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58화(261/319)
“나는 그대들이 이분들의 시신을 언제 잃어버렸는지, 어디서, 어떻게 빼앗겼는지 전혀 모르네. 그저, 나의 가문을 지키고자 하였을 뿐이었지.”
남궁무천은 이번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풀어갔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가 있었고, 그자를 잡기 위해 죽음을 위장해야 했던 것. 그리고 무덤에서 마주한 강시들까지.
“이렇게 많은 수가 그자의 손에 넘어갈 동안 그대들 중 누구 하나 이 사실을 알린 이는 없었네. 그것이 그대들의 가문과 문파를 지키는 길이었겠지. 하나!”
남궁무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눈빛에 짙은 울분이 새겨졌다.
“종기는 숨길수록 썩어가는 법이고 감출수록 파고드는 법! 그대들이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은 결과가 바로 이것일세!”
선조들은 무림의 뿌리이자 역사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무림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시신이 사라진 것을 한 세력이라도 드러내고 도움을 구했다면, 시신이 사라지고 있는 일이 비단 사적인 문제가 아닌, 중원 전체의 문제임을 알았을 터인데.
“본디 종기란 가르고 드러내야 비로소 아무는 것일진대! 그대들이 숨기려고만 든 탓에 우리는 우리의 뿌리를 잃고도 깨닫지 못하였네!”
문제의 경중을 따지긴커녕 숨기기에 급급했던 탓에.
“뿌리를 잃은 나무가 정녕 곧게 자라겠는가…?”
그리 말하는 남궁무천은 조금 슬퍼 보였다.
진정으로 현 무림을 안타깝게 느끼는 것이 그의 목소리와 말투, 표정에서 드러났다.
그 진심을 알기에 모인 이들 역시 숙연해졌다.
세가의 가주들이 문파의 수장들을, 문파의 수장들이 세가의 가주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편을 가르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양편으로 갈라선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적은 이미 우리를 간파하였고, 우리의 약점을 쥐고 있는데. 우리는 대체 무엇을 대비하였는가.”
이대로 가다간 무림은 머지않아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서로를 견제하고 체면만 차리는 동안, 속은 썩어 문드러져 버릴 것이다.
“나는 이제라도 힘을 합하여 우리의 강호를 지키고자 그대들을 한자리에 모았네.”
끝으로 남궁무천이 세력의 수장들을 한자리에 모인 뜻을 드러냈다.
“서로를 불신하였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울지 모르나, 그것이 분명 우리를 성숙하게 할 것인즉.”
남궁무천이 모두의 앞에 주먹을 콱, 말아 쥐었다.
“우리는 필시 강호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네.”
무림맹.
중원 정파 무림 세력 연합.
백도 연합.
모두가 그 뜻을 알고 있었으나, 명확히 그리지 못하였던 목표를 남궁무천이 모두의 앞에 제시한 셈이었다.
남궁무천을 바라보는 수장들의 표정은 걱정과 기대가 뒤섞여 한층 복잡해졌다.
세가와 문파의 연합.
나아가 무림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수많은 정파 세력의 연합.
그들이 힘을 합한다면 천하에 그들을 대적할 존재가 있을까. 아니, 이곳에 모인 세력들의 힘만 놓고 보아도.
이전 같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하였겠지만, 검황의 주도 아래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정뿐이었다.
남궁무천이 하나같이 복잡한 얼굴을 한 수장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편히 여독을 풀고 자세한 사정과 각자의 생각은 내일 나누어 보세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남궁무천이 몸을 돌려 천호전을 떠나고, 관을 들고 들어왔던 무인들이 각 세력의 수장들에게 다가갔다.
“젠장. 저리 멋있어도 되는 겐가? 반칙이잖나?”
팽엽명이 분주한 천호전을 뒤로 하고 멀어지는 남궁무천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당문룡 역시 마치 하늘을 향해 나아가듯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셈이 아니었군.”
수장들은 시신을 먼저 보낼 것인지, 본가와 본문에 사람을 보내 달라고 연통을 넣을지, 보관을 부탁할지를 정하느라 분주했다.
그 사이 팽엽명이 동행한 장로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곤 가장 먼저 걸음을 돌렸다.
“어디 가십니까?”
혹여 남궁무천을 찾아가려 하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 물었건만.
“나도 내 종기를 좀 터트려 볼까 하네!”
“…예?”
팽엽명은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곤 천호전을 벗어났다.
성큼성큼 멀어지는 그를 바라보던 당문룡이 푸른 하늘을 멀찍이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야 가득 푸르른 천공이 가득 들어찼다.
“천하가 남궁의 편으로 기울었구나.”
하아-
그의 입에서 부러움과 기대가 섞인,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 * *
그날 저녁.
휘영청 밝은 달이 남궁세가의 장원을 훤히 비추었다.
높다란 달을 바라보던 소림사의 법공이 다가오는 기척에 뒤를 돌았다.
남궁설화.
반가운 얼굴이 그를 향해 인사했다.
“소림사의 방장 스님을 뵙습니다.”
법공의 입매가 빙긋, 휘어졌다.
“서둘러 돌아가기에 사정이 있는 줄은 알았네만, 이리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은 몰랐네.”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스님.”
남궁세가는 모든 수장의 앞에서 시신을 내보이기 전, 소림사에 사람을 보내어 뜻을 구했다.
소림사의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없겠지만, 소림사가 전대 방장의 시신을 찾고 있음을 아는 상황에서 그들의 허물을 마음대로 들출 수는 없었다.
소식을 들은 법공은 남궁의 뜻을 지지해 주었다.
소림사의 허물이 비단 소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고, 소림의 문제만을 감추어 떳떳한 척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조만간 시신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하였던 말이 이런 뜻이었군.”
“확실치는 않았으나, 운이 좋았어요.”
망월이 부리는 강시 중 계원의 시신이 섞여 있어 다행이었다.
“덕분에 선대 방장 스님의 시신을 되찾을 수 있었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법공이 설화를 향해 반장했다.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했던 품 안의 가시를 뽑아주었으니,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참으로 어리석었더군.”
“….”
“무엇을 위해 서로를 비난하고, 멸시하며 미워하였는지 모르겠네.”
“스님께선 그리 생각하지 않으시잖아요.”
법공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그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간 무림세가와의 교류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건 결국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무림세가를 교류의 대상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은, 그들을 같은 무림인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무공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세가와 문파의 급을 나누고 있었으니,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모인 이들은 이번 일로 많이 깨달았을 것이네. 결코 이전과 같지 않겠지.”
작든 크든, 무림을 대표하는 세력의 수장들이다.
현명한 이들인 만큼, 깨달은 바도 많을 터.
“이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자네의 조부께선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라네.”
법공이 허허, 웃었다.
“젊은 시절, 노문 그자를 혼쭐내었을 때도 참으로 대단한 무인이라 생각하였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