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55화(258/319)
* * *
가주전의 지하 연무장.
설화는 연무장의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흑룡대주 남궁혁에게 포권으로 인사한 뒤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진한 약초 냄새가 풍겨왔다.
시신의 부패를 막고 냄새를 억제하는 용도의 약초였다.
연무장에 내려가니 시신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신의와 그를 돕는 초련이 보였다.
“오셨어요?”
초련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 답해 준 뒤 신의에게 다가갔다.
신의는 한 시신의 곳곳에 침을 놓고 있었다.
“뭐 좀 알아내셨어요?”
신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손만 바쁘게 움직였다.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시신을 더듬으며 침을 놓는 손길엔 망설임이 없었다.
설화는 가까운 곳에 앉아 신의의 작업이 끝나길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흠.”
신의가 시신에게서 손을 뗐다.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초련이 약초를 띄운 물과 깨끗한 천을 들고 다가갔다.
그 물에 손을 씻은 뒤 신의가 설화를 향해 돌아섰다.
“무어라 하셨소?”
“내어 드린 시신이 선생님께 도움이 되었나 해서요.”
“아아, 강시.”
“딱히 알아낸 건 없소.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그냥 시신이오.”
“그런가요?”
“심장에 들어 있었다던 고독을 가져다주었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신의가 시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쩝,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세상의 약초를 전부 안다고 하여 백약선생이라 불리는 그녀는 의외로 주술에 관한 지식은 얕았다.
“기왕 내어줄 거 고독까지 잘 챙겨 와서 보여 주면 좀 좋소? 내 검황 목숨까지 살려 드렸고만….”
“약조한 것은 강시 한 구가 아니었습니까?”
섭무광의 치료가 끝난 후 떠나려 하는 신의를 붙들어 놓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신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주술이라는 분야를 알고 싶어 했고, 강시 한 구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남궁무천의 치료까지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사람이 인정머리가 그리 없으면 못 쓰는 것이오.”
“장난입니다. 저도 챙겨드리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찮았을 뿐이에요.”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소만.”
“대신 강시를 부리던 이를 만나게 해드리죠.”
“!”
신의의 고개가 빠르게 설화 쪽으로 돌아왔다.
강시를 부리던 이.
단전을 폐하고 재갈을 물린 채 남궁세가의 뇌옥에 구금하고 있는 망월이었다.
“내게… 그자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고?”
“네.”
“…맨입은 아닐 테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신의가 그럴 줄 알았다며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신의에게 친우라 부를 수 있는 이는 하나다.
제갈세가의 괴짜, 제갈명.
명문세가의 도련님이면서 도둑질이나 하고 다니던 것이 흥미로워 근근이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친분이 쌓였다.
때론 자신이 그를 치료해 주기도 하고, 때론 그가 귀한 약재를 어디선가 훔쳐다 주기도 하고.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도둑질을 그만두고 본가로 돌아가 은거하기 시작했다.
주군을 기다린다는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그렇게 십수 년.
소식조차 없던 그에게서 연통이 왔다.
제 주군을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그자의 마음을 움직인 주군이 누군지 궁금하여 와 보았건만.’
주군이라는 자가 남궁세가의 어린 규수일 줄이야.
무엇이 그리 특별한지 풍뢰신이라는 자를 고쳐 주며 조금 지켜보려 했건만, 어느새 제대로 코가 꿰이고 말았다.
‘어린 녀석이 제법이란 말이지.’
자신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본 것도 그렇고, 검황의 죽음을 꾸며내어 적을 사로잡은 것도 그렇고.
‘그리고 나도.’
신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거 아시오?”
“무엇을요?”
“나를 이리 오래 붙잡은 이는 그대가 처음이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부탁이 무엇이오?”
설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한 명, 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의원에게 할 부탁이 그것밖에 더 있겠소? 그래서 누구요?”
“숭산에 계십니다.”
“숭산이면 소림이겠구려?”
“아닙니다. 소림의 비호를 받고 있긴 하나, 스님은 아니십니다. 신의께서도 들어 보셨을 겁니다.”
“?”
“구양도라는 별호를 쓰십니다.”
신의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분이 여태까지 살아있소?”
“구미가 조금 당기시나요?”
“….”
신의가 저도 모르게 입을 텁, 다물었다.
정말 무서운 아해다.
치밀하고도 예리한 아해.
구양도의 별호를 듣자마자 그리 오래 산 이의 몸은 얼마나 다를까, 호기심이 동한 건 어찌 알고.
신의가 크흠, 큼! 목을 풀며 고개를 돌렸다.
“…그 부탁 내 들어주지.”
“감사합니다.”
“내일 바로 출발할 테니 그리 아시오.”
“조금 더 머무르시지 않고요.”
“며칠 있으면 무림인들이 바글바글 몰려올 텐데 뭣 하러!”
빼액, 기겁하는 목소리에 설화가 조금 놀라 눈을 깜박였다.
“내 날이 밝는 대로 떠날 터이니 그리 아시오! 그리고, 약조는 지키시오. 강시를 부린 이를 만나게 해 주는 것 말이오.”
“알겠습니다.”
신의가 흥, 콧방귀를 끼며 성큼성큼 연무장을 벗어났다. 맹인이라곤 믿기지 않는 거침없는 걸음걸이였다.
* * *
신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났다.
신의를 배웅하고 처소로 돌아가려던 설화가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장례 날 이후 다시 자취를 감추었던 이무기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 오랜만이네. 이제 정말 괜찮아진 거야?
[그래. 약해 빠진 인간 같으니라고. 내 이럴 줄 알고 상단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네가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그동안 당과도 못 먹지 않았느냐!]설화의 소매에서 검은 뱀이 스르륵 빠져나와 그녀의 손을 휘감았다.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느다란 모습이었다.
– 잘 됐다. 이참에 이전의 모습도 회복하고. 얼마나 좋아?
[좋아? 좋더냐?! 본좌는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내 마음 같아선 네 몸이고 뭐고 성질대로 날뛰려 하였건만…!]– 그땐 고마웠어. 나오면 안 되는데 나와 준 거지?
나를 위로해 주려고.
[…흥. 강한 척은 다 하더니만 그리 아파할 거면 그런 계책은 왜 내는 것이냐?]– 나도 그렇게 슬플 줄 몰랐어.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거든.
[흥. 나약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