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24화(227/319)
“너는?”
유강의 달라진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유강이 물었다.
설화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고개를 들어야만 시선을 맞출 수 있었다.
유강이 빙긋 입꼬리를 휘며 재차 물었다.
“너는 잘 지냈어?”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응?”
“저거.”
설화가 유강의 뒤를 가리켰다.
조금 전까지 그가 열심히 휘젓고 있던 깨죽이었다.
유강이 고개를 돌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을 바라보길 잠시.
“…으악!”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솥으로 달려갔다.
“깨죽! 내 깨죽…! 이, 이게 어떻게 만든 건데…!”
그는 땅에 떨어져 더러워진 통나무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구르다 다시 후다닥 솥으로 달려가 호들갑을 떨었다.
“안돼! 타지 마! 타면 안 돼! 눌어붙으면 안 돼!”
그러곤 금세 어딘가에서 물동이를 들고 와 장작에 쏟아부었다.
‘아, 꺼졌네.’
다행인가, 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유강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꺼진 불 앞에 서 있었다.
“망했다…. 불 또 언제 피우지…?”
본인 손으로 끄고선.
설화는 세상 망한 듯이 쳐진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슬쩍 다가갔다.
깨죽이 괜찮은지 궁금했다.
그의 어깨너머로 솥을 보는데, 다행히 깨죽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유강을 만난 충격이 한차례 지나가니 다시 깨죽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허기를 자극했다.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는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유강이 설화가 서 있는 편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의 놀란 시선과 설화의 동그랗게 뜬 눈이 딱, 마주쳤다.
꼬르륵?
유강이 눈을 깜박였다.
“혹시….”
“먹고 싶어. 좀 남아?”
유강이 다시금 눈을 깜박였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그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남아! 많이 남지! 잠깐만!”
유강은 다시 후다닥 움직이기 시작했다.
암자 뒤편으로 사라진 그는 작은 상과 나무로 된 세 개의 그릇, 수저, 그리고 작자(杓子_국자)를 가지고 나타났다.
“잠시만 기다려.”
“응.”
정성스레 첫 번째 그릇을 뜬 유강은 상 위에 그릇과 수저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깨끗한 천으로 덮었다.
그러곤 암자로 들어가 잠시 후 빈손으로 나왔다.
“스님 것 먼저 퍼야 해서.”
“안에 계셔?”
“아니. 출타 중이셔.”
암자 안에선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역시나 암자의 주인은 외출한 모양이었다.
유강은 돌아와 두 번째 그릇을 떠서 숟가락을 꽂은 채 설화에게 건네주었다.
“상이 하나밖에 없어서. 괜찮아?”
“응.”
“저기 앉아서 먹으면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설화가 양손으로 그릇을 받자, 유강이 그릇 옆으로 흘러나온 죽을 얼른 손가락으로 훔쳐냈다.
“고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는데, 유강이 설화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
“맛있게 먹어.”
그의 입가에 헤실헤실 미소가 번졌다.
“…잘 먹을게.”
설화가 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 마루에 앉았다.
유강이 넣어 준 나무 숟가락으로 죽을 휘휘 저은 뒤 한 입 입에 문 순간.
“!”
설화의 눈이 반짝, 빛났다.
설화가 놀란 눈으로 죽을 응시했다.
‘맛있다….’
깨죽은 군침 돌게 하던 고소한 냄새만큼이나 엄청나게 맛있었다.
겉보기엔 들어간 것도 별로 없고 심심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진한 맛이 났다.
설화가 숟가락을 입에 문 채 제 죽 그릇을 들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유강을 바라보았다.
‘의외네.’
요리를 잘하는구나.
솥뚜껑을 덮은 유강이 설화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먹을 만해?”
“맛있어.”
그가 설화의 옆에 털썩, 자리 잡았다.
“다행이다.”
설화의 시선이 문득 허전한 그의 그릇으로 향했다.
“수저는?”
“만들기를 두 개만 만들어서. 아, 근데 난 괜찮아! 죽이 생각보다 묽어서 그냥 마시면 돼.”
그렇게 얘기하며 유강은 그릇째로 죽을 들이마셨다.
‘뜨거울 텐데.’
입안을 전부 데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지켜보는데 유강은 의외로 쉽게 죽을 후룩후룩 먹었다.
설화는 다시 깨죽에 집중했다.
‘식기를 직접 만들었다고?’
깨죽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데 그릇과 숟가락의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어설프게 깎은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표면에 거스러미 하나 없는 게 직접 만든 것치곤 훌륭했다.
“네가 만든 거야?”
“응. 여기 처음 왔을 때 만들었어.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거든.”
“하긴, 너 손재주 좋지.”
“어떻게 알아?”
이전 생에 그가 직접 깎아 만든 위패가 떠올라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유강의 반문에 퍼뜩, 실수를 깨달은 설화가 황급히 제 말을 수습했다.
“네…가 수로채에 있을 때 화린이 머리 묶어줬잖아. 그거…보고….”
“아아, 그런 일이 있었지.”
다행히 유강은 더 캐묻지 않았다.
설화는 안도하며 죽을 크게 퍼서 입에 넣었다.
‘큰일 날 뻔했네.’
얘 앞에선 왜 매번 실수하게 되는 것 같지.
유강이 워낙 해맑은 탓에 경계심이 저도 모르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묘하게 편한 것도 있고.
이전 생 같았으면 이 남자가 주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을 텐데.
텁.
또다시 크게 한 입 머금은 설화가 입을 우물거렸다.
유강의 깨죽은 정말로 맛있었다.
그렇게 한참 깨죽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유강을 바라보니 설화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유강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잘 먹었다!”
때마침 설화가 그릇을 비운 것을 본 유강이 물었다.
“더 줄까?”
설화가 고개를 젓자, 유강이 설화의 빈 그릇을 받아 갔다.
설화는 턱을 괸 채 그릇을 정리하는 유강을 구경했다.
그러다 무심코 돌린 그녀의 시선에 마루 곁에 세워진 대도가 보였다.
설화는 한참 동안 그 대도를 바라보았다.
“네 거야?”
그 사이 그릇을 씻어 온 유강이 설화의 시선이 향한 대도를 힐끗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검이 아니네.”
유강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아무래도 그렇지.”
검은 못 쓰지. 더 이상.
“도를 배웠어?”
“응.”
“누구한테?”
“사부님.”
설화가 유강을 돌아보았다.
사부님.
유강이 사부라고 부를만한 도를 쓰는 무인이 누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도를 쓰는 유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