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0)_2
“!”
설화가 잡은 돌부리가 힘을 잃고 바스러졌다.
설화의 몸이 힘을 잃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카드드득…!
황급히 붙든 벽면을 따라 손이 쓸려 내려갔다.
손톱이 부서져 피가 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꽉 다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기어이 미끄러지는 속도가 줄어들었을 때, 설화는 디딤돌을 박차고 뛰어올라 가까이에 있던 나무를 붙잡았다.
“하…하아…하….”
설화가 나무에 매달린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 아래는 컴컴한 어둠만이 가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윽….”
벽을 붙잡고 미끄러진 손이 욱신거렸다.
뼈가 부러진 것인지,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설화는 거친 숨을 내쉬며 산의 정상을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위도 마찬가지였다.
탁. 타악―
다시금 디딤돌을 찾아 몸을 안정적으로 고정한 설화는 옷자락을 찢어 오른손을 동여맸다.
건드리기만 해도 격한 고통이 머릿속을 날카롭게 찔러왔다.
앙다문 입이 파르르 떨릴 정도의 고통.
“….”
손을 전부 동여매 손가락을 고정한 설화는 다시금 산의 정상을 바라보았다.
문득 섭무광이 떠올랐다.
사부님도 내공을 잃었을 때 이렇게 무력한 느낌이었을까.
아무렇지 않게 뛰어오르던 곳이 이렇게나 아득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영물이랑 싸우신 거 정말 대단한 거였네.’
존경스럽다. 우리 사부님.
턱― 터억.
설화는 다시금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저 절벽의 끝에 언제고 도달할지는 알 수 없었으나, 포기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섭무광의 검이 끝내 영물의 목을 벤 것처럼, 자신 역시 반드시 정상에 도달하고 말리라.
다시금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산을 올랐다.
* * *
“다녀…왔습니다….”
설화가 굉천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안에는 굉천의 그림에 그려진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아침이었다.
구양도가 마당 한편에 서 있었고, 이무기는 그의 어깨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유강 역시 한쪽에 서서 걱정되는 시선으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엔 나뭇잎과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굉천은 설화가 가져온 꽃을 받은 뒤 그녀의 손에 또다시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붉고 작은 열매가 다발로 매달린 나무의 가지였다.
굉천이 또 다른 방향의 산을 가리켰다.
설화는 군말 없이 종이를 품에 넣었다.
“그럼 다녀오겠….”
인사를 하고 돌아 나서려는데, 굉천의 손가락이 설화의 이마를 짚었다.
후욱―
“!”
그 순간, 설화의 눈앞이 컴컴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이무기의 힘을 사용해도 좋다.”
어둠 속에서 굉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보지 못하며 듣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