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0화(243/319)
“문제?”
“영약이 필요해요. 좋은 것으로요.”
초련이 소약을 돌아보았다.
“지금 저 아이 상태로는 개정대법을 받는다고 해도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체력을 키워오긴 했지만, 절맥 탓에 워낙 몸이 약하니까요.”
발작이 지금보다 심해지면 소약의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기혈을 타동하고 비틀어진 균형을 잡아 주면서 동시에 충분한 공력을 채우려면….”
웬만한 영약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이건 남궁무강의 공력과는 관계없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소약의 절맥증을 고치기 위해 충분한 공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설화 역시 알고 있던 바였다.
그것이 설화가 서둘러 남궁세가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이무기의 공력을 영단 대신 이용한다.’
그것이 본디 설화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무기에게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거겠지.’
혈도가 회복되면 돌아오겠다는 이무기는 보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본가에 도착하기 전까진 나타나지 않을까 쉽게 생각했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현신 한 번에 혈도가 그리 많이 상했던 것일까?
아니면 혈마와의 싸움에서 이무기가 크게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예상보다 늦어지는 이무기의 복귀에 걱정되었으나, 소식을 알 방도가 없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흐으윽….”
소약이 또다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발작이 또 시작됐습니다. 우선 공력을 조금 더 흘려 넣을 테니, 향을 좀 더 피워 주시지요.”
“네. 그럴게요.”
청운이 소약의 몸에 공력을 흘려보내고, 초련이 향을 피우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잠시만요, 아가씨.”
입구 근처 서랍에 정리된 향을 가지러 가는 초련에게 길을 비켜 주며 설화는 고민했다.
‘이무기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된 이상 영약이 필요한데….’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본가로 돌아오는 길에 이전 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는 영약을 구해 올걸.
본가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영약이 있던가?
지금이라도 하오문에 물어볼까?
정 안 된다면 대환단이라도….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기척도 없이 거칠게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왔다.
“어이쿠, 뭐야? 뭐 이리 사람이 많아?”
섭무광이었다.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예상치 못한 사람 수에 놀라 주춤, 뒷걸음쳤다.
령이 섭무광에게 포권했다.
방 안의 기척을 전혀 읽지 못하고 문을 열어버린 것이 머쓱해진 섭무광은 조금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그래. 오랜만이네.”
섭무광이 목을 빼어 방안을 살폈다.
이윽고 맹인의 뒤편에 서 있던 초련을 발견한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어- 거기.”
분주하게 향을 챙기던 초련이 섭무광을 흘낏 보곤 괜스레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긴 또 무슨 일이세요?”
그러나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휘어졌다.
“또 손가락 베이셨어요? 어디가 욱신거리세요? 아니면 배탈? 그런 건 다른 의원들에게 보이시라니까요.”
“무,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 …오늘은?”
섭무광이 민망한지 스읍, 하며 시선을 돌렸다.
“어, 꼬맹이?”
뒤늦게 설화를 발견한 섭무광의 눈동자가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설화도 미소 지으며 그에게 포권했다.
섭무광이 손짓과 입 모양으로 맹인을 가리키며 ‘누구?’하고 물었다.
“제 손님이세요.”
섭무광이 나직이 ‘그렇고만.’ 하며 읊조렸다.
초련이 챙기던 향을 마저 챙기며 말했다.
“아무튼,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다시 오세요. 이따가 봐 드릴게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섭무광이 맹인에게 ‘실례하겠소.’ 하며 비집고 들어와 초련의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그의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였다.
“이게 뭐예요?”
“백호의 내단이다.”
상자를 열려던 초련이 놀란 눈으로 섭무광을 바라보았다.
설화와 청운, 령도 놀라서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섭무광이 뒷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좋은 영약이 필요하다며? 그리 강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쓸 만할 거다.”
“대주님 이건….”
“나한테 쓸모도 없어. 알잖냐.”
섭무광이 소약을 돌아보았다.
“사람 목숨 하나 살릴 수 있으면 그게 제일 값지게 쓰이는 거지.”
영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초련을 통해 들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공을 잃었다고 해도 영물의 내단은 살아생전 한 번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귀한 보물.
초련은 쉬이 받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냐?”
섭무광이 큭큭, 웃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무마하려 했다.
초련은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 못해 넘치죠.”
“그래. 잘 쓰고.”
섭무광이 초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설화에게 다가갔다.
“이 제자놈아. 잘 다녀왔느… 야, 너 또 팔은 왜 이래?! 너 또, 또, 귀한 줄 모르고 막 굴렀지? 엉?”
“아니에요. 이건….”
아옹다옹하는 설화와 섭무광의 뒤로 초련은 내단이 든 상자를 꼭 쥐었다.
그녀의 표정에 슬픔이 머물렀다.
* * *
섭무광이 가져온 백호의 내단으로 준비는 끝났다.
이제 때가 되어 개정대법만 받으면, 소약의 절맥증은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
쩝. 쩝.
“으음― 맛있고만, 아주 맛있어.”
설화는 제 앞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집어 먹는 맹인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맹인은 정말로 걸인이라도 되는 양 음식을 마구 집어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다과가 차려지고 나서야 맹인은 제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아이고, 잘 먹었소. 오랜만에 이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못 볼 꼴을 보였소.”
“음식이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안 맞을 리 있겠소? 이런 대 명문세가의 숙수이니 실력도 뛰어나겠지.”
“과찬이세요.”
“과찬은 무슨.”
맹인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다과를 집어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설화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았다.
“한데 말이오. 아까 그 애는 누구요? 당신 동생이오?”
“본가의 사람은 아닙니다.”
“남궁세가 사람이 아니라고? 한데 왜 남궁세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요.”
설화가 제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차근히 말을 이었다.
“저 아이는 음양대절맥이라는 절맥증을 앓고 있어요. 치료하기 위해선 많은 돈과 영약 그리고 고수의 손길이 필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