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31화(234/319)
설화가 설핏, 미간을 찌푸렸다.
물건이 아니라고? 어째서?
“단도직입적으로 여쭈어도 될까요?”
법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사가 잃어버린 것이 녹옥불장이 아닌가요?”
“아닐세.”
“…!”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어찌 녹옥불장이라 생각한 것인가?”
“화오루에 있을 때… 루주가 녹옥불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지난 생에 보았던 거지만.
‘그럼 녹옥불장은 법공이 죽고 난 이후에 빼앗긴 건가?’
“애석하게도 틀렸네. 녹옥불장은 우리 본사가 잘 간직하고 있다네.”
“다행입니다.”
“고맙네.”
“하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요?
묻고 싶었으나, 물을 수 없었다.
혈기가 없음을 확인했다 해도 소림사의 명운이 걸린 일을 고작 세가의 아이인 자신에게 말해 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
“자네의 대답 여하에 따라 자네의 제안을 숙고해 보겠네.”
잃어버린 것에 상응하는 정보를 내놓는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이었다.
‘단칼에 거절당하지 않아 다행이야.’
그래도 설득할 기회가 있구나.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다시 한번 법공을 실망시킨다면 지금의 신뢰마저 잃게 될 터였다.
잠시 고민하던 설화가 입을 열었다.
“녹림투왕.”
법공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그가 굉천 스님의 옛 제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법공은 녹림투왕의 옛 사형제.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 중 하나를 내보여야 한다면, 이것만큼 그를 놀라게 할 정보는 없다.
“그곳에 있을 때 들은 정보예요. 이것 외에도 여러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알아요.”
“….”
“중요한 건 화오루가 간자를 심어 둔 곳이 비단 소림사 뿐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중원에 알려지지 않은 소림사 내부의 일을 화오루가 알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얼마 전까지 소림사엔 간자가 숨어 있었으니.
다만, 그것이 소림을 넘어 중원 세력들에게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여타 세력들은 화오루의 존재를 아는가?”
“남궁세가와 화산파는 알고 있습니다.”
“하면, 무림맹을 결성하려 하는 것이 혹 그 이유 때문이던가?”
“네.”
“그렇군.”
법공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무언가를 고심했다.
‘화오루와 무림맹, 남궁세가.’
그리고 남궁설화라.
남궁세가와 화산파가 화오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건 남궁설화가 알려 준 덕분일 것이다.
화오루를 배신하고 남궁으로 돌아간 후 가장 먼저 화오루의 간자들을 처리하였을 테니.
화산파가 알게 된 계기도 남궁설화가 대환단을 빼돌린 일과 연관이 있을 터다.
화산파는 대환단을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남궁설화를 쫓았으니.
거기에 이어 화오루에 대항하기 위한 무림 연맹의 결성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말은 곧.
‘결국 남궁설화가 남궁세가로 돌아갔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단 말이지 않은가.’
법공이 제 맞은편에 앉은 남궁설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신(信)’
사부님은 남궁설화의 이런 모습까지 내다보시고 믿으라고 하신 것일까.
“스님.”
“말하게.”
“이 무림에서 화오루의 세력을 가장 속속들이 아는 이는 저일 겁니다. 금제가 풀리면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니….”
“그만, 되었네.”
법공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화산파 노문을 믿었다가 큰 손해를 당한 일이 있었기에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하나, 굉천의 답신과 간절함이 느껴지는 남궁설화의 눈빛이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좋네.”
“!”
“하나, 이곳에서 들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발설해선 아니 되네. 누구에게도.”
“알겠습니다.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시금 긴 한숨을 내쉰 법공은 방장실 주위로 기막을 둘렀다.
설화가 느끼기에도 빽빽하고 단단한 막이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이미 말했듯이 물건이 아니네.”
“하면… 무엇입니까?”
“시신이네.”
“…시신…이요…?”
설화는 표정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누구의 시신인가요?”
“법명은 계원(戒員). 선대 방장 스님의 시신이네.”
선대 방장.
‘계(戒)라면….’
지금의 방장인 법공, 그 위가 전대 방장인 굉천 그리고 그 위의 배분이니, 전전대 방장이라는 얘기다.
‘사라졌다는 게… 전전대 방장의 시신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선대 방장의 시신이라면 지금까지 소림사가 보인 반응들이 이해된다.
선대 방장의 시신은 배분과 인의를 중시하는 소림에게 있어선 녹옥불장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테니.
“4년 전, 본사는 시신을 되찾아 주겠다던 노문의 말을 믿고 대환단을 내주었네. 하나 결과는 자네도 알겠지.”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하신 거군요.”
화산파에 시신을 내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 시신을 여전히 찾고 계시는 거고요.”
“그렇다네.”
설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생에 소림사가 어째서 그렇게 시신을 되찾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아.’
혈교에서 시신을 다루는 이는 대표적으로 두 사람이다.
하나는 사(四) 혈주.
다른 하나는 혈마의 심복 중 하나인 일(一)월.
그중 시신을 강시로 만들어 제 부하처럼 부리는 이는 일월로 죽음을 다루는 월, 망월(亡月)이라 불리는 월이었다.
‘만약 소림사에서 선대 방장이 강시로 부려지는 것을 보았다면, 혈교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물러설 수 없었을 거야.’
어쩌면 눈이 돌아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었을 수도 있고.
이제야 소림사의 반응이 이해된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어쩌면, 조만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법공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인가?”
“네. 확실치는 않지만….”
설화가 법공을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도와드릴 일이 없지만, 소식이 있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 역시 약조한 대로 정보를 공유해 주겠네. 계원 스님의 시신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 소림은 무엇이든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게.”
대환단을 내줬던 것만으로 그 말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었다.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무림맹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려던 그때.
‘잠깐.’
설화의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갔다.
덜컹―!
“소저?”
설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