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6화(249/319)
사도련과 무림맹.
무림맹과 사도련.
정파와 사파.
백도와 흑도.
지금 당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대립의 관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설화는 머지않아 이 두 세력이 힘을 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임을 안다.
무림을 위협하는 공동의 적, 혈교.
혈교가 존재를 드러내고 세상에 나올 때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혈마 역시 자신과 같이 생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전 생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도련은 그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의 세력이다.
혈교의 계략에 무너지지 않은 무림맹이 혈교를 대적하는 검이라면, 사도련은 비수인 셈이다.
검과 비수가 하나가 되어 혈교를, 혈마를 대적할 때 정사파의 무림은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설화가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사도련에 대한 정파 무림의 인식이 변해야 함은 물론이고, 두 세력의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나타날 혈교에 관련된 정보는 반드시.
“사도련에서 얻게 될 정보들을 남궁세가에 전해 주세요.”
맹등호는 사도련과 무림맹이 손을 잡기 전까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들의 목적, 나누는 정보, 하려는 일. 어떤 정보든 상관없어요. 가능할까요?”
“어렵지 않지.”
수로채가 사도련의 산하로 들어가는 모양새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소약이의 목숨을 살려 준 남궁세가에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일이다.
무엇이 어렵겠는가.
“그렇게 하지.”
* * *
맹등호와 이야기를 마치고 수로채에서 준비해 준 작은 연회에 참석했다.
연회라고 하지만, 수적 특유의 거친 음악과 시끄러움이 더해진 식사 자리였다.
설화와 령은 수로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채주의 막사에서 자리를 가졌다.
귀한 손님의 방문이었으나, 남궁세가의 사람임을 모르는 수하들의 눈을 피해 맹등호가 배려해 준 것이었다.
“수로채도 많이 좋아졌네요.”
왁자지껄한 수로채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설화가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4년 반 전 맹등호의 귀영채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수적이라는 느낌보단 물가에 모여 사는 마을의 느낌이 강했다랄까.
“수로채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니까.”
맹등호가 술잔을 기울이며 대답했다.
“비록 장강을 지나는 이들에게 통행세를 뜯어먹고 있긴 하다만. 인간성마저 상실한 놈들은 아니다.”
“그런가요.”
설화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당신이 채주이기 때문이겠지.’
이전 생의 육 혈주는 채주로서 통행세뿐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도 서슴지 않고 거두어들였다.
혈기를 사용하는 혈공의 특성상 살아 있는 사람들의 혈기를 흡수해야지만 강해지기에.
육혈주가 지배하는 물 위는 그야말로 공포의 수로였다.
그에 반해 맹등호는.
“약속된 통행세만 내면 목적지까지 호위도 해 주지. 하면, 수로를 이용하는 놈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줄어든다.”
상생(相生)하는 법을 안다.
뱃길을 이용하는 이들은 호위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수로채는 통행세를 받으니 좋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지 않은가.”
맹등호가 술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시원스레 웃었다.
4년 반 전에는 우연히 육 혈주를 죽이고 맹등호를 그 자리에 앉히긴 하였지만, 설화는 그가 수로채의 수장인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로채엔 얼마나 머물 거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돌아가려 해요.”
“그렇게 금방? 조금 더 머물러도 된다.”
“아뇨.”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본가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바로 가봐야 해요.”
“그렇군.”
맹등호가 조금은 아쉬운 기색을 비쳤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넌 평범한 아이가 아닌 것 같다. 소약이의 또래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굳이 따지자면 꽤 차이 나긴 해요.”
일곱 살이나 많은걸.
정신적인 나이는 말할 것도 없고.
“네 또래를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다. 나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이렇게나 위화감이 없지 않나.”
마치 다른 채주들을 마주하고 있는 양 함께 대화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귀빈이라곤 하지만 설화의 나이를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건 알겠다만, 너무 무리하진 마라. 서두를수록 빨리 지치기도 하는 법이다.”
그건 남궁세가의 귀빈이 아닌 소약의 친우인 설화에게 건네는 맹등호의 걱정 어린 조언이었다.
설화를 마주하고 있자니 문득 소약이 떠오른 맹등호가 아버지의 마음으로 내뱉은 말.
그 진심을 알기에 설화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맹등호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술잔을 기울였다.
수로채의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설화와 령은 날이 밝는 대로 수로채를 떠났다.
맹등호는 두 사람이 탄 배가 수로채의 권역을 벗어날 때까지 그들을 호위했다.
두 사람의 배가 소호의 인적 드문 강가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을 한참 넘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맹등호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설화는 분가로 가기 전 사도련의 지부에 들렀다.
설화는 분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하오문주에게 사도련의 상황과 중원의 정세를 상세히 보고받았다.
설화는 그녀에게 수로채주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며 조만간 수로채에 사람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
사도련에서의 모든 볼일을 마치고 소호 분가에 돌아왔을 땐 이미 어두워진 밤이었다.
설화와 령은 다음 날 새벽 수련 후에 곧바로 본가로 돌아갈 것을 계획하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찌르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고요한 밤을 잔잔히 흔들었다.
설화는 침상에 누운 채 열어 놓은 창밖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흐린 하늘에선 별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에 가려진 달 역시 제빛을 마음껏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치르르르…. 찌르르….
그래서일까.
다른 날보다도 어두운 밤이었다.
회색빛이 뒤덮은 밤하늘을 잠시간 응시하던 설화는 이윽고 눈을 감았다.
찌르르…. 르르르….
* * *
화르륵-
불길이 타올랐다.
거센 화마에 천지가 불타오르고 사방에 잿가루가 날렸다.
장원이 불타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장원이었다.
“꺄아악!”
“살려 줘! 살려 줘-!!”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 화린아…! 안 돼…!”
숨을 쉬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부여잡고 여인들이 울부짖었으며.
채챙-! 채채챙!
“막아! 아이와 노인을 지켜라! 전선을 구축해!”
목숨을 건 전투 앞에 남성들이 소리쳤다.
화르륵-
시야가 돌아갔다.
불길 속에, 뜨겁게 타오르는 화마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원망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옥에 가서도 잊지 않을 것이다. 필시 피눈물을 흘리게 될 날이 올 것이야!”
목이 잘린 사람.
“이 천벌을 받을 놈! 네겐 부모도 자식도 없느냐!”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
“내 형님을 죽인 것이 네놈이더냐? 네놈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발길 것이다!”
사지가 잘린 사람.
그리고.
‘할아버지.’
“분하고 원통하도다. 내 너를 믿었건만. 정녕 이것이 네가 벌인 짓이었더냐?”
‘할아버지?’
“아이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더냐? 아낙들의 눈물을 보지 못하였더냐? 어찌 노인들의 절규를 무시하고 무사들의 피를 외면하였느냐, 어찌!”
‘난, 나는… 몰랐어요.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전 정말로….’
“모른다 하여 없던 일이 되는 것이더냐?”
‘…!’
남궁무천이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