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50화(253/319)
“감정은 참으로 불필요한 것이오. 지금의 소루주를 보니 여실히 알겠군.”
거센 기운을 발출하는 설화를 보며 망월이 쯧쯧, 혀를 찼다.
“화오루에 남아 있었더라면 감정에 휘둘려 죽을 일은 없었을 터인데 말이오.”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적이야. 내 감정대로 휘둘렸다면 넌 이미 사지가 잘려 나갔어.”
“흘흘. 그러시구려. 참으로 아쉽소. 소인은 소루주를 꽤 좋아했는데 말이오.”
“그래? 난 네가 제일 싫었는데. 썩은 내가 진동을 해서 말이야.”
설화의 도발에 망월의 눈가가 꿈틀, 떨렸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설화의 코앞으로 짓쳐 들었다.
후욱-
카가가가강!
망월이 설화를 찢어발길 기세로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양손을 쓰기에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설화는 뒤로 물러나며 그의 공격을 막았다.
카카카캉! 카캉!
“흘흘! 참으로 이성적이라 하지 않았소? 넘치던 패기는 어디 가고 어찌 물러나기만 하시오!”
손톱과 검날이 부딪힐 때마다 옅은 빛이 번쩍였다.
쉬익! 쉬이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핏-
설화의 볼에 얕은 생채기가 났다.
쉬익-
설화의 검 역시 망월의 오른 귓바퀴를 베었다.
“이 노부와 대등하게 검을 나누다니! 많이 크셨소, 소루주!”
“그딴 식으로….”
남궁세가 독문무공.
창궁비연검(蒼穹飛燕劍)!
“부르지 마!”
설화의 검이 유려하게 휘어지며 망월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주름 아래 망월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빛을 띠었다.
쿠우우….
망월의 양손 주위로 짙은 검보랏빛 강기가 휘둘렸다.
망월의 독문 혈공.
만겁사령혈(萬劫邪靈血)!
콰콰콰콰쾅!
두 기운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뒤섞여 충돌했다.
쒜에에엑-!
찢기고 베이고 빼앗긴 이들의 원한이 공기를 찢을 듯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그러던 어느 순간.
콰각!
양손을 포개어 쥔 망월의 손이 설화의 검날을 붙잡았다.
그의 손 주위로 더욱 거센 검보랏빛 강기가 휘둘렸다.
카각-!
설화 역시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을 비틀었다.
그러나 망월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설화의 검날을 놓아주지 않았다.
“슬프시오? 꼴에 피 섞인 자라고 이리 망연자실하는 것이오?”
“…닥쳐. 그 입 찢어버리기 전에.”
“흘흘흘! 소루주가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아직 애송이일 뿐이오. 아, 혹시 모르지. 루주의 곁에 남아 무공을 배웠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카가각-!
“돌아올 생각 없으시오? 루주께서 여전히 기다리고 계시오만. 소루주를 유독 아끼시지 않소이까.”
설화가 비소했다.
“아껴? 그런 걸 아낀다고 말할 수 있나?”
“노부가 보기엔 지독한 애정이오.”
“그자는 내 모든 걸 앗아갔어.”
가족도, 친우도, 기억도, 가문도.
설화 자신마저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이야. 나한테는.”
“이런 모습도 루주께선 퍽 좋아하실 것이오.”
“….”
설화는 비튼 검에 힘을 실어 망월의 손가락을 자를 듯 꾹, 내리눌렀다.
“한데 말이오. 올 것을 알았다면 그대의 조부를 데려갈 것도 예상하지 않았소이까?”
카가가각-!
설화가 힘을 준 채로 검을 아래로 빠르게 빼냈다.
“하면 잘 지켰어야지.”
탓- 타닷!
망월은 베이기 직전 손을 떼며 뒤로 물러났다.
망월의 뒤는 어느덧 남궁무천의 무덤 방향이었다.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던 사이, 서로가 서 있던 방향이 뒤바뀐 것.
“!”
설화가 그에게 달려들려는 그 순간.
