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3)_2
따뜻한 찻물을 한 입 삼키곤 잠잠히 입을 열었다.
“그분의 별호를 들어 보았는가?”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듣지 못하였습니다.”
“무정패불(無情覇佛)이라네.”
설화는 조금 놀랐다.
정이 없고 거침이 없다는 의미의 별호는 자신이 만나고 온 굉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호였다.
예상하기로는 조금 더 차분하고 얌전한 느낌의 별호일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도 이해된다네. 무정하고 거친 것과는 거리가 먼 분이시지.”
“네. 조금 놀랐습니다.”
“하나, 젊을 때의 그분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그리 말하였지.”
굉천은 승려 같지 않다고.
손속에 자비가 없고 거침이 없는 성정이 부처님의 자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사부로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에도 그는 소림사 내에서 가장 무섭고 엄한 사부로 통하였다.
그에게 속한 제자 중 마지막까지 남은 제자는 고작 둘 뿐이었을 정도로.
그런 굉천이 변한 것은 두 명의 제자 중 하나가 계율을 어기고 파계한 이후부터다.
“사부님은 사람을 잘 믿지 않으시는 분이라네.”
또 다른 제자인 자신을 대할 때에도 넘을 수 없는 벽 하나는 끝내 품고 계신 게 느껴질 정도로.
“그런 분의 신뢰를 얻다니. 솔직히 말하면 부럽기도 하군.”
마음을 굳게 닫은 제 사부의 온전한 신뢰라.
보름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법공은 묻지 않았다.
그저 믿으라는 제 사부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자네가 원하는 것은 소림사가 남궁세가의 뜻에 동참하는 것인가?”
설화의 눈이 살짝 커졌다.
드디어 아무런 의심 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화는 굉천에게 속으로 감사하며 줄곧 하고 싶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4년 전 소림사가 화산파에게 대환단을 내어준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건 조금 곤란하다네. 본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 말일세.”
“!”
소림사의 명운이 달릴 정도의 일.
‘역시…녹옥불장이다.’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자네가 이미 알고 있다면 숨길 이유가 있겠는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그 물건을 받기로 하여 대환단을 내주신 것이고요.”
법공이 침묵했다.
그 침묵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설화는 점점 자신의 예상이 맞아 간다는 것을 느꼈다.
녹옥불장 정도의 신물이라면 대환단을 내주기에 충분하니.
“제가 그 물건 찾는 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장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녹옥불장은 이미 혈마의 손에 있을 테니.
하나, 설화는 가능하다면 이 일에 관여하고 싶었다.
‘본래는 물건을 찾아 주는 조건으로 무림맹 결성에 힘을 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법공은 이미 남궁무천의 뜻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무림맹 결성은 예상과는 다르게 큰 문제 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다만.
‘소림사의 전력이 소실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해.’
소림사가 무림맹에 동참하기로 한 이상, 소림사의 전력이 혈교의 손에 휘둘리는 것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
“제게 그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해 주신다면 저 역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소림사의 일을 그토록 염려해 주니 고맙군. 하나, 자네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네.”
오해하고 있는 것?
“우리가 찾는 것은 물건이 아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