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30화(233/319)
“식사 준비하려면 좀 남았는데 벌써 와 계시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암자에 들어서던 유강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가 들고 있던 웃옷을 툭, 떨어트렸다.
놀란 것은 유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4년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으나 자신과 가장 가까이 지냈던 유강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사….”
유표를 사형이라고 부르려던 유강이 아차, 하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은 이제 화산을 나왔으니, 화산의 제자도 아니고 유표의 사형제도 아닌데.
그럼 이제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시선을 떨군 채 잠시 고민하던 그가 정중히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매영검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매영검은 유표의 별호였다.
거리를 지키면서도 예의를 차린 인사였으나 유표의 표정은 착, 내려앉았다.
두 노고수에게 양해를 구한 유표는 유강의 앞으로 척, 척, 척, 걸어갔다.
굉천은 미소만을 띤 채 그들을 지켜보았고, 구양도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유강에게 다가간 유표가 주먹을 쥔 손을 휙 들어 올렸다.
유강은 시선을 내렸다.
유표가 자신에게 실망한 것도 당연하다.
화산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자신을 가장 끈질기게 말린 이가 바로 유표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형제들과 화산 어른들 누구도 네가 떠나지 않기를 원한다며 말해 주었다.
노문의 일은 네 책임이 아니라며.
“….”
유강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런 그에게 자신은 어떻게 했는가.
혹여 붙잡을 것이 걱정되어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화산을 도망치듯 떠나왔다.
그러니, 화나는 것도 당연….
툭.
“…?”
“오랜만이다, 유강아.”
유강이 눈을 뜨고 유표를 바라보았다.
한 대 치리라 생각하였던 그의 손은 제 팔뚝에 닿아 있었다.
“잘 지냈냐? 이야, 화산을 떠나더니 더 훤해진 것 같다?”
“…유표 도장….”
“도장이 뭐냐, 도장이? 우리 사이에 정 없게. 형님이라고 불러라.”
유표가 킥킥 웃으며 유강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유강의 얼빠진 얼굴이 그의 손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형…님?”
“그래! 좋네! 하하하!”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린 유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강의 어깨를 툭, 쳤다.
“보고 싶었다. 어찌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
“…죄송…합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떠나서요.”
“이리 건강한 모습으로 보았으니 됐다.”
두 사람의 재회를 지켜보던 설화는 저도 모르게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표 성격상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였는데, 다행히 두 사람 사이에 원망이나 미움의 감정은 없는 모양이었다.
유강과 유표의 짧은 해후가 끝난 후 설화는 유표와 함께 암자를 내려갈 채비를 했다.
“감사했습니다. 다시 뵐 땐 지금과는 다를 거예요.”
구양도가 팔짱을 끼곤 픽, 웃음을 흘렸다.
“그것참 기대되는 말이로군. 책임질 수 있겠느냐?”
“네. 자신 있어요.”
구양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검황이 썩 훌륭한 손녀를 두었군.”
설화는 이어서 굉천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방장 스님께 안부 전해 드리겠습니다. 묵언 수행을 끝내신 것도 말씀드릴게요.”
굉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입을 열었을 뿐 여전히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느니라. 괜한 혼란만 줄 뿐이니 방장에겐 그저 건강하라 전하거라.”
“네. 그러겠습니다, 스님.”
그리고 마지막은 유강과의 인사였다.
두 노고수들과 인사를 나눌 때는 자연스레 휘어지던 입꼬리가 유강의 앞에선 왜인지 올라가지 않았다.
설화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유강을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여기 계속 남을 거야? 어르신들께선 당분간 떠나신다는데.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유강이 눈썹을 착 내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을 기다려야지. 두 분이 돌아오셨을 때 내가 없으면 쫄쫄 굶으실걸?”
그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느꼈지만, 유강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내주신 숙제도 해야 하고.”
설화가 가르침을 받는 동안 유강 역시 두 노고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설화가 피나는 노력을 하는 데에 자극을 받은 유강이 두 노고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도 강하게 수련시켜 달라고 떼를 쓴 덕이었다.
설화는 그가 어떤 수련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자신만큼이나 고단한 수련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유강은 설화조차 놀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서신 해도 돼?”
“응.”
“잠시만.”
유강이 돌연 하늘을 향해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이윽고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양쪽 날개 길이가 족히 반 장(半丈_1.5m)은 되어 보이는 매 한 마리가 날아와 그들의 머리 위를 선회했다.
유강이 들고 있던 웃옷을 팔에 휘감고 내밀자, 매가 그의 팔에 내려앉았다.
“귀엽지? 얘 이름은 설매(雪梅)야. 내가 직접 길들였어.”
설매는 속눈썹이 길고 유려한 털을 가진 멋있는 외양의 매였다.
유강이 ‘잠시만.’이라고 양해를 구한 뒤 설매를 설화의 가까이로 들이밀었다.
“설매, 이 누이는 설화야. 남궁설화. 잘 기억해야 해. 앞으로 자주 오가야 하니까.”
설화를 탐색하듯 몸을 기울여 그녀를 살피던 설매가 돌연 설화의 볼에 머리를 슥, 스윽, 비볐다.
“아하하, 설화 네가 좋은가 봐.”
설화가 고개를 조금 빼서 설매를 보았다.
작고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 이게 어디서 친한 척이더냐? 내 인간에게 들러붙으려거든 내 허락을 받거라!
설화는 이무기의 견제를 뒤로하고 설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자 설매의 까만 눈이 살포시 감겼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어….”
도리어 유강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무기가 왜인지 왁왁 성질을 냈다.
유강이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하는 말을 들으며 설화는 웃음을 터트렸다.
* * *
[信]바스락.
믿을 신(信).
굉천이 보낸 답신에 적혀 있는 단 한 글자를 오랫동안 보던 법공이 서신 너머에 올곧은 자세로 앉아있는 설화를 바라보았다.
이 답신에 담긴 의미는 명확했다.
[믿거라.]혈의 기운이 없다는 말도, 의심할 만한 점은 없다는 말도 아닌 그저 믿으라는 대답.
이는 아이를 더 이상 의심하지 말라는 말보다도 더 큰 신뢰가 담긴 답이었다.
바스락.
법공은 서신을 고이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