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39화(242/319)
진소약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 청운은 먼저 의약당으로 향하고, 설화와 령은 외당으로 향했다.
외당의 객원 앞에는 죽립을 눌러쓴 사람이 외당주 남궁염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그들을 먼저 본 남궁염이 설화를 향해 포권했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남궁염과 마주 보고 서 있던 죽립인 역시 뒤를 돌았다.
돌아선 죽립인의 얼굴을 본 설화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죽립인의 얼굴 반쪽이 흉터로 가득했다.
심한 화상의 흉터였는데, 코를 중심으로 사선의 위쪽이 전부 그러했다.
감긴 양쪽 눈 역시 그 흉터에 포함되어 있었다.
‘맹인이야.’
그리고 여인이고.
다소 허름한 옷차림에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는 중년 맹인.
거리에서 만나면 걸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볼품없는 외양을 가진 그는 죽립으로 머리를 가린 데다 흉터 탓에 인상도 불분명했지만 여인이었다.
‘누구지?’
이전과 이번 생을 통틀어 설화는 이러한 사람을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었다.
한데 자신의 손님이라니?
남궁염이 맹인 죽립인의 곁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분께서 아가씨의 손님이라 하시어 연통을 드렸습니다.”
― 죄송합니다. 워낙 막무가내로 아가씨를 찾은 탓에. 혹여 아가씨의 손님이실까, 하여 완강히 제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전음하는 남궁염은 조금 난처해 보였다.
남궁의 방문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그로서는 정체 모를 방문인을 함부로 내쫓을 수 없었다.
특히나 이 맹인처럼 출신도, 관계도 알 수 없이 그저 본가의 직계를 거론할 때엔 더더욱.
본래는 객잔에서 기다리게 한 뒤 사람을 보내어 진짜 손님인지를 파악하는데, 지금은 객잔에 들이기도 전에 설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 어찌할까요, 아가씨.
설화가 맹인을 돌아보았다.
맹인은 그저 선선한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제가 모실게요. 가서 일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남궁염은 설화에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설화가 맹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남궁설화라고 합니다.”
“오오, 당신이 남궁설화로군.”
맹인이 스스럼없이 설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곧바로 령에게 제지당한 탓에 그녀의 손은 설화에게 닿지 못했다.
“조심하시오.”
“아아, 미안하오. 내가 눈이 보이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설화가 령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령이 한발 물러섰다.
“어떤 일로 오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혹시 내가 기억나지 않으시오?”
설화가 살풋, 미간을 찌푸렸다.
맹인의 말에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역시나 낯선 이였다.
“죄송해요. 제가 어릴 적 기억을 잃어서요. 저희, 구면인가요?”
“초면이긴 하오.”
맹인이 흘흘, 웃음을 흘렸다.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어보곤 초면이라니.
맹인의 말장난에 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 아가씨와 아는 사이인 척 뭐라도 얻어먹으려는 속셈인 듯한데, 그냥 몇 푼 쥐여 주고 쫓아 버리겠습니다.
남궁세가는 안휘를 넘어 중원 전역에 명성이 자자한 명문 세가.
그 위명에 기대어 무턱대고 찾아와 친분을 들먹이며 뭐라도 얻으려는 자들은 왕왕 있었다.
들러붙는 거지들 역시 적지 않고.
령은 맹인 역시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 아니야. 기다려 봐.
설화의 생각은 령과 달랐다.
설화는 다시 살핀 맹인에게서 어렴풋한 공력의 흔적을 느꼈다.
숭산에서의 수련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아주 미약한 기운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은 확실해.’
한데 공력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설화가 맹인 곁에 놓인 작은 보따리를 집어 들며 물었다.
“짐은 여기 있는 것이 전부인가요?”
령이 냉큼 짐을 받아 들었다.
당장에라도 내쫓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설화가 지켜보기로 한 이상 그녀의 뜻을 따라야 했다.
“짐은 왜 물으시오?”
“제 손님이시니 객원이 아니라 제 처소에 모시려 해요. 그편이 서로 편할 거예요.”
“날 감시하기에?”
“감시라뇨. 가당치도 않아요. 편의를 봐 드리기에는 편하겠네요.”
설화가 령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제가 잠시 의약당에 가려는 길이라 제 호위가 처소로 모실 겁니다. 먼저 가 계시면….”
“의약당은 무슨 일로 가시오?”
설화가 맹인을 일별하곤 말했다.
“…아픈 친구가 있어서 문안을 가려 합니다.”
“같이 가도 되겠소?”
“….”
“혼자 방에 가 있기엔 영 심심할 것 같은데….”
맹인이 제 귓가를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정체 모를 손님이면서 막무가내이기까지.
다소 무례한 행동이지만 잠시 고민하던 설화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령이 놀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나 설화는 태연하게 맹인에게 물었다.
“잡아드릴까요?”
“그래 주면 고맙고.”
“아, 아가씨…!”
령이 말리기도 전에 설화가 맹인의 곁으로 가서 그의 팔을 부축했다.
옷은 더럽고 맹인에게선 오랫동안 씻지 않은 냄새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맹인은 한 손으로는 설화의 부축을 받고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걸음을 옮겼다.
황당한 표정으로 앞서가는 설화와 맹인을 바라보던 령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 * *
“으윽…흑….”
소약의 흐느끼는 신음이 의약당에 흘렀다.
청운이 그의 몸에 공력을 흘려 넣고 초련이 고통을 줄여주는 향을 피웠음에도 소약의 고통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청운이 공력을 흘려 넣던 손을 떼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젠 공력을 넣어 주는 것도 크게 소용이 없는 듯합니다.”
다 타버린 향을 갈던 초련 역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소약을 돌아보았다.
소약의 발작이 반복될수록 발작을 일으키는 주기는 짧아지고 고통은 심해졌다.
절맥증을 완전히 치료하기 위해선 증세가 극에 달했을 때 기혈을 뚫어야 하기에 불가피한 과정이라지만,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제는 약도 잘 듣지 않는 상황.
지금으로선 소약이 이 시간을 잘 버텨 내길 바라는 수밖엔 없었다.
“절맥증은 쉬이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니까요. 설화 아가씨께서 치료법을 알고 계신 것이 이 아이에겐 천운이랍니다.”
“제 아비 곁에 두지 않은 것이 다행이군요. 이리 아파하는 것이 설화였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럴까요? 제가 아는 소가주님이시라면 누구보다 든든하게 버텨 주실 것 같은데.”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소가주님께선 설화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실 분이시니까요. 아픈 아이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이실 분이 아니시죠.”
“…그리 말해 주니 감사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