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4화(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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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외당 무사 일룡, 이뫼, 삼봉은 본디 황산에서 활동하던 산적이었다.
황산은 남궁세가가 위치한 합비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틈만 나면 남궁에서 산적 토벌을 해대는 바람에 산적질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다녀온 삼봉이 뜻밖의 소식을 가져왔다.
‘일룡 형님! 이뫼 형님! 이것 좀 보시우! 남궁에서 무사를 모집한다고 하오!’
남궁은 그들의 원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태산같이 강대한 이름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산적질 하는 것도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 먹겠는데, 우리도 남궁 무사나 하는 건 어떻겠소? 우리야 무공도 좀 되고, 자격 같은 것도 안 보는 것 같은데.’
‘….’
‘그러다 우리가 산적질 했던 게 밝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
‘새로 시작하려 했다 하면 되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소? 아무리 그래도 남궁인데. 크크큭….’
남궁의 성씨를 가지지 못한 이들은 내당 무사가 되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산적인 세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목적은 내당 무사가 아니었으니.
‘크하하하! 남궁이라는 말에 벌벌 떠는 것 봤냐? 이거, 등불 아래가 더 어둡다더니! 뜯어먹고 사는 게 이리도 쉬워서야!’
‘어째 산적질 할 때보다 수완이 좋은 것 같지 않소? 내 말 듣길 잘했지?’
비단 가게에선 비단을, 음식점에선 음식을.
점포 곳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그들을 말리지 못했다.
그저 ‘남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라 하였던가?
하필이면 밟혀도 내당의 무력대인 흑룡대주에게 들키고 말았다.
돌아가 근신하라는 흑룡대주의 명령에 세 사람은 툴툴대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오, 씨! 왜 거기서 흑룡대주가 튀어나와?”
“낸들 압니까? 거리 치안에 신경도 안 쓰던 놈들이. 밥이라도 먹으러 나왔나 보지.”
“솔직히 그 객잔은 좀 심하긴 했잖소! 뜯어먹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티가 안 나지! 허구한 날 뜯어먹으니 밟힌 게 아니오!”
“그 집 만두가 제일 맛있단 말이다! 에잇, 재수가 없으려니까! 만두 한번 공짜로 먹으려다가 감봉이나 당하고 말이야!”
그러지 않아도 오늘은 객잔 주인의 반발이 심해서 얼마간은 사리려 했건만.
하필 오늘 딱! 걸리고 말았다. 그 탓에 쏠쏠하게 나오던 급여도 3개월 치나 감봉되고.
“형님.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삼봉이 일룡과 이뫼를 멈춰 세웠다.
“뭐야? 뭔데?”
성질 급한 일룡이 짜증을 내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 감봉당한 우리 돈 말입니다. 어디로 갈 것 같소?”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겠냐! 얼씨구나 창고나 채우겠지! 이게 남궁한테 우리 돈 떼먹힌 거라고! 아주 날강도가 따로 없구먼! 허!”
“그럴 리가 있겠소? 남궁인데.”
“아,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데, 또?”
삼봉의 눈빛이 반짝였다.
“허례허식 강한 남궁이라면 필시 그 돈을 객잔에 주었을 것이오. 그간에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면서. 하지만 남궁이 어떤 곳이오?”
“어떤 곳이긴? 중원 제일의 무림 세가….”
“위선으로 똘똘 뭉친 곳이 아니오! 몇 달 남궁 밥 먹었다고 남궁 사람이 다 됐구려, 형님!”
일룡이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래서 뭐 어떻다고!”
“돈은 주어 체면은 차리되 그 이상 신경 쓸 리 없지. 지금 당장 우리가 그 객잔에 돌아가서 깽판 쳐도 모를 것이란 말이오.”
“그래서?”
“그래서라니? 정말 감 떨어지셨소? 당연히 당장 가서 그 돈을 뺏어야지! 우리 봉급 말이오!”
“객잔 주인이 가만히 있겠냐? 아까 그 눈빛 봤잖아? 식칼이라도 빼 들 것 같던데? 이제는 몸 좀 사리자며?”
“겁을 잔뜩 줘야지. 남궁에 밀고하지도 못하게 하고, 더 이상 반항도 못 하도록.”
삼봉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그의 입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휘어졌다.
“아주 확실하게 말이오.”
그 표정을 본 일룡의 입가에도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하. 예전의 우리처럼 말이지?”
흐흐, 흐흐흐. 흐흐흐흐.
서로를 마주 보며 흘리는 웃음은 점점 더 악랄하고 교활하게 변해 갔다.
세 사람은 남궁으로 돌아가던 걸음을 돌려 객잔으로 향했다.
혹여 흑룡대주를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일룡은 아주 오랜만에 기분이 고조되었다.
‘산적은 역시 도적질을 해야지!’
산에서 내려와 남궁의 무사로 들어간 이후로는 골목길 애들 장난이나 하고 다니는 기분이었다만! 오늘만은 다르다!
이건 남궁의 돈을 빼앗는 꼴이니!
‘아니, 아니지. 그 돈은 원래 내 거니까.’
빼앗긴 걸 되찾는 것이겠군.
“어때, 있냐? 갔냐?”
“잠깐만 기다려 보쇼. 기둥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니까. 형님 쪽에서 안 보이오?”
세 사람은 쳐들어가기 전에 객잔 뒤편 골목에 쪼그려 앉아 작은 창을 통해 내부를 확인했다.
혹여 흑룡대주나 남궁의 무사들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 저지르려는 일은 흑도의 그것이니, 되도록 조심스럽게….
“뭐 해?”
“…!”
“…!”
창문에 줄줄이 붙어 객잔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던 세 사람은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뒤를 돌아 누구인지 확인을 해야 하건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도,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창을 들여다보던 그 자세 그대로 눈알만 데루룩 굴리는 것뿐이었다.
“애쓰지 마. 마혈(痲穴)을 점했거든. 적어도 한 시진은 못 움직일 거야.”
세 사람의 눈동자가 불안에 흔들렸다.
무어라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 참, 점하는 김에 아혈(啞穴)도 점했어. 혹시 비명이라도 지르면 귀찮아지니까.”
‘대체 언제…!’
고작 일류, 이류에 불과하지만 무인은 무인이다.
그런데 언제 점혈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고수다…!’
애초에 점혈은 기를 세심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해서 절정 고수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자신들의 뒤를 점한 이는 적어도 절정 고수일 터!
‘대체 원하는 게 뭐냐!’
말을 하게 해 줘야 원하는 걸 물어볼 거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내가 시간이 없어서. 내 할 말만 할게.”
‘…!’
“일룡. 이뫼. 삼봉.”
데룩, 데룩, 구르던 세 사람의 눈동자가 일순, 우뚝 멈췄다.
‘우리를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