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27화(230/319)
설화가 굉천과 짧게 스치는 순간, 온몸의 혈도가 틀어막혔다.
공력을 운용해 보려 하였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공력은 꽉 틀어 막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설화는 놀란 시선으로 굉천을 올려다보았다.
굉천의 손가락이 그녀가 든 종이를 톡. 가리켰다.
설화는 그제야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보았다.
새하얀 꽃잎에 보랏빛 수술을 가진 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었다.
다시 굉천을 바라보니 굉천이 먼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먼 산의 봉우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설화가 봉우리와 종이 속의 그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 꽃을 찾아오라는 건가요?”
굉천이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품속에서 바스락거리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설화가 기다리던 답신이었다.
‘이 꽃을 찾아오면 답신을 주겠다는 건가.’
공력을 쓰지 못하는 채로 산꼭대기에 있는 꽃을 찾아오라는 거지.
당연히 흘러넘치던 힘이 한순간 사라진 감각은 기이했다.
종이를 쥔 손이 그 낯선 감각에 잘게 떨릴 정도로.
그때였다.
[무엇 하는 짓이냐! 감히 본좌의 사람을 건드려?!]돌연 나타난 이무기가 굉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덥석.
굉천을 뒤따라 나온 구양도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이무기가 구양도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버둥 쳤다.
[이거 놓거라! 이 건방진 인간아!]“잠시 기다리게.”
[저놈이 설화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느냐! 이거 놓으래도!]“굉천에겐 내가 부탁하였네.”
[뭐라…? 네놈이 기어이 본좌와 생사결을 벌여야 성에 차겠더냐!]잔뜩 화내는 이무기를 보던 설화가 다시금 종이에 그려진 꽃을 바라보았다.
‘구양도 어르신의 뜻이라는 거지.’
구양도는 설화에게 호의적인 이다.
남궁무천과 이무기와도 연이 있고, 화산을 떠난 유강을 받아 준 자이다.
구양도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가 자신을 해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았다.
‘분명 뜻이 있을 것이다.’
현경의 고수는 이전 생의 설화도 도달해 보지 못한 아득한 경지다.
화경에 오르는 것만으로 천하가 달라 보이고 시야가 넓어질진대.
현경의 고수는 얼마나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겠는가.
설화가 종이를 품에 넣은 뒤 굉천을 향해 포권했다.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으나, 따르겠습니다.”
굉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그 길로 뒤돌아 암자를 나섰다.
가진 것이라곤 내공을 쓸 수 없는 몸과 검 한 자루 그리고 굉천의 그림뿐이었다.
“설화…!”
“저 아이를 위한다면 관여치 말거라.”
설화의 뒤를 따라나서려는 유강을 구양도가 제지했다.
유강이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공력도 쓰지 못하는 몸으론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 말거라. 굉천이 따르지 않았더냐.”
유강은 그제야 굉천이 어느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화가 암자를 나서자마자 그녀의 뒤를 따라간 것이다.
[이 고얀 놈들! 감히 본좌의 사람을…!]“이번 일은 그대 탓도 있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말하지 않았는가. 인간을 얕보지 말라고. 몸을 숨긴다고 한들 현경의 고수의 눈을 속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가.”
[…!]“어정쩡하게 숨기려 드니 나까지 온 것이 아닌가.”
소림사 방장의 서신을 받고 설화를 살펴본 굉천은 설화에게서 어렴풋이 이무기의 기운을 느꼈다.
혈의 기운은 아니지만 무언가 숨기는 힘이 있는 아이를 믿고 소림사로 내려보낼 수는 없었다.
굉천은 구양도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구양도가 이무기와 연이 있음을 아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확인하였으면 된 것이 아니더냐? 혈도를 틀어막은 건 왜냐?]“저 아이는 그대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네. 이무기인 그대가 고작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화산에 있을 당시, 구양도는 이무기와 수도 없이 힘을 겨루었다.
이무기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구양도가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힘을 가진 영물이었다.
그런 이무기가 한 어린아이에게 갇혀 고작 살찐 뱀의 모습으로 존재하며 구양도의 손아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힘을 주었다면 응당 쓰는 법도 알려 주었어야지. 그대가 일러 주지 않으니 우리가 나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알려 주었다. 깨닫는 것은 저 아이의 몫일 뿐이지.]“보나 마나 지나가는 말로 알려 주었겠지.”
[저 아이는 영리하니 알아들을 것이다.]“그럴지도 모르지. 하나….”
구양도가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가 긴 침묵 끝에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네.”
[무슨 시간?]“자네가 선택한 아이는 남궁의 아이네. 자네가 남궁의 편에 선 이상, 자네의 힘을 이용해야겠네.”
머지않아 이무기의 힘이 필요해질 날이 올 것이니.
“자네의 그릇을 지키기 위함도 되는 일이니, 그리 분통해하지 말게.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곧 죽을 인간처럼 말하는군.]구양도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만한 각오를 다져야 하는 일이 있다고 해 두지.”
[한데 왜 네가 아니라 저 승려가 가르치는 것이더냐? 네가 저 승려보다 강할 터인데?]“굉천은 나와 다르게 스스로 올라섰네.”
이무기와의 잦은 대련으로 깨달음을 얻어 현경에 오른 자신과는 달리 굉천은 혼자의 힘으로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
현경의 경지에 오른 것이 불과 보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깨우침은 고뇌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구양도는 굉천이 자신보다 남궁설화를 잘 가르치리란 것을 의심치 않았다.
“난 사부 노릇과는 거리가 멀지.”
[그런 것 같군. 그새를 못 참고 사부의 말을 거스르는 네놈 제자를 보니.]구양도의 시선이 어느새 멀어진 유강을 향했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남궁설화의 뒤를 쫓아간 것이다.
숲속으로 사라지는 제자를 보며 구양도가 나직이 읊조렸다.
“남궁설화라….”
건방진 제자놈이 잠꼬대 중에도 읊조리던 이름의 주인이 저 아이라는 말이지.
‘나를 알아보고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하던 모습은 썩 괜찮았나.’
흠. 남궁설화라.
* * *
헉…허억…헉….
굉천이 오르라 하였던 산은 돌로 이루어진 가파른 산이었다.
설화는 오로지 외공에만 의지해 높다란 절벽을 올라야 했다.
‘외공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이 정도로 숨이 차네.
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