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57화(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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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천수불.”
화산파의 장문인 노운이 법공과 인사를 나누며 다가왔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당문룡의 시선이 예기를 띠었다.
법공이 노운을 향해 반장했다.
“아미타불. 이리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 다행입니다, 옥매검.”
“허허, 방장스님께서는 무고하셨습니까?”
두 사람은 큰 뜻 없는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주위에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많음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야- 저 덩치 좀 보시게나. 딱 봐도 떡, 벌어진 게 바위처럼 단단할 것 같지 않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당문룡의 곁에도 누군가 다가왔다.
팽가의 가주 팽엽명이었다.
한창 집중하던 일을 방해받자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당문룡이 말했다.
“본인 얘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덩치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진 거구는 누가 봐도 팽엽명이었다.
당문룡의 지적에 엥,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팽엽명은 와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당문룡의 등을 퍽- 두드렸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내 조금 크긴 해도 그리 눈에 띌 정도는 아니네!”
띈다. 엄청나게 띈다.
목소리도 커서 널따란 뜰이 웅웅, 울릴 정도다.
“나는 저 승려 말하는 것이네. 저기, 소림사 방장스님 옆을 떡하니 버티고 선 저놈 말이야.”
팽엽명이 가리키는 이는 소림사의 일대제자 도원이라는 자였다.
도원 역시 들어본 적 있었으나,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궁세가에 도착했을 때, 남궁세가에서 방문인 목록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저자가 도원인 줄도 몰랐겠지.
“그나저나 무당파는 결국 오지 않은 모양이군.”
팽엽명이 천객원 뜰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섯 개의 무림세가와 아홉 개의 문파.
중원에 내로라할 수 있는 열넷의 세력 중 모이지 않은 것은 무당파 하나뿐이다.
남궁세가에서 서신을 보내지 않았을 리 없으니, 참석할 용의가 없다는 뜻일 터.
“이 정도만 모여도 충분히 연합이라 할 수 있으나, 조금 아쉽긴 하군.”
팽엽명이 쩝, 입맛을 다셨다.
그때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주님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세문과 그의 동생 제갈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오랜만이구려, 제갈가주!”
팽엽명이 손을 내밀었다.
제갈세문이 잠시 멈칫하다가 어색하게 붙잡으니, 팽엽명이 손을 크게 붕붕, 휘둘렀다.
“잘 지냈는가?”
“예, 예에…. 별 탈 없이 지냈지요. 하하….”
“이쪽은 그 유명한 자네 동생이시로군.”
당문룡의 말에 한쪽에 서 있던 제갈명이 두 사람을 향해 다시금 인사했다.
“팽가와 당가의 가주님들을 뵙습니다. 제갈세가의 제갈명이라 합니다.”
“반갑네.”
당문룡과 제갈명 역시 가벼운 악수를 나누었다.
“자네가 제갈세가의 기관진식을 전부 만들었다지.”
“부족한 재주나마 가문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재주라니. 제갈세가의 기관진식은 중원 제일이 아니던가. 내 일찍이 한번 자네를 만나보고 싶었네.”
“그러게나 말이야! 회동 땐 얼굴 한 번 안 비추더니, 여긴 또 왔구먼!”
제갈명과의 인사를 나눈 후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고 갔다.
역시나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많으니 큰 뜻 없는 대화만을 주고받을 때였다.
“한데, 두 어르신께선 혹 검황 어르신의 장례에 참석하셨습니까?”
제갈세문이 넌지시 던진 화두에 팽엽명과 당문룡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팽엽명이 고개를 저었다.
“참석은 무슨. 다 끝나고야 알았지.”
“나도 마찬가지네. 소식이 오가는 동안 이미 끝나있더군. 자네는 참석했는가?”
제갈세가는 다섯 세가 중 안휘와 맞붙은 호북에 자리하고 있으니 당연히 참석했을 거라 생각하고 한 물음이었으나.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갈세문은 고개를 저었다.
“검황의 별세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장례가 끝나있더군요.”
두 가주가 적잖이 놀라 되물었다.
“아니, 코앞에 있으면서 소식이 그리 늦게 간다고?”
“이해가 안 가는군. 나는 당연히 제갈세가는 참석하였을 줄 알았네.”
제갈세가는 남궁세가의 도움을 많이 받아 가문끼리 유독 친밀하기도 하지 않았나.
“제 생각에 남궁세가 쪽에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늦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갈세문이 제갈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도 제 동생이 알려 주어 알아보니, 세가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파들도 상황이 같더군요.”
“아니, 이 중에 검황의 장례에 참석한 이들이 없단 말인가?”
“예.”
팽엽명의 낮은 탄식이 천호전의 뜰을 낮게 울렸다.
천호전의 뜰은 어느샌가 고요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모인 이들은 가문과 문파를 대표하는 이들이기 이전에 무림 고수들.
전부 제갈세문의 말을 들은 것이다.
“제 동생이 말하길 남궁세가 어디에서도 검황의 죽음을 기리는 흔적이 없다 하더군요.”
한 가문의 가주이자 무림을 대표하는 고수가 죽었으니, 장례는 끝났을지언정 오랜 시간 그 죽음을 기리는 것이 정상일진대.
안휘의 거리 곳곳에서도 쉬이 볼 수 있는 흰 천조차 남궁세가 내에선 단 하나도 볼 수 없었다.
“회동을 위해 거두어들인 것도 말이 안 되나, 그렇다 하여도 심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검황의 죽음을 지우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번 검황의 죽음엔 이상한 점이 많다.
장례가 짧은 것도, 안휘 밖 양민들은 검황의 죽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까지.
“이 사람… 농이 심하군.”
“하면 자네는 검황께서 살아계실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겐가?”
천호전의 뜰엔 더욱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예. 그리 생각합니다.”
대답은 제갈세문이 아닌 제갈명에게서 나왔다.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고 있던 세문은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팽엽명이 허, 탄식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검황께서 살아 떡하니 나타나시면 좋지 않겠는가?”
하하하, 웃는 소리는 이전과 달리 어색함이 묻어나왔다.
그 웃음소리가 멎어 들자, 뜰엔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그때였다.
천호전에 모인 이들의 고개가 한 곳으로 일제히 돌아갔다.
천호전의 뒤편에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나오고 있었다.
그 상자를 알아본 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관이 아닌가.”
모양도 그러하고 풍기는 약향도 시신을 처리할 때 쓰이는 향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