 혼자만이 아닌, 무림세가의 위상이 걸린 일.
이 자리에서 설화가 보여주는 모습에 따라 세가의 무인들을 대하는 소림사 승려들의 태도가 달라질 터였다.
‘머리를 잘 썼네.’
일부러 실패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어.
소림사의 고수들까지 동원해가면서.
‘진짜 실력을 내보이라는 건가?’
하나는 분명해졌다.
어제 비무에서 소림사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는 것.
그러니 이런 상황을 만들어 다시 한번 자신을 시험하려고 드는 것일 테니.
‘어떻게 보면 영광이네.’
소림사에서 고수들을 동원할 정도로 자신의 존재가 소림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셈이니까.
‘전력을, 원한다는 거지.’
“고작….”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던 설화의 시선이 느릿하게 도량에게로 향했다.
“비석에 흠집 내는 걸로 되시겠어요?”
“…무슨 뜻이지?”
“고작 돌덩이에 손자국 내는 걸로 원하는 바를 얻으실 수 있겠냐는 말이에요.”
설화가 입꼬리를 빙긋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