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5화(248/319)
* * *
“사천성의 아미파에서 회동에 참석하겠다는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총관이 남궁무천에게 아미파에서 온 서신을 내밀었다.
“소림사에서 직접 사람을 보낸 모양입니다. 소림사와 뜻을 함께하겠다고 적혀 있더군요.”
소림사와 아미파는 같은 불가 계열로 교류가 잦았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소림사의 뜻에 동참하기로 한듯했다.
“이제 남은 곳은 다섯 문파군요.”
남궁무천이 서신의 내용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청해의 곤륜, 사천의 청성, 호남의 형산, 해남의 해남. 그리고 호북의 무당.
가장 먼 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곤륜과 사천당문과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청성파 그리고 호북의 무당파가 그중에서도 난관이었다.
“끝내 답신이 오지 않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오지 않는 대로 일을 진행할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자칫 무당파에서 무림맹을 비난하고 나선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소수이고 우리는 다수인데 무슨 상관이더냐. 소림사와 화산파가 등 돌리지 않는 한 결국 맹은 건재할 것이다. 하나….”
남궁무천이 서신을 내렸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작부터 잡음을 일으킬 필요는 없겠지.”
그가 총관에게 명령했다.
“중원 전역에 이번 회동에 관한 소문을 퍼트리거라.”
“소문을 말입니까?”
“굴에 숨어든 맹수를 불러내려면 불을 피우든 피 냄새를 풍기든, 그들을 동하게 할 미끼가 필요하겠지.”
회동 소식을 알렸을 뿐, 회동에 어떤 세력이 참석하는지는 아직 모르지 않은가.
초대 서신을 보낸 열넷의 세력 중 아홉 세력이 참석 의사를 보내왔다.
아직 의사를 표하지 않은 세력이 이 사실을 안다면 필시 선택에 영향을 받을 터.
“회동에 참석하는 세력을 거론하여도 좋고, 소문을 부풀려도 좋다. 중요한 것은 기대감이다.”
이 회동으로 인해 중원 무림 연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중원 무림의 흐름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질수록 그들은 우리의 물음에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시작을 함께할 것이냐, 여전히 굴에 박혀 외면할 것이냐.
선택지는 두 가지이지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결국 하나뿐이라고 남궁무천은 생각했다.
“결국 불을 놓는 셈이군요.”
연기를 버티고 버티다 못해 굴 밖으로 뛰쳐나오도록.
“그런 셈이지. 그들이, 쿨럭… 쿨럭, 쿨럭!”
총관의 말에 대답하던 남궁무천이 돌연 기침을 터트렸다.
가볍게 터진 기침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총관이 황급히 물을 따라 가져왔다.
“어디 안 좋으신….”
남궁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입을 틀어막은 남궁무천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물이 흘러나온 것이다.
“가, 가주님!!”
잔이 깨지는 소리가 가주실을 날카롭게 울렸다.
남궁문이 책상을 짚고 숨을 고르는 남궁무천을 부축했다.
남궁문의 손엔 어느새 물잔 대신 깨끗한 천이 들려 있었다.
“가주님, 이게 어찌 된…!”
“소란… 쿨럭, 피우지 말거라.”
남궁무천이 천을 받아 제 손과 입에 묻은 핏물을 닦았다.
찌푸린 인상에선 피곤함이 묻어 나왔다.
“설마, 비풍검의 치료 때문입니까?”
“아니다.”
“의약당주는 알고 있습니까?”
“별일 아니라지 않으냐.”
“제가 어서 가서 의약당주를….”
“문아.”
남궁무천이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는 남궁문의 팔을 붙잡았다.
남궁무천을 돌아보는 남궁문의 시선이 잘게 흔들렸다.
“어찌….”
“….”
“어찌 그리 부르시는 것입니까….”
남궁문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전 가주님의 뜻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으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남궁무천이 불편한 듯 목을 크흠, 풀었다.
“네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니, 부탁하마. 못 본 것으로 해 다오.”
“…가주님은 본가의 기둥입니다. 어찌 숨기려 하십니까…?”
“중요한 시기가 아니더냐. 금방 좋아질 것이니 소란 일으키고 싶지 않구나.”
“….”
남궁문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특별한 병증이 없는 무인에게 각혈은 곧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
섭무광의 치료 때 진기 소모가 심했다더니 그 때문인 모양이었다.
하나, 가주의 간곡한 부탁을 차마 외면할 수도 없었기에 남궁문은 결국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의약당주에게 말하여 기력을 보충하는 탕약을 지어 올리라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하게 해 주시지요.”
남궁무천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거라.”
총관이 깊은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그 탓에 그는 보지 못했다.
남궁무천이 무의식적으로 제 가슴께를 움켜쥐는 모습을.
* * *
합비의 높은 하늘 위.
등이 굽고 얼굴 곳곳에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과 오 혈주 노문이 허공에 뜬 채로 합비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합비성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높이였으나, 남궁세가의 장원은 흰 안개가 자욱이 낀 듯 보이지 않았다.
남궁세가를 보호하는 진법 탓이었다.
“망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맞소?”
노문의 초조한 물음에 일(一) 월패의 주인, 망월이 흘흘, 웃음을 흘렸다.
“무얼 그리 초조해하시나. 오 혈주가 두려워하는 소루주는 조금 전 남궁세가를 떠나지 않았소.”
“두려워하다니…!”
“그럼 아니오? 소루주가 숭산에 있으니 비어있는 남궁세가를 노리자고 한 것도 그래서이지 않소이까.”
망월이 웃음기 어린 시선으로 오 혈주 노문을 흘겨보며 흘흘, 웃음을 흘렸다.
노문은 분했으나, 반박할 수 없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소루주를 피해 다녀야 했는지. 겁쟁이도 아니고 말이오? 흘흘….”
“말조심하시오. 지금이야 소루주가 없기에 일이 순조로운 것이지, 소루주가 남궁세가에 있었다면 검황을 중독시키긴커녕 뒷덜미를 잡혔을 것이오.”
“알겠소이다. 내 조심하지.”
검황을 독에 중독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쉬웠기 때문일까.
말과는 다르게 연신 웃음을 흘리는 망월은 노문의 경고에도 조금의 경각심도 갖지 않았다.
그런 망월을 지켜보는 노문의 눈빛에 불안함이 감돌았다.
‘남궁설화….’
아무리 그녀가 남궁세가를 떠나 있었다곤 하지만,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다니.
누구보다 혈교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경계하는 그녀가 이렇게 쉽게 기회를 내주었을까?
자신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대업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그 일마저 이미 꿰뚫어 보고 있던 그녀가?
“흘흘, 장원 한번 넓구만.”
자신과는 달리 한껏 여유로운 망월은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노문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 * *
“어서 와라. 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나?”
“채주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요. 오랜만에 뵈어요, 채주님.”
설화와 맹등호가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맹등호가 잠시간 설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도 많이 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