망월이 손가락을 딱- 퉁겼다.
그 순간 열댓의 그림자가 그와 설화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설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제 앞을 막고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강시.’
열댓의 신형은 전부 망월이 부리는 강시들이었다.
설화의 시선이 그중 낡고 헤진 승복을 입은 강시에게로 향했다.
‘저 강시가 계원 스님인가?’
소림사에서 그토록 찾으려 하는 시신.
설화의 시선이 계원 이외의 강시들을 훑었다.
어떤 강시는 화산파의 도복을, 어떤 강시는 무당파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녹포를 입은 강시도 보였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이는 없으나, 강시들은 하나같이 강대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죽은 이들이었기에, 수준을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콰악-
설화가 검을 바로 쥐었다.
매서운 시선으로 강시 뒤에 숨은 망월을 노려보았다.
“말했잖아. 우리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탁- 탓, 타앗.
설화의 뒤로 네 명의 신형이 나타났다.
“워,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만.”
섭무광과.
“설화 네가 말한 자가 저자로구나.”
남궁청운.
“허. 죽은 이들을 수하로 부리는 것을 직접 보긴 처음이군요. 참으로 끔찍합니다.”
흑룡대주 남궁혁 그리고.
“저놈들 때문에 형님이 그 고생을 하셔야 했던 거냐?”
우드득. 뿌드득.
남궁무강이 어깨를 풀며 설화의 곁으로 나왔다.
“다섯 놈은 내가 맡는다. 죽어서도 죽는 게 뭔지 제대로 알려 주지.”
섭무광과 청운 그리고 남궁혁 역시 한 걸음 앞서 나오며 검을 쥐었다.
그들 사이에 선 설화 역시 검을 그려 쥐었다.
“강시들 하나하나 초절정 고수의 수준은 될 거예요. 고통을 모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대하기 더욱 까다로우실 테지만….”
설화가 망월을 향해 검날을 세웠다.
“사지를 자르세요. 그리하면, 죽은 자도 죽일 수 있습니다.”
그 예리한 시선에 망월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흘흘….”
망월은 설화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노부 하나 잡겠다고 남궁세가의 전력이 쏟아져 나온 것은 영광이다만, 그 수로 나를 막을 수 있겠소?”
망월이 손을 다시금 딱-! 퉁겼다.
그러자 그의 가까이 서 있던 강시 두 명이 남궁무천의 무덤 곁으로 다가갔다.
“참으로 궁금하군. 검황의 사해는 얼마나 강할는지. 지금껏 초절정 이상의 강시는 없었소만. 내 기대해 보겠소.”
“어이, 그거 건드리면 네놈은 오늘 죽는 거야. 감당할 수 있겠냐?”
섭무광의 주위로 파츠츳- 기운이 일렁였다.
소루주가 새로이 사부로 모신다는 풍뢰신.
그를 알아본 망월의 눈가가 활처럼 휘어졌다.
“흘흘, 그 전에 내 아이들부터 감당해야 할 것이오?”
그가 따악-! 손가락을 퉁겼다.
강시들 사이로 얼핏 보이던 망월의 모습이 이내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설화와 네 사람은 강시와 마주 섰다.
“내 살다 살다 죽은 놈이랑도 붙어 보는군.”
섭무광이 나직이 읊조리기 무섭게.
“흡!”
쿠웅-!
남궁무강이 땅을 굴렀다.
그의 발치에서 뒤집히기 시작한 땅은 빠르게 강시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드드드드드-
탓- 타닷!
강시들이 일사불란하게 균열을 피해 뛰어올랐다.
그 순간, 남궁무강이 뛰어오른 강시들을 향해 강기를 날렸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가자, 제자야!”
탓- 타닷!
설화와 섭무광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강시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청운과 남궁혁이 시선을 나누곤 동시에 뒤쪽 강시들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챙-! 채채챙!
후웅- 카가각! 채쟁!
어두운 하늘 아래. 전력을 쏟아 내는 전투가 벌어졌다.
달빛은 밝았고, 비가 그친 후의 공기는 습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