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34화(237/319)
* * *
구양도가 모든 공력을 끌어올렸다.
남자를 죽이기 위해선 제가 가진 공력을 폭발시켜 남자와 함께 자멸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화오루를 치러 갈 때만 하여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무림을 위협하는 이런 괴물 같은 자를 데려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죽음이 아니겠는가.
무인으로서, 수많은 무인들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이 되리라.
구양도는 망설임 없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퍼엉―
“컥….”
구양도의 몸이 힘을 잃고 늘어졌다.
공력을 채 움직이기도 전에, 남자의 손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귀찮은 짓을 할 때가 되었으니 이만 자고 있거라.”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읊조렸으나 구양도는 이미 들을 수 없었다.
후우우웅―
검붉은 혈기가 남자의 손과 구양도의 머리를 에둘러 쌌다.
후우우우….
구양도의 태양빛 공력이 백회혈을 통해 남자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사(生死)를 나눈 정이 있으니 편히 보내 주마.”
남자는 제게로 넘어오는 찬란한 빛의 공력을 무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구양도의 공력은 남자의 혈기와 맞닿는 순간 언제 극양의 기운을 품고 있었냐는 듯이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공력에 뒤섞여 혈기 역시 빼앗겼다.
공력이 남자에게 흡수되는 만큼 구양도의 몸은 조금씩 말라 갔다.
그때였다.
후욱―
“….”
남자가 오른편을 바라보며 구양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구양도의 몸이 공중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남자는 제게 날아온 흑빛의 강기를 손으로 막아냈다.
콰앙―!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 어둠보다도 더 어두운 칠흑의 공력을 두른 가면인이 검을 든 채 허공에 떠 있었다.
남자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무영마신이 아니신가.”
* * *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거라. 네가 죽을 수도 있다지 않으냐! 공력을 넣는 것과 빼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이무기의 격렬한 반대에도 설화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탓― 타닷―
설화는 화오루로 향했다.
구양도와 굉천이 그들에 관해 아는 정보는 화오루 뿐일 테니, 그곳을 먼저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창 주루가 붐빌 시간이었음에도 화오루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시선을 피해 지하 본거지로 통하는 입구를 확인해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여기저기 부상자들이 많이 보였고, 채 가시지 못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후의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이 다녀가신 건 확실하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이전 생에 습격자가 쳐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설화는 남궁세가와의 대치로 안휘에 있었기에 보고만 받았었다.
주요 인력들은 설화처럼 자리를 비워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침입자들도 해치웠다는 보고였다.
‘그게 이 시기였어.’
그 침입자들이 어르신들이었다면….
설화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경의 고수끼리 교전을 벌였다면 일대가 이렇게 멀쩡할 리 없다.
‘자리를 옮긴 거야.’
그렇다면 그리 멀리 가진 않았을 것이다.
현경의 고수들의 싸움은 기운의 파장 역시 클 테니, 기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면 찾을 수 있다.
탓-
설화는 곧장 움직였다.
부디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 * *
사흘.
세 사람을 찾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산과 깊은 계곡이 많은 운남의 복잡한 지형 탓에 세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설화는 마침내 그들을 찾아냈다.
쿠우웅-
거친 숨을 고르며 설화는 거대한 힘의 파장이 느껴지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어르신이 살아 계신다.
쿠구구궁-!!
번개가 치듯 하늘이 번쩍이고 교전의 여파로 이곳까지 땅이 흔들렸다.
현경의 고수들의 교전.
적어도 10리는 떨어져 있는데도, 세 사람의 기운에 피부가 저릿저릿했다.
저곳에 혈마가 있다.
그 사실을 곱씹으니 손끝이 저리고 몸이 주체할 수 없이 잘게 떨려왔다.
설화의 본능이, 이전 생의 기억이 각인된 두려움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내 말 듣고 있는 것이더냐? 나는 싫다. 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이무기는 여전히 끈질기게 설화를 말리고 있었다.
[보아라! 떨고 있지 않으냐! 네가 저곳에 뛰어들면 넌 죽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설화가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설화도 알고 있었다.
고작 화경의 고수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한 자신이 전투에 뛰어들어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하지만.
“하지 않으면 나는 반드시 죽어.”
가지 않으면, 두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네가 지금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우선 살아서 다른 방법을 찾거라. 필시 이전과는 다른 방법이…!]“이기려면, 어르신들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일이 반복될 거야.”
현경의 고수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도 그들의 죽음을 묵인할 순 없다.
지금 당장은 패배한다고 할지라도 작금의 무림에 혈마에 대적할 힘을 가진 이들은 두 사람뿐이다.
“어르신들을 구한다면, 네가 천하를 구하는 거야. 이무기.”
[나는 천하 따윈 관심 없다. 말하지 않았더냐. 나는 네 바람을 이루어 주려는 것뿐이다.]“내 바람이, 천하를 구하는 거야.”
천하를 구해야만 가족들과 살 수 있어.
평범하게 웃음으로 가득한 날들을 살기 위해선, 방법은 그뿐이다.
이무기는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존재였다.
남궁설화의 소박한 꿈으로 향하는 길은 그 누구보다 험난한 길임을.
[내 이럴 줄 알았다면 구양도의 입을 틀어막았어야 했다.]현신을 고려조차 하지 못했던 예전이었다면, 이런 무모한 짓은 벌이지 않았을 터인데.
[고얀 것….]* * *
타닷― 타악―!
설화는 추락하는 구양도를 굉천이 낚아채는 것을 확인하곤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혈마.
지독히도 잔인하고 끈질긴 악연.
한때는 제 사부였으나 마침내는 원수가 되어 버린 남자.
“무영마신이 아니신가.”
그 남자가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맞이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혈기의 기운이 4년 전보다도 짙고 깊었다.
혈마는 거기서 더 강해졌다. 고작 4년 만에.
그 사실이 설화를 절망하게 했다.
4년을 아등바등 힘을 키웠는데, 그 또한 성큼 멀어졌다는 생각에.
하지만 지금은 절망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어르신들을 살려야 한다.
“그대를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지.”
혈마는 살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살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자이니 경계를 늦춰선 안 됐다.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