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29화(232/319)
법공은 오늘도 전각 위에 올라 숭산의 먼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남궁설화를 사부님께 보낸 지 보름이 지났다.
애초에 이리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사부께 부탁드린 것은 혈의 기운의 여부뿐이었고, 그것만 확인된다면 내려보내 달라 하였다.
‘아이들을 보내 확인해야 하는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본래 굉천은 암자에 은거한 이래 10년간 단 한 번도 본사로 내려오지 않았다.
한데, 달포 전 돌연 본사에 내려와 제자들을 살피더니 소림사 내에 숨어 있던 간자들을 색출해 내었다.
그 후 곧바로 다시 암자로 들어가긴 하였지만.
‘간자들을 색출하시곤 본인도 놀라시는 눈치셨지.’
그 이후 법공은 간자들의 배후를 조사하여 그들 뒤에 화오루라는 주루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
간자들 중 오랜 시간 본사에 몸을 담았던 터라 죄책감을 가진 이들이 실토한 것이다.
하나, 중요한 정보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에게 금제가 걸려 있는 탓이었다.
‘사부님께선 대체 그들의 존재를 어찌 아셨단 말인가.’
그리고 어째서 남궁설화를 돌려보내지 않으신단 말인가.
‘이 자리에 앉아서도 사부님의 깊은 뜻은 알 도리가 없구나.’
그때였다.
누군가 방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 법공의 모습이 지붕 위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윽고 방장실 안에서 들어오라 이르는 법공의 대답이 들려왔다.
* * *
탓- 타닥- 탓!
설화의 신형이 빠르게 가파른 절벽을 뛰어올라 갔다.
그녀의 눈은 두꺼운 천으로 동여 묶인 채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눈이 가려진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이제 알겠어.’
눈을 가리니 시각 외의 다른 감각들이 예리해진다.
귀까지 막으면 예리함은 극에 달했다.
처음에는 기운을 퍼트려 주위의 지형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걸렸으나, 감각의 날이 설수록 기감 역시 더욱 예민해졌다.
공력을 느끼는 감각이 발달한 것이다.
이제 설화는 운기를 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내공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도 빨랐지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이 익숙해졌군.”
탁-.
설화가 봉우리 위에 올라섰다.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자, 이미 봉우리에 도착해 있던 구양도가 보였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은 쓸 만해진 느낌입니다.”
“그놈의 부족하다는 소리 좀 그만하거라. 얼마나 하여야 네놈의 기준을 만족할 수 있겠느냐.”
“어르신들께서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무기는 제게 갇힌 것이 아닌 공생의 관계라고요.”
“하였지.”
“그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 말거라.”
구양도는 요 며칠 남궁가의 아해를 가르치며 두려워진 것이 생겼다.
바로 ‘세 치 혀’다.
이 만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남궁의 아해는 세 치 혀를 잘 놀려서 기어이 원하는 것을 얻고야 말았다.
그 차분하던 굉천마저도 끙끙거리고 머리를 싸맬 정도로 놀라운 혀였다.
“공생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다지 않으냐.”
“그 말은 이무기 역시 저와 같이 스스로 의지를 갖고 힘을 쓸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요?”
“당연하다.”
방금까지 곤란해하던 구양도의 표정이 설화의 말에 단숨에 진지하게 뒤바뀌었다.
“이무기는 네게 힘을 주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하면….”
“이무기는 이무기다.”
“…!”
이무기는 이무기. 그 말은 곧….
“이무기가… 싸울 수 있다는 말인가요?”
지금까지처럼 그저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싸울 수 있다고?
‘하지만 뱀의 모습으로는 힘을 내기 쉽지 않을 거야.’
크기도 작을뿐더러 본래의 모습이 아니니까. 사실상 뱀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힘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설화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현신(現身)이 가능한가요?”
구양도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휘어졌다.
대답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불가하느니라.”
설화가 뒤를 돌아 굉천을 향해 포권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굉천에게 대답을 빼앗긴 구양도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물었다.
“내 제자는 어디 두고 혼자인가?”
“폭포 아래에서 수양 중이네.”
“수련 중인 놈을 혼자 두고 왔다는 겐가? 내 제자가 근골이 튼튼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굉천이 피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요즘 아해들은 왜 이리 독기가 가득한 것인지. 그만 하래도 한 시진은 더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군. 먼저 가라기에 두고 왔네.”
“…그렇군.”
지독한 놈.
“이만 내려감세. 손님이 올 모양이네.”
굉천이 설화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하던 이야기는 내려가서 마저 하자꾸나.”
“네. 스님.”
* * *
며칠간 설화는 구양도와 굉천에게 하단전의 내공을 상단전과 같이 틀어막는 법을 배웠다.
두 가지 공력이 공존할 수 없으니, 충돌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이전과 같이 이무기가 공력을 꺼내 주어야만 쓸 수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힘을 설화의 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였다.
암자로 돌아와 물을 한 바가지씩 마시고 난 뒤 굉천은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이무기가 현신하기 위해선 상단전이 열려 있어야 하나, 너는 상단전을 열 수 없으니 불가하느니라.”
“이무기가 상단전을 열어 힘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구양도가 대답했다.
“그저 내공을 일부 빼내는 것과 현신은 다르다. 이무기가 현신하여 힘을 사용하게 되면 네 상단전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
“상단전을 억지로 열어 놓게 되면 버티지 못할 것이니라.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느니라.”
때마침 쉭, 쉭, 소리가 났다.
어느새 마루 위에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설화가 이무기를 바라보았다.
오로지 자신만을 향해 있는 검고 작은 눈동자를.
“…아쉽네요.”
“아쉬우면 빨리 강해져라. 네가 상단전을 열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으냐.”
설화가 구양도를 바라보았다.
상단전을 연다는 것은 두 사람과 같은 현경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
아직 화경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자신에게 별것 아닌 일이라는 듯 하는 말에 설화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