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49화(252/319)
* * *
“무언가 이상하오.”
안휘성에서 가장 높은 주루의 최상층.
개방된 노대에 버젓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은 혈교의 일월, 망월과 오 혈주 노문이었다.
“일이 너무 쉽게 풀려가는 것 같소.”
노문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망월을 바라보았다.
닭의 목을 볶아 만든 요리를 뜯어 먹고 있던 망월이 흘흘 웃으며 뜯던 목을 흔들었다.
“무얼 그리 불안해하시는지 모르겠군. 일이 잘 풀리면 좋은 것이 아닌가?”
“물론 그리하면 좋겠지. 하나, 천룡검황은 이리 쉬이 죽을 이가 아니오. 혈교의 독을 소량으로 먹여온 것이 성공하였다지만 너무 수월하지 않소?”
남궁설화가 본가를 비운 사이 독을 반입하는 데 성공하였고, 남궁무천에게 그것을 먹이는 과정도 막힘없이 수월했다.
거기다 때마침 남궁설화가 없는 사이 독이 퍼져 죽어버리다니?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구려.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겠소?”
망월이 흘흘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술잔을 들었다.
단번에 술잔의 술을 비운 그가 안휘의 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통곡이 흐르는 거리를 보시오. 백색으로 물든 거리를 말이오. 이래도 아니라 할 참이오? 흘흘….”
노문 역시 안휘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남궁무천이 죽었고, 성대한 장례가 치러졌다.
예상보다 짧은 장례이긴 하였지만, 남궁무천의 생전 뜻이 그랬다 하니 이상할 것은 없다.
무엇보다 남궁설화를 포함한 남궁세가의 직계들이 남궁무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지 않은가.
‘남궁무천의 죽음은 그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뜻일 터.’
더군다나 만일 이 장례식이 거짓임이 드러난다면 남궁세가의 명망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무림맹을 준비하는 남궁세가에서 이 중요한 시기에 가문의 이름을 떨어트리는 무리수를 둘 리가 없다.
분명 그러할진대.
“거사는 오늘 밤이 좋겠군.”
망월이 흘흘, 웃음을 흘렸다.
노문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진정 검황의 시신을 취할 것이오?”
“눈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고도 발을 돌리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남궁설화가 매일 같이 무덤에 찾아가는 것을 알고도 하는 말이오?”
“안 그래도 소루주를 슬슬 뵙고 싶긴 하였지.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소루주께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소?”
흘흘.
“혹시 아는가. 내게 제 할아버지를 살려달라 애원할지 말이오.”
소루주가 제게 무릎 꿇고 사정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노문은 미친놈처럼 웃는 망월을 찌푸린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말했다.
“난 안 가겠소. 남궁설화 정도는 당신이 알아서 할 수 있겠지.”
“오 혈주께선 겁이 참 많으시군. 팔을 잃을 때 배짱도 잃으신 모양이오?”
“…마음대로 떠드시오.”
노문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루를 떠났다.
어린아이가 토라진 것처럼 떠나가 버리는 노문을 보던 망월은 흘흘 웃으며 병째로 술을 들이켰다.
“크흐흐….”
입가에 흘러내리는 술을 훔치는 그의 시선이 저 멀리 보이는 남궁세가의 대문을 향했다.
남궁소룡과 그의 일행이 남궁세가를 떠나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보아서 좋았다. 어려운 부탁이었을 텐데 만나주어 고맙고.”
소룡의 인사에 웅은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도 오랜만에 공자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건강해 보이시니 다행이군요.”
소룡의 미소가 찰나의 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빙긋 휘어졌다.
“형님이라 불러도 된대도.”
“아닙니다. 이편이 제가 편해서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소룡이 웅의 어깨를 붙잡으며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이리 종종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기회가 된다면 그리하시지요.”
긍정에 가까운 대답이었으나, 다음을 확실하게 기약하지 않는 흐릿한 긍정이었다.
사실 웅이 소룡을 객원으로 부를 때부터 정해진 대답이었다.
남궁세가의 내당에 들일 수 없는 위치라는 의미와 신뢰하지 못하는 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약속 장소.
“그래.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소룡이 다시금 활짝 웃으며 웅의 팔을 툭툭, 쳤다.
“이만 가 보마. 아버지… 아니, 이 공자님께도 안부 전해 주거라.”
“…예. 그러겠습니다.”
소룡이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에게 돌아가 말에 올라탔다.
말 위에서 웅을 잠시간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삐를 돌려 남궁세가를 떠나갔다.
웅은 소룡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흰 깃발이 나부꼈다.
웅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의 곁으로 죽립을 눌러쓰고 검은 장포를 입은 누군가가 다가왔다.
웅은 남궁소룡이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누님의 뜻대로 소룡 공자를 만나 보았습니다. 이러면 된 것입니까?”
죽립 아래 얇은 입술이 살짝 떨어졌다.
“충분해. 수고했어. 목적지는?”
“곧장 연가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누님 말씀대로였습니다.”
“별다른 점은 없었고?”
“없었습니다. 아니, 이상할 정도로 없었다는 것이 맞겠죠.”
오늘의 만남에 자신이 기억하는 어릴 적 소룡의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이던 모습과는 달리 오히려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형님께서도 많이 변하신 것이겠지요.”
“정말 변했다면 돌아오지 않았겠지.”
진정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면 남궁세가뿐만 아니라 안휘에 발조차 들이지 않았을 터.
‘남궁소룡.’
이전 생에서도 저 혼자 살겠다고 가문을 버린 놈이다.
이전 생과는 전혀 다른 삶이라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전 아직, 누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미안해. 아직은 알려 줄 수 없어.”
“때가 되면 알 수 있는 것입니까?”
“그래. 때가 되면 전부 알게 될 거야.”
전부.
그때가 되면 할아버지도….
‘머지않았어.’
남궁소룡이 다녀갔으니, 아마도 오늘 밤.
죽립이 살짝 올라가며 설화의 날카로운 시선이 안휘에서 가장 높은 객잔 쪽을 향했다.
잠시 후 웅이 설화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 * *
바스락. 바스락.
어두운 밤.
등이 굽은 노인이 어두운 숲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혈교의 일(一) 월패의 주인. 망월이었다.
한참을 숲속으로 들어가던 그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앞에 놓인 평범해 보이는 돌덩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흐음.”
돌덩이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