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3화(246/319)
* * *
신의가 약초를 구해온 뒤 섭무광의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독기를 전부 빼기까지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었고, 방해를 받으면 안 되었기에 치료는 가주의 개인 연무장에서 이루어졌다.
스으으으….
스산한 연기가 연무장 아래로 퍼졌다.
공기보다 무거운 것인지 바닥으로 깔린 연기는 사람의 앉은키를 조금 넘어설 정도로 두터웠다.
연무장의 중심.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섭무광의 온몸엔 가시가 돋친 것처럼 침이 가득 꽂혀 있었다.
그의 혈도를 세밀하게 짚어가며 침을 놓는 신의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했다.
남궁무천이 연무장에 들어섰다. 그는 연무장의 상황을 찬찬히 살폈다.
자욱하게 낀 약향의 연기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섭무광. 그에게 침을 놓는 신의.
그리고 긴장된 표정으로 신의의 보조를 맡고 있는 의약당주 초련.
먼저 도착하여 상황을 살피고 있던 총관이 남궁무천에게 다가왔다.
“곧 준비가 끝난다고 합니다.”
“그래.”
“가주님께서도 몸조심하십시오.”
“진기도인을 하는 것뿐인데 무엇이 위험하겠느냐?”
“하나….”
독기를 빼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공력이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초절정 고수의 공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에 가문 안팎으로 바쁜 시기에도 불구하고 남궁무천이 직접 나섰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회동 준비에 만전을 기하거라.”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 못내 걱정되는지, 남궁무천은 총관에게 재차 당부했다.
“청운에게 준비해야 할 일을 일러 놓았으니 어려움은 없겠지.”
“최선을 다해 소가주님을 보필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신의가 일어났다.
“준비가 끝났소.”
남궁무천은 겉옷을 벗어 총관에게 넘긴 뒤 섭무광 쪽으로 다가갔다.
신의가 남궁무천에게 말했다.
“진기도인을 하되 흐름이 흩어진다고 하여 멈추시면 안 됩니다. 몸 안의 독기가 빠지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터이니 주천을 이어가 주시지요.”
“알겠네.”
남궁무천이 섭무광의 뒤에 자리했다.
옷자락을 펄럭이며 앉자, 그 주위의 연기가 잠시 흩어졌다가 이내 다시 빽빽하게 몰려들었다.
남궁무천이 섭무광의 등에 손을 얹었다.
“운기와 침술을 병행할 것이오.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운기를 시작하시오.”
신의가 마지막으로 섭무광에게 말했다.
그러곤 남궁무천에게 시작해도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무천이 막 도인을 시작하려던 그때.
“미안합니다, 형님.”
잠자코 있던 섭무광이 입을 열었다.
“중요한 시기에 이리 힘을 빼게 해서.”
“….”
“나는 어째 형님 발목만 잡는 것 같소.”
기운을 끌어 올리려던 남궁무천도 잠시 멈추었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섭무광의 등을 잠시간 바라보던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참으로 거친 자였다.”
남궁무천은 섭무광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흑선보주를 죽이고 숲속에 숨어든 흑선보의 잔당들을 처리할 때였다.
숲의 지형을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는 잔당을 쫓아 마침내 모두 처단했을 때, 별안간 나타나 검을 들이댄 남자.
남자의 검법은 이전까지 상대하던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남궁무천은 그때까지 남자의 검법처럼 거칠고 위력적인 검은 보지 못했다.
곧바로 남자를 죽일 수 있었으나, 남궁무천은 그러지 않았다.
남자의 검에선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죽일 듯이 달려들면서도 살기는 싣지 않은 남자의 눈빛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울분이 실린 그의 검을 몇백 합쯤 받아 주었을까.
남자는 이미 이기지 못할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지만, 검을 멈추지 않았다.
이 교전을 멈추는 방법은 남궁무천이 남자를 베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남궁무천이 그러한 마음을 먹기도 전에, 한 여인이 나타나 소리쳤다.
“그 사람은 흑선보 사람이 아니에요!”
남궁무천은 남자를 베는 것 대신 기절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남자가 깨어났을 때, 남궁무천은 자신이 죽인 흑선보의 잔당이 그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는 남궁무천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했다.
제 동생의 악행을 멈추어 주어 고맙다고.
자신이 차마 끊어 낼 수 없던 악연을 끊어주어 감사하다고.
남자는 검에, 여자는 의학에 각기 특출난 인재들이었다.
남궁무천은 두 사람을 남궁세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너를 본가에 들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지금껏 내가 한 선택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지.”
남궁무천이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너는 나와 피를 나누지 않았을 뿐, 나의 아우다. 아우를 위한 일일진대, 무엇이 그리 아깝겠느냐?”
“….”
“또한, 너를 운남으로 보낸 것은 나다. 네가 공력을 잃게 될 줄 알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테지. 나 역시 네 몸이 이리된 것에 책임이 있으니 더는 미안해하지도 죄책감 느끼지도 말거라.”
섭무광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그가 주먹을 꽉 말아쥐며 나직이 말했다.
“…고맙소.”
“고마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녀의 곁에 있어 주겠다 약조하거라.”
“당연한 것을. 꼬맹이는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요.”
“그래. 그럼 된 것이다.”
후우우우….
남궁무천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단전에서 시작된 그의 거대하고 푸른 공력이 서서히 섭무광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
남궁무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의의 말대로 섭무광의 몸으로 들어간 공력은 쉬이 길을 찾지 못하고 빠르게 흩어졌다.
마치 혈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어 줄줄 새어 나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후우우우우―
공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으나 남궁무천은 도인을 멈추지 않았다.
신의가 백회혈에 놓았던 침을 빼냈다.
치료는 이제 시작이었다.
* * *
커다란 날개가 펄럭이고, 설매가 설화의 근처 나무에 내려앉았다.
설화는 설매의 다리에 묶여 있는 종이를 풀었다.
유강이 보낸 서신이었다.
본가에서 가져온 먹이를 설매에게 먹인 후 설화는 서신을 읽었다.
[사부님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셨어. 그래도 이전보다 안색이 많이 밝아지셨어. 의약당 스님께서도 좋아지고 계신다고 말씀하셨고. 굉천 스님도 많이 좋아지셔서 이제는 매일 암자에 들러서 사부님을 보고 가셔.]설매가 전해 주는 서신인 만큼 긴 내용은 주고받을 수 없었다.
최대한 압축한 구양도와 굉천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 전부였다. 그리고.
[있잖아, 네가 보고 싶어.]마지막에 적힌 짧은 글을 읽는 설화의 표정이 묘했다.
얼마 전 어른들과의 대화에서 유강을 떠올렸던 일이 상기되어 왜인지 기분이 나빠졌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설매가 설화의 얼굴에 제 얼굴을 맞대어왔다.
설화는 미소 지으며 설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만.”
설화가 품에서 미리 적어 온 서신을 꺼내어 설매의 다리에 묶어 주었다.
[본가에 신의가 계셔. 본가의 일이 끝나면 구양도 어르신을 부탁해 볼 생각이야.]유강보다도 짧은 내용의 서신이었다.
서신을 묶고 설매를 조금 더 쓰다듬어 주었다.
“잘 부탁해.”
이윽고 설매가 커다란 날갯짓으로 날아올랐다.
설매는 그녀의 머리 위를 몇 바퀴 빙빙 돈 뒤 이윽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사르륵, 바람이 불어왔다.
설화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설화가 본가의 가주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시작했겠지.’
섭무광의 치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