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4)_2
남궁무천의 말대로 만일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반격은 물론이고 정파 무림을 결집시키는 데 크게 쓰일 중요한 패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희생이 큰 만큼 얻는 것 또한 많을 것이다.
다만.
“할아버지께서….”
역시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뒤늦은 후회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설화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께서…위험해지실 거예요.”
짧은 침묵.
그리고 이내 남궁무천의 굳은 의지가 담긴 대답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무인의 목숨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지 않더냐.”
그리하여 혈교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하여 간자를 색출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남궁무천을 죽이려 하는 혈교의 간부를 잡아냄은 물론이고, 가문에 독을 들여 남궁무천의 찻잎에 섞어 넣은 간자를 잡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간자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으니, 일은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설화의 주도 아래 본가 내에서 진실을 미리 안 이는 다섯뿐이었다.
남궁무강과 남궁청운, 섭무광과 남궁혁 그리고 의약당주 초련까지.
“얼마간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이에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흘. 그 이상은 할아버지께서 위험해지실 거예요.”
“사흘로 하자꾸나.”
남궁무천이 정말 죽었다고 모두 믿게끔 만들어야 했다.
특히 남궁에 심어진 혈교 간자의 눈을.
‘일월이나 사 혈주가 올 거야.’
이전 생에도 남궁무천이 죽은 뒤 그 시신을 강시로 이용했었으니까.
강시를 다루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덫에 걸려들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의심이 많고 신중하니, 누구라도 믿을 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이거 받으세요, 할아버지.”
“이건… 대환단이 아니더냐.”
“몸을 회복하실 때 쓰세요. 신의께서 할아버지의 회복을 도와주실 거예요.”
“신의가 돕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건 되었으니 네가….”
“제가…불안해서 그래요….”
멈췄던 심장이 혹여 돌아오지 않는다면, 남궁무천은 정말로 죽는다.
신의가 도와주기로 했으니 죽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지겠지만, 작은 가능성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설화는 기어이 남궁무천의 손에 대환단을 쥐여 주었다.
이런 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설화는 수로채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본가를 비웠다.
그 사이 남궁무천의 죽음이 꾸며졌고, 설화가 돌아왔을 때 그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정말로 죽은 것만 같은 남궁무천의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보니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분명 머리로는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데도, 설화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혹여 일이 잘못되어서.
할아버지가 저대로 깨어나지 못하신다면 어떡하지?
정말로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살아생전 처음으로 느껴 보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설화에겐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자 공허함이었다.
발인 하루 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남궁무천을 옮긴 뒤 신의에게 그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
설화는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네까짓 것 하나 잡으려고.”
스릉-
설화의 검이 망월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녀의 검 끝이 잘게 흔들렸다.
“흘흘…. 그게 왜 내 탓인 줄 모르겠구려. 소루주께서 감정을 회복한 탓이 아니오?”
감정을 몰랐다면 슬픔 역시 알지 못했을 터.
“뭣 하러 아등바등 괴로움을 떠안는단 말이오? 그걸 위해 남궁세가로 간 것이오? 하등 쓸모 없는 감정을….”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야.”
“….”
“사람이니까.”
상실에 슬퍼할 수 있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 때문이다.
소중함을 알기에 비로소 그 빈자리가 슬퍼지는 것이다.
“고통이나 감정을 모르는 건 네가 부리는 강시들이나 그런 거겠지.”
설화의 검이 망월의 목덜미를 옅게 파고들었다.
검붉은 핏줄기가 검날을 따라 맺혔다가 이내 검 끝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사람이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그래서 슬플 줄도 아는…사람.”
설화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더 이상 너희들 손에 휘둘리는 도구 따위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