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21화(224/319)
천수불(千手佛) 법공(法供).
그는 이 무림에서 권(拳)과 장(掌)으로 제일이라 불리는 소림사의 방장이다.
지천명(知天命_50세)의 나이에 방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그는 이미 천하 10대 고수로 불리고 있었다.
그의 사부인 전대 방장과 함께.
법공이 뒤를 돌았다.
설화와 유표가 예의를 갖추어 포권을 취했다.
“소림사의 방장 스님을 뵙습니다.”
법공의 시선이 설화에게 향했다.
인자하게 미소 짓고 있지만, 설화는 거대한 금룡(金龍)이 자신을 고고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기분을 느꼈다.
숨이 턱, 막힐 듯한 감각은 남궁무천을 처음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위압감이었다.
다만 거친 태산 같았던 남궁무천보다는 부드러운, 그러나 자비롭진 않은 시선.
중원의 패자.
소림사 방장이 풍기는 위엄은 그런 것이었다.
“남궁설화라 하였는가.”
설화는 다시금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남궁세가의 소녀가 소림사의 방장 스님을 뵙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는가? 서로 할 이야기가 많은 듯한데 말이네.”
“불러 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허.”
소림사 방장의 등장으로 방금까지의 대치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혜언은 쓰러진 도량을 데려가고 소림사의 승려들은 엉망이 된 주변을 정리하곤 뿔뿔이 흩어졌다.
유표 역시 방장에게 인사를 한 뒤 물러나고, 설화는 법공을 따라 방장실로 향했다.
방장실은 건물은 크지만 웅장한 느낌보단 수수하고 조용한 느낌이 강했다.
조금 전의 소란이 무색할 정도의 고요였다.
앞서 걸어가는 법공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분명 보고 있음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모두 물러들 가시게.”
방장실에 도착하여 문을 열기 전, 걸음을 멈춘 법공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
설화가 기감을 끌어올려 주변의 기척을 읽었다.
고수 여덟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팔대호원(八大護院).’
소림사 방장실을 에워싸고 방장을 호위하는 소림사의 정예 조직 중 하나이다.
본래 방장을 호위하는 것이 저들의 임무라곤 하지만….
‘여차하면 죽이려 들겠는데?’
지금의 경계심은 과했다.
짙은 적대감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마치 자신을 흉악한 무림 공적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이지 않은가.
‘조금 전의 일 때문인가?’
그렇다기엔 소림사 승려들의 경계심은 도량과 대련하기 전부터 강했다.
저들은 처음부터 설화를 경계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 않겠네. 물러들 가시게나.”
법공의 거듭된 명령에 방장실을 둘러싸고 있던 기척들이 마침내 물러갔다.
이제 이 주위엔 법공과 설화만 남았다.
법공이 방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선 은은한 향냄새가 흘렀다.
“앉게나.”
설화가 자리에 앉고, 어디론가 사라진 법공은 이윽고 차를 들고 나타났다.
설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법공이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만류했다.
“괜찮네. 손님께 차를 대접하는 것이 주인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은은한 차향이 향 내음에 뒤섞여 풍겼다.
진한 고목의 향 같기도 했다.
손수 차를 끓여 설화의 앞에 내준 뒤에야 법공은 자신의 찻잔을 채웠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하겠네.”
설화가 깜짝 놀라서 법공을 바라보았다.
법공은 자사호를 내려놓곤 정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찻잔에서 김이 길게 피어올랐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네를 시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네를 불편하게 만든 점 인정하겠네. 소림사를 대표하여 사과하겠네.”
법공이 설화를 향해 반장했다.
정중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진심 어린 사과였다.
방장에게 직접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기에 설화는 조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장을 마치고 자세를 바로 한 법공은 예의 잔잔한 미소만 띠고 있었다.
눈앞의 현실이 실재가 아닌 것만 같은 고요함.
위압감도, 적대감도, 그렇다고 선호하는 태도도 아닌 그저 무(無)에 가까운 감각.
설화가 시선을 조금 내리며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을…알아내고 싶으셨던 건가요…?”
“자네에게 혈(血)의 기운이 흐르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였네.”
“!”
설화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혈의 기운…? 혈기? 혈기라고?
‘소림사가 어떻게 혈기에 관하여 알고 있지?’
대환단의 행방에 의심을 품고 자신을 경계하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설마, 혈교의 존재도 알고 있나?
“그 말을.”
설화는 다급해졌다.
“그 말을, 어찌 아셨습니까?”
“혈의 기운은 그저 우리가 칭하는 표현일 뿐일세.”
“어쩌다 그리 칭하게 되셨습니까? 무슨 계기로요?”
“그보다 먼저 자네의 대답을 듣고 싶군.”
주먹을 말아 쥐는 설화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소림사가 혈교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초조함은 판단력을 흐릴 뿐.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린 설화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화오루.”
“…!”
“자네는 그들과 관련이 있는가?”
주먹 쥔 손이 다시금 잘게 떨렸다.
혈기에 이어 화오루까지.
그 두 가지를 엮어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역시 소림사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설화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제가 소림사와 화산 사이에서 오간 대환단을 빼돌렸다는 것을 아시나요?”
“알고 있네.”
“그 대환단, 제가 취했어요.”
“그런가.”
“제게 남은 그들의 흔적을 지워야 했거든요.”
설화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저 역시 스님께서 말씀하신 기운을 갖고 있었어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이요.”
그 순간, 설화의 눈동자 속에 검붉고 어두운 기운이 감돌았다.
어느 때부턴가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의 살기(殺氣)였다.
족히 수천은 죽인 듯한 짙은 살기에 지금껏 덤덤하던 법공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설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설화의 기운을 가늠하려는 것이었다.
스으으….
살기를 가라앉힌 설화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