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5)_2
송곳으로 땅을 가리킨다는 의미로, 좁은 식견으로 천하의 이치를 헤아리는 사람을 말한다.
그 말은 즉, 도량 스스로 자신의 식견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시주의 무공에 감탄했다 하시며 괜찮다면 훗날 다시 한번 힘을 겨루어 보자고 청하셨습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설화는 조금 놀랐다.
스스로의 입으로 스스럼없이 소림이 중원 무학의 근원이라 말하였던 자다.
그런 자가 식견이 좁았음을 인정하는 것은, 소림이 제일이라 말하였던 자신의 말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줄 알았는데.’
비무에서 패배했다고 자신이 내뱉은 말이 경솔했다고 인정하다니.
스님은 스님이라는 건가?
“제 사부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고지식하기만 한 분이 아니십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추하고 고치려 애쓰시는 분이시지요.”
낮에 본 도량의 모습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평이지만 설화는 잠자코 혜언의 말을 들었다.
도량은 소림사의 신망받는 일대제자다.
낮은 배분의 승려들뿐 아니라 선대의 승려들 그리고 조금 전 만나고 온 법공의 신망을 받는다는 의미다.
분명 낮에 잠깐 본 모습이 전부는 아닐 터였다.
‘그리고….’
혜언이 도량을 사부라 칭하는 말에서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했고.
“물론 고집이 조금 세시기는 합니다.”
혜언이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다음번에 힘을 겨루게 되면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도 하시더군요.”
그 말을 하는 도량의 표정이 왜인지 눈앞에 아른거렸다.
거대한 덩치 탓에 투지에 불타는 곰 같았겠지.
그 모습이 떠올라서 설화는 웃음을 흘렸다.
“얼마든지요.”
* * *
“결국 그 아이를 보내려는 것이오?”
계율원주 법선의 물음에 불경을 적어 내려가던 법공이 붓을 내려놓았다.
법공이 열린 창밖으로 휘영청 떠오른 밝은 달이 비추는 숭산을 바라보았다.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우리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 하지 않았소?”
“내 자만하였네.”
법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가엔 팔뚝만 한 불상과 작은 향로가 놓여 있었다.
법공은 향 하나를 집어 향로에 꽂은 뒤 향의 끝을 손가락으로 집어 살짝 비볐다.
그가 손을 떼자 이윽고 향의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법공이 불상에 반장하곤 뒤돌아섰다.
“그 아이는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네.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네.”
“방장 사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걱정이 배가 되는구려.”
“나도 마찬가지일세. 그래서 서신을 주었지. 그편이 우리 소림에도 좋을 거라 생각했네.”
“나는 처음부터 그리 생각하였소.”
법공이 다시 달빛으로 물든 창밖의 숭산으로 시선을 던졌다.
법공은 남궁의 아이가 풍기던 짙은 살기를 떠올렸다.
살막의 주인, 혈살귀라면 그 정도의 살기를 가지고 있을까.
수많은 살생을 저지른 것이 아니고서야 얻을 수 없는 지독한 살기를 풍기면서 결백하다 말하는 검황의 손녀를 어찌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그 살기를 마주한 순간 법공은 제 선에서 해결하려던 마음을 완전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미타불….”
그의 입에서 힘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부님께는 연이어 폐를 끼치게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