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36화(239/319)
찾아온 사람은 소림사 방장, 법공이었다.
유강의 말에 의하면 법공은 굉천이 소림사로 내려간 이후 매일 같이 의원과 함께 암자에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구양도와 설화의 상태를 살피고 약재를 주기 위해서였다.
소림의 의원은 유강과 구양도의 상태를 살피러 가고 설화는 법공과 마주 앉았다.
“이리 무사히 깨어나 다행이네. 의원이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 하여 걱정하였는데 말이네.”
“이렇게 직접 신경 써 주셔서 놀랐어요. 이런 일은 제자들을 시켜도 될 일이 아닌가요?”
“은인을 허투루 모실 수야 있겠는가.”
“은인…이라뇨?”
“사부님께 전후 사정은 들었네. 화오루의 세력과 충돌이 있었고, 자네가 두 분을 도왔다는 것 말이네.”
굉천이 혈마와의 일을 일러준 모양이었다.
“사부님께선 본사에서 치료받고 계시네. 자네와 어르신을 제자들의 눈을 피해 모시고 올 수 없어 그리되었으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말게.”
“소림사의 제자들에겐 말하지 않으신 건가요?”
“최근 본사 내에 흉흉한 일이 있어 이미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라네. 혼란만 가중될 것 같아 제자들에겐 말하지 않았다네.”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설화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오랜 기간 은거해 온 구양도의 존재를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을뿐더러, 법공의 말대로 실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적의 무력은 제자들의 혼란과 불안만 가중할 뿐이었다.
“혹시 다른 말씀은 없으셨나요?”
“자네나 구양도 어르신께서 깨어나면 전해 달라 하신 것 말고는 없다네.”
설화는 굉천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설화가 혈마의 앞에 서기 직전, 돌무더기 아래에 묻혀 있던 굉천을 먼저 구해 주며 나눈 대화였다.
“스님,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남궁설화인 게 드러나면 안 됩니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설명해 드릴 테니 부탁드려요.”
“제가 저 남자의 시선을 끌 동안, 구양도 어르신을 데리고 여기서 멀리 피하세요. 저는 반드시 살아서 도망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무기의 힘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다소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굉천은 더 묻지 않고 설화의 말을 따라 주었다.
설화만 두고 도망친다는 것이 못내 걸리는 듯했지만, 반드시 살아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믿어 주었다.
‘무영마신의 모습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나 보네.’
굉천은 사도련주인 무영마신을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고 하여도 가면을 쓰고 정체를 감춘다는 것의 의미는 알 터.
마찬가지로 이무기에 관한 부분도 법공에겐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자네를 의심하였던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하겠네.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본사의 지고한 역사를 잃을 뻔하였네.”
“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닐세.”
법공이 병상에 앉아 있는 설화를 향해 가만히 반장했다.
설화가 조금 놀라 그를 만류하려는데, 반장한 채로 법공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는 충분히 과분한 일을 해 주었네. 본사의 뜻과는 별개로 한 사람으로서도 감사를 표하네.”
법공에게 사조와 사부인 계원과 굉천은 소림의 역사 그 이상의 존재였다.
소림사에 입문한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동경하였고, 닮고 싶었고, 목표이자 기준이 되었던 소림사의 하늘.
“녹림투왕이 쫓겨나고 사부께서 스스로 방장의 자리에서 물러나신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네.”
법공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방장의 재목으로 거론되던 이가 계율을 어기고 살생을 저지른 것은 아주 큰일이었지. 그와 함께 수학한 나까지도 의심을 피해 갈 수 없을 정도로 말이네.”
그가 시선을 들어 설화를 바라보았다.
그의 잔잔한 시선 속엔 평생 지우지 못할 아픔이 서려 있었다.
“그런 나를 지키기 위해서 사부께서 더 큰 짐을 지신 것이라네.”
굉천은 제자의 잘못은 곧 사부의 잘못이니 자신이 전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였지만, 법공은 알았다.
자신을 위해 부러 더 모든 책임을 떠안으셨음을.
“나는 아직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하였어.”
그것이 과연 갚을 수 있는 은혜일까.
아마 평생을 갚는다 하여도 불가능할 것이다.
은혜란 장부에 적어놓고 감해가는 빚이 아닌,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니까.
만일 굉천이 이대로 유명을 달리했다면 법공은 그 슬픔과 상실을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
비록 일선에선 물러났다지만 숭산에 남아 소림의 등 뒤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법공에겐 크나큰 힘이었으니.
“내 사부님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자네는 내 은인도 되는 셈이네. 하니,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주겠네.”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전 그저 어르신들께서 무사하시길 바랐을 뿐이에요.”
그들이 살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으니.
법공이 답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설화의 앞에 내밀었다.
“자네가 그리 나올 줄 알고 내 먼저 약소한 보답을 준비해 보았네.”
법공이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작은 상자와 손바닥의 반만 한 크기의 패였다.
설화는 상자를 보자마자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설화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법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환단이네. 본사에도 이제 몇 없는 진귀한 보물이지.”
“이건…너무 과합니다.”
“철부지 시절엔 부담 없이 취하지 않았는가. 이건 나뿐 아니라 소림사 모두의 뜻이니 편히 받게나.”
법공이 4년 전의 일을 농담 삼으며 대환단을 설화의 앞으로 밀었다.
“그건….”
당시엔 오로지 남궁세가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대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만 생각하였지, 대환단을 잃은 소림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지.
과거로 돌아온 직후엔 감정을 전혀 몰랐으니까.
“하면, 이건 4년 전에 가로채 간 대환단을 돌려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닐세. 본사에서 감사의 표시로 자네에게 주는 대환단이 두 개인 것이지.”
법공이 인자한 미소를 띠며 하하, 웃었다.
“하나는 4년 전에 이미 받아 갔으니 내 하나만 가져왔네.”
“하하….”
이렇게까지 강권하니 설화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것도 마저 받아 주게.”
법공이 상자 위에 패를 올려놓았다.
“장경각(藏經閣) 출입패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