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0화(263/319)
* * *
쾅- 콰가가각!
후욱- 카강!
섭무광의 시선이 유려하게 펼쳐지는 검법으로 향했다.
해남파 일대제자 일지량.
그의 검은 마치 파도 같았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거센 위압감은 둘째치고,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검로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촥- 카강!
“!”
섭무광이 어느새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쳐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섭무광이 검을 쥔 일지량의 손을 바라보았다.
‘좌수검(左手劍)’
수많은 이들이 일지량의 검을 쉬이 상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다른 검문들과는 달리 좌수검을 기본으로 하는 해남파의 검법은 평소 상대하던 이들의 검과는 전혀 달랐다.
검이 짓쳐들어오는 방향도, 꺾어지는 지점도, 휘어지는 모양새도.
더군다나 해적들을 상대하며 발전해 온 실전 무공인 만큼, 일격, 일격이 예리하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사방에서 파도가 치는 태풍의 바다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하앗!”
일지량이 거센 기합과 함께 검법을 펼쳤다.
해남파 기본. 남해의 기상을 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남해검법(南海劍法).
촤촤촤촥-!
눈앞에서 대양이 펼쳐진다.
물결이 일렁이고, 땅이 울린다.
콰아아아-!!
섭무광의 눈앞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
섭무광이 검을 그러쥐었다.
‘정파의 검법이라기엔 사이하고, 사특한 무공이라기엔 검에 담긴 묘리가 정직하다.’
해남의 검이 그리 특이하다던데.
섭무광의 입꼬리가 작게 휘었다.
‘재미있군.’
츠츳….
섭무광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사이 일지량의 검은 그의 코앞까지 몰려왔다.
콰과과과-
높다란 파도가 삼킬 듯이 섭무광을 뒤덮었다.
그 순간.
콰콰콰콰쾅-!
섭무광 독문무공.
‘뇌정검법(雷霆劍法)!’
두 검의 충돌에 터져 나온 굉음이 비무장을 울렸다.
번쩍이는 섬광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비무를 지켜보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손을 말아쥔 채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콰콰쾅-!
일지량은 제 검을 받아내는 섭무광의 뒤로 향했다.
휘몰아치는 파도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일격은 적이 방심한 틈을 타 휘두르는 바로 이 공격.
물고기가 날아오르듯 파도를 차고 오르는 쾌의 묘리가 담긴 해남의 검.
비어쾌검(飛魚快劍)!
후욱-
‘이걸로 끝이다!’
일지량은 승리를 확신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날이 섭무광의 등에 닿는 그 순간.
카앙-!
“!”
눈앞에서 섬광이 터졌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일지량은 제 검을 가볍게 쳐내는 섭무광의 검날을 똑똑히 보았다.
‘이런.’
그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섭무광의 검날이 일지량의 목덜미에 닿았다.
일지량이 시선을 들어 섭무광을 올려다보았다.
“…졌습니다.”
차가운 시선으로 일지량을 내려다보던 섭무광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섭무광이 검을 내리고 일지량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비무였소. 듣던 대로 매운 검이더구려. 앞선 비무를 지켜보지 않았다면 필시 졌을 것이오.”
“과찬이십니다.”
일지량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풍뢰신의 검과 부딪혀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나 역시 그렇소.”
섭무광과 일지량이 가볍게 악수를 나누곤 한 곳을 바라보았다.
비무대가 내려다보이는 전각의 누대 위.
무림맹주 남궁무천을 필두로 무림맹의 주축을 이룬 열네 개 세력의 수장들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궁무천이 고개를 짧게 끄덕이자 두 사람이 비무대를 내려가고, 이어서 화산파와 종남파의 무복을 입은 두 사람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 * *
“강황이랑 유창목도 부탁드려요. 아, 사향도 더 있어야겠네요.”
남궁세가 의약당.
초련이 약재함을 들여다보며 총관에게 필요한 재료를 일러주고 있었다.
본래라면 의약당에서 정리하여 목록을 올리지만, 오늘은 총관이 의약당을 살피던 참에 겸사겸사 청하는 것이었다.
“약재 말고 물품은 없는가? 가구나, 함 같은 것들 말일세.”
“다른 것은 괜찮습니다. 부족하지 않아요.”
초련이 말한 약재를 종이에 적으며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재경당에 들러 이것들을….”
그때였다.
“어-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총관의 눈썹이 착, 내려가고 초련의 얼굴이 밝아졌다.
두 사람이 열려있던 의약당의 문 쪽을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섭무광이 손을 휘휘,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저 양반은 여기가 비풍대실인가? 건강한 양반이 의약당은 왜 허구한 날 드나드는 게야?”
초련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러나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그걸 모르는 총관이 툴툴대던 사이, 섭무광이 의약당에 들어섰다.
“두 사람, 같이 있었구만! 한데 총관 어르신께선 의약당엔 어쩐 일이시오? 어디 아프시오?”
“내가 묻고 싶은 물음이오. 해서, 발탁전은 잘 치르셨는가?”
발탁전.
무림맹 무력단을 이끌어갈 단주를 발탁하기 위해 오대세가와 아홉 문파의 무인들이 모여 비무를 펼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비무 참가자는 자원자 중 각 세력 수장들의 추천을 받은 자.
열네 개의 세력별로 최대 세 사람이 비무에 참가할 수 있고, 상대는 무작위로 정해졌다.
비무에서 승리하면 유리하겠지만, 전부 승리했다고 해서 무조건 단주가 되는 건 아니었다.
단주 임명은 각 세력의 수장들로 이루어진 무림맹 장로들과 무림맹주가 참가자들의 배분, 무공의 경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발탁하는 형식이었다.
“아 글쎄, 어떻게 됐냐니까?”
섭무광의 입매가 씨익, 휘어졌다.
“대승(大勝)이오.”
“대승이라면…?”
섭무광이 큭큭, 웃으며 스스로를 가리켰다.
“이제부터 이 몸을 무림맹 총단주라고 불러 주시오.”
총관이 허억- 하며 놀랐다.
단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가 아니냐고 물어보려던 그 순간.
“와아!”
초련이 펄쩍, 뛰며 섭무광에게 와락, 안겼다.
서로를 바라보던 섭무광과 총관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축하드려요! 정말 정말 잘 됐다! 정말!”
초련이 섭무광의 목에 매달린 채 방방 뛰며 제 일처럼 좋아했다.
섭무광은 딱딱하게 굳은 채 이리저리 흔들렸고, 총관은 입이 떡, 벌어져서는 섭무광과 초련을 번갈아 가리켰다.
“두, 두두….”
두 사람 대체 언제부터냐고 물으려던 그는 이내 입을 텁, 닫곤 황급히 의약당을 빠져나갔다.
섭무광은 황당한 표정으로 후다닥 도망치는 총관을 바라만 볼 뿐, 잡지 않았다.
* * *
주작단에 화산파 도사 유표.
현무단에 소림사 승려 도량.
백호단에 모용세가 모용송백.
청룡단에 해남파 일지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