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4화(267/319)
하오문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의외의 세력이었다.
“녹림…?”
설화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으나, 하오문주는 여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도련을 사칭하는 이들을 붙잡아 돈을 쥐여 주니 실토하더군요.”
도적 아니랄까 봐 겁박할 땐 입을 다물더니 돈을 쥐여 주자 허무하리만치 술술 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배후였기에 몇 명을 더 붙잡아 추궁했고, 그들 모두 동일하게 녹림 소속이라 말했다.
“녹림이 어째서 사도련을 사칭하고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추궁한 이들은 그저 위에서 시켰다는 말뿐이더군요.”
설화가 탁자를 톡, 톡, 두드렸다.
녹림. 녹림이라.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올까.’
녹림은 이전 생에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세력이다.
천하 10대 고수에 이름을 올리는 화경의 고수를 수장으로 두었음에도 그저 숲속에 틀어박혀 산적질이나 하고 살던.
그런 세력이 이 시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사도련의 이름을 사칭하며.
‘차라리 잘 됐어.’
배후가 혈교가 아닌 녹림이라면.
이 일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녹림투왕을 만나야 했다.
찾아갈 마땅한 명분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명분이 생긴 셈이다.
“녹림투왕은 내가 직접 만나 보겠다.”
사도련의 간부들이 놀란 얼굴로 설화를 돌아보았다.
옥면선생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녹림투왕은 천하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자입니다. 정녕 괜찮으시겠습니까?”
총군사 역시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녹림투왕은 철혈방주나 만마보주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자요. 그 아래엔 일흔두 개에 이르는 산채가 있소.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될 상대이외다.”
두 간부의 말을 잠자코 듣던 설화가 탁자 끝에 앉아 있는 맹등호를 바라보았다.
“수로채주는 어찌 생각하는가.”
맹등호가 사도련주를 마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녹림투왕을 직접 만나 본 것은 수로채주뿐이니, 의견을 듣고 싶군.”
수로채와 녹림은 차지한 영역만 다를 뿐, 도적이라는 점에서 같다.
그 탓에 종종 부딪히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의외로 관계가 좋은 수채와 산채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 맹등호가 수로채주가 되며 두 세력은 맹약을 맺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맹약이었다.
“녹림은 수로채에 비하면 어떠한가?”
사도련주의 물음에 잠시간 고민하던 맹등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녹림은 우리 수로채와는 차원이 다른 강대한 세력을 이루고 있소.”
“그 말은 수로채가 녹림에겐 안 된다는 말로 들리는군.”
“그렇소. 차마 말하건대 우리 수로채는 녹림에 비할 바가 못 되오. 물론 물 위에서 싸운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중원 무림엔 물보다 땅이 많소.”
본인이 수로채주임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
비록 남궁세가의 간자로 사도련에 속해 있으나 맹등호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홀로 가는 건 자살 행위요.”
참으로 맹등호다운 솔직한 대답에 가면 아래 설화의 입꼬리가 옅게 휘어졌다.
“그렇군.”
책사와 총군사 거기에 수로채주까지 반대하고 나선 상황.
모인 이들은 사도련주가 뜻을 굽히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위험한 곳에 내 수하들을 밀어 넣을 수는 없지.”
“련주님…!”
“녹림투왕은, 나 혼자 만나 보겠다.”
간부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기어이 그 위험한 곳을 혼자 가시겠다니.
그러나 사도련주는 지금껏 뜻을 굽힌 적이 없고, 이 자리엔 그를 말릴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하오문주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녹림투왕의 거취를 알아보겠습니다.”
“투왕이 어디 있는지는 내가 알고 있다. 그보단 거리 경계 인력을 늘리고 상황을 주시하는 일에 주력을 다해라.”
“물리는 것이 아니라요?”
배후를 알아냈으니, 이전보단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닌가?
“느낌이 좋지 않아.”
련주의 말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배후도 알아내고, 투왕의 거취도 알고 있으니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법도 하지만, 련주의 감은 틀린 적이 없으니.
“비무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절대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
* * *
자박. 자박.
평범한 객잔으로 위장한 사도련 지부를 빠져나온 설화는 얼마 못 가 또다시 뒤를 따라붙는 인기척을 느꼈다.
죽립을 깊게 눌러 쓴 남자였다.
설화는 모르는 척 거리를 돌아다니며 죽립인을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이끌었다.
죽립인은 자신이 유인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설화의 뒤를 쫓았다.
설화가 꺾어지는 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죽립인 역시 잠시 시간을 둔 뒤 그녀를 따라 길을 돌았을 때.
“어…?”
죽립인은 당황하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건물을 돌자마자 나온 곳은 돌담으로 사방이 막힌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러나 막다른 곳 어디에도 설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죽립인이 황급히 그녀를 쫓기 위해 몸을 돌리는 그 순간.
후욱-
그의 눈앞에서 장(掌)이 짓쳐들어왔다.
“!”
죽립인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장을 받아쳤다.
파악-!
죽립인이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설화는 틈을 주지 않고 그를 공격했다.
파파팍! 파파파파팍!
순식간에 수십의 합이 오갔다.
두 사람 모두 공력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소란은 크지 않았으나, 치열한 교전이었다.
파박-!
촤아악-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뻗었고, 장과 장이 부딪히며 두 사람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설화는 조금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죽립인을 바라보았다.
짧게 호흡을 가다듬던 그녀의 입매가 싱긋, 휘었다.
“그새 강해진 것 같은데?”
죽립인이 죽립을 슬쩍 들어 올리며 마주 웃었다.
“알잖아. 거기서 할 건 수련밖에 없어.”
죽립인은 유강이었다.
다소 격정적인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손을 털며 서로에게 다가섰다.
설화가 픽,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서신으론 온다는 말 없었잖아?”
두 사람은 설매를 통해 종종 서신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유강은 단 한 번도 비무대회에 참가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놀라게 해 주려고. 근데 어째 알고 있었던 눈치네.”
유강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숨기려면 설매도라는 별호로 참가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생각나는 이름이 그것밖에 없었는걸….”
유강은 설매도라는 이름을 제출하여 비무대회에 참가했다.
구양도의 제자임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그는 화산파에서 파문당한 제자일 뿐이었고, 그러한 신분으로는 비무대회에 떳떳하게 참가할 수 없었다.
괜한 소란을 일으킬 바에야 정체를 숨기고 참가한 것이다.
“구양도 어르신은?”
유강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오셨어. 나보고 알아서 잘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