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2화(245/319)
그로부터 이틀 뒤.
대발작의 징조로 소약의 얼굴에 푸른빛이 번지기 시작하더니 이른 아침, 피거품을 물며 숨이 넘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전부터 소약의 곁을 지키던 남궁무강은 곧바로 소약에게 백호의 내단을 먹인 뒤 개정대법을 시작했다.
후우우우-
“끄으윽… 끄아아악!!”
완전히 뒤틀린 경맥을 바로 잡는 데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초련뿐만 아니라 신의까지 자리를 지켜 주었고, 가문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렸다.
“끄아악! 아아아악!!”
“오빠… 흐윽…. 소약이… 어떡해애….”
화린은 개정대법을 치르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웅이 그런 화린을 계속해서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이겨낼 거야. 소약이는 강하니까 이겨낼 거야.”
설화 역시 두 사람과 같이 의약당 밖에서 개정대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소약의 대발작을 오랜 시간 기다려 왔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소약의 치료는 이전 생엔 없던 일이고, 그렇기에 설화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설화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버텨, 진소약.’
여기서 죽지 마.
지난 4년간, 맹등호는 수로채의 총채주가 되었다.
맹등호가 이끄는 귀영채는 혈사채를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 갔고, 열여덟 개의 수로채 중 열한 채를 굴복시킨 맹등호는 당당히 총채주의 자리에 올랐다.
이전 생에선 육 혈주의 개라고 불리던 남자가 육 혈주의 세력이었던 수로채의 수장이 된 것이다.
‘네 아빠는 약속을 지켰어.’
아들을 위해 누군가의 개로 살아오던 남자가 이번 생엔 아들을 위해 머리가 되었다.
‘그러니 너도 약속을 지켜야지.’
살아내겠다는 약속.
반드시 살아서 건강하게 돌아와 아버지와 매년 생일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해는 어느새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후우우욱-
설화와 웅이 동시에 의약당 쪽을 돌아보았다.
두 개의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남궁무강의 기운과 낯선 기운이었다.
낯선 기운은 내단의 기운일 터.
쿠구궁….
두 기운이 마치 서로를 잡아먹을 듯 휘몰아쳤다.
실상은 남궁무강의 인도에 따라 내단의 공력이 진소약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누님.”
“그래. 끝나가네.”
어느 순간 소약의 비명도 잦아들었다.
대법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이다.
“끝난… 거야?”
설화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화린의 눈가를 쓸어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비는 지나갔어. 운기가 전부 끝나려면 더 걸리겠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아- 다행이다….”
화린이 설화의 품에 폭, 안겨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화가 의약당을 돌아보았다.
‘결국 해냈구나.’
하나의 고비는 넘어갔다.
소약의 고통은 끝났다. 소약은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피를 갈구하지 않아도 되는, 살귀라 불리지 않아도 되는 삶을.
‘이제 무공도 원하는 대로 익힐 수 있게 되겠지.’
마음껏 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도 있을 테고.
매년 아버지와 생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에게 아버지를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소약도 마침내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느껴지는 인기척에 설화가 시선을 들었다.
의약당 쪽에서 신의가 나오고 있었다.
* * *
“신의고 뭐고, 그 양반 아주 미친 사람이 분명하오. 죽이지만 않으면 된 거요? 본디 죽이는 놈보다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는 놈이 더 미친 법이요.”
신의가 섭무광을 치료할 때 필요한 약초를 구하러 본가를 비운 사이, 설화는 오랜만에 가문의 어른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남궁무천과 섭무광 그리고 총관 남궁문이 둘러앉은 사이에 설화가 있었다.
초련과 청운은 진소약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함께할 수 없었다.
청운이 소약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안 남궁무천이 설화를 불렀고, 설화가 이 세 명의 어른 사이에 자리하게 된 이유였다.
“솔직히 말해 봐라. 그 양반 신의 맞아? 돌팔이 아니야? 엉?”
탁기를 빼내는 치료가 힘들만도 하건만, 섭무광은 툴툴거리는 말투와는 달리 표정이 밝았다.
설화가 가볍게 웃으며 되받아쳤다.
“어떠셨는데요?”
“뭐?”
“치료는 사부님께서 받아 보셨잖아요. 돌팔이 같으셨어요?”
“그…!”
그럴 리가 있나.
약초만 가지고 몸 안의 탁기를 몰아내는 치료는 듣도 보도 못했다.
무심하게 혈도 몇 곳을 탁, 탁, 점혈하고 약향을 피우니 탁기가 줄줄 흘러나오다니.
그런 치료법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끙….”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에 섭무광은 더는 반박하지 못하고 구시렁댔다.
그런 그를 보며 총관이 크흐흐, 웃었다.
“내 듣기론 의약당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비명이 흘러나온다고 하던데. 천하의 비풍대주께서 그 정도도 못 참는 거요?”
“당신이 당해 보시오! 온몸이…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고통이 떠오르는지 섭무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치료를 위한 건데 찢어지기야 하겠소? 쯧쯧,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오.”
총관의 놀림에 섭무광이 왁왁 소리를 높였다.
그런 두 사람의 사이에서 남궁무천은 웃음을 흘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만나기만 하면 시끄럽게 싸우는 것이 일인 두 사람이라지만, 이리 유쾌한 모습을 본 것이 얼마 만인가.
섭무광이 내공을 잃은 이후 알게 모르게 자리를 피해 왔기에 이런 시끄러운 시간이 퍽 그립기도 하였다.
그러니 신의가 회복시키는 것이 비단 섭무광의 내공만은 아니리라.
무천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동파육을 한입에 넣고 있는 설화에게 물었다.
“신의는 어찌 알게 된 것이더냐? 신의에게도 말했지만, 행적을 쉬이 알 수 없는 자였다.”
아옹다옹하던 두 사람 역시 궁금했는지, 말을 멈추고 설화를 돌아보았다.
설화가 우물거리던 고기를 꿀꺽 삼키곤 말했다.
“제갈세가에 갔을 때요.”
설화의 입에서 제갈가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세 어른들이 우뚝, 굳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설화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제갈 공자의 숙부이신 제갈명이라는 분을 만났어요. 그분께서 신의와 연이 있다고 하시기에 부탁드렸고요.”
“…그렇구나.”
“네.”
“….”
“….”
섭무광과 총관이 흘낏, 시선을 나눴다.
“…?”
순간 묘해진 분위기에 설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섭무광이 눈썹을 실룩이며 총관에게 무어라 신호를 보냈다.
처음에는 고개를 젓던 총관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아가씨…?”
“네?”
“혹…. 제갈… 공자를 어찌 생각하고 계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제갈 공자요?”
신의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제갈 공자에 관해 물어보지?
의아해하며 설화는 대답했다.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알면 알수록 특이한 점이 많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총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