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6화(269/319)
타앙-!
휘어진 창대에 남궁웅이 날아갔다.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몇몇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고, 몇몇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남궁웅이 졌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스윽-
흙먼지 속에서 남궁웅이 일어섰다.
검날을 앞으로 세운 채였다.
“쳇.”
은섬창이 제 창대에 난 흠집을 보며 짧게 혀를 차올렸다.
그가 붕- 붕- 창을 휘두르자, 남궁웅 역시 검을 바로 잡으며 다시 기수식을 취했다.
“와아아!!”
“이겨라! 남궁웅!!”
“은섬창! 봐주지 마!”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비무대회의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 열기는 누대 위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허허. 검황이신 맹주님의 손자라 그런지 검술 실력이 아주 뛰어나군요.”
“저 창을 쓰는 자도 놀랍소. 거리를 내어주지 않으니 남궁 공자의 검이 힘을 못 쓰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는 기본 실력이 뛰어나고 하나는 실전 경험이 많은 움직임이다.
검과 창의 치열한 싸움에 누대에 앉아 비무를 지켜보는 무림 선배들의 목소리에도 흥분이 묻어 나왔다.
“저 아이가 가주님의 아들입니까?”
해남파 장문인의 물음에 남궁청운이 하하,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는 제 아우의 아들입니다.”
“오오, 하면, 부군사의 아들이란 말이오?”
“예.”
청해는 무림맹의 군사 제갈명의 보좌 격인 부군사의 자리에 앉았다.
남궁무천의 개입 없이, 제갈명의 지목에 의해서였다.
“대단하구려. 저 어린 나이에 놀라운 실력이오. 검황께선 훌륭한 손주를 두셨군.”
“그러고 보니 가주님의 여식도 비무대회에 참가하였다 하지 않았습니까?”
해남파 장문인이 재차 청운에게 물었다.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들었습니다.”
“예. 잠시 후에 올라올 겁니다.”
“그 아이는 얼마나 뛰어날지 벌써 기대가 되는구려.”
종남파의 장문인이 청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하는 말에 주위에 앉은 문파의 수장들이 하하하,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수장들은 알고 있었다.
청운의 여식은 오랫동안 남궁을 떠나 있었고, 남궁에 돌아온 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본선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놀라우나 그뿐.
아무리 검황의 손녀라 하여도 무공 실력이 그리 뛰어날 리 없었다.
“하하하! 다들 보고 반하지들 말게! 내 손주며느리로 친히 점찍어 놓았으니!”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팽가 가주 팽엽명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대부분의 수장들은 가벼이 웃어넘겼으나, 설화의 무공을 아는 몇몇 가주들은 그 말을 장난으로 넘기지 않았다.
“은섬창 승!”
그 사이, 은섬창과 남궁웅의 비무가 끝났다.
결과는 은섬창의 승리.
남궁웅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 옆구리에 아슬아슬하게 닿은 창날을 바라보았다.
무공의 수준으로 본다면 남궁웅이 한 수 위였으나, 은섬창이 노련함에서 앞섰다.
거리를 벌리며 남궁웅의 힘을 빼놓고, 남궁웅이 보인 단 한 번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것이다.
“하아…하아….”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빈틈.
한 번의 공격.
결국, 그것이 실력의 차이다.
만약 이것이 비무가 아닌 실전이었다면, 이 한 번으로 목숨이 오갔을 테니.
남궁웅과 은섬창이 자세를 바로 했다.
남궁웅이 은섬창을 향해 포권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은섬창 역시 따라 포권했다.
“좋은 비무였소.”
두 사람이 비무대를 내려가고 곧바로 두 번째 비무가 시작되었다.
다음 비무는 위지일과 혜각의 대결.
위지세가 무력단 소속 무인과 소림사 이대제자 혜각의 비무였다.
한편, 누대 1층에 자리한 진출자 대기 장소.
누대를 떠받치는 커다란 기둥 뒤편, 설화가 비무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나 시선만 비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녀의 머릿속은 며칠 전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 * *
“나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느냐?”
“그자는 네가 소림의 파계승이라는 사실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다. 사도련은 소림사뿐 아니라 어떤 정파 세력과 척을 질 생각이 없다.”
“그러니 그 말을 어찌….”
“정 나를 믿지 못하겠으면, 그자도 믿지 말아야지.”
사도련을 사칭하는 일이 어째서 소림을 위한 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굉천 스님께 묻는 것이겠지만….”
녹림투왕이 굉천을 찾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자신은 사부와 사부의 가르침을 배신한 파문 제자이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너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해라. 다만, 사도련의 존재 의의는 녹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길.”
“그게 무슨 말이더냐?”
“너 역시 소림사를 위해 녹림을 떠안은 것이 아닌가.”
숭산을 나와 소림사에 위협이 되는 산적들과 맞붙다 보니 녹림의 수장 자리까지 오른 것이겠지.
그것이 아니라면, 녹림투왕이라는 별호까지 가졌음에도 녹림보다 소림사를 우선하는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
녹림투왕은 녹림의 수장 자리에 앉아 녹림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소림사를 위해.
소림사가 지켜나갈 무림의 질서를 위해.
녹림투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긍정임을 설화는 알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녹림투왕의 뜻이 사도련의 뜻과 상통한다면, 녹림을 규합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설화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녹림투왕에게 던졌다.
무영마신을 증명하는 각패였다.
“결정이 내려지면 나를 찾아와라. 어느 객잔이든 그것을 보이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각패를 받아 챈 녹림투왕의 표정이 묘해졌다.
“나는 아직 네놈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다만.”
“머지않아 그리될 테지.”
그것이 녹림투왕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설화는 그 길로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 * *
녹림은 비무대회 중에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녹림투왕은 중원 무림의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나 소림사에 관련된 일에는 신중을 기하는 자다.
무엇이 소림을 위한 일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으니 일단 조심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녹림투왕을 부추긴 죽립인.’
그자는 대체 뭘까.
“소저….”
누구이기에 이리 사사건건 훼방을 놓으려 하는 것일까.
누구이기에….
“남궁소저!”
설화가 작게 놀라며 제 어깨에 손을 얹은 이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놀란 모습에 제갈휘가 오히려 당황하며 조금 물러섰다.
“미안합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기에.”
“아. 괜찮아요. 왜 부르셨죠?”
“남궁웅 공자의 비무를 보셨는지 물으려 했습니다.”
설화가 비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사이, 어느새 두 번째 비무도 끝나고 정리되고 있었다.
“…어떻게 됐나요?”
“설마, 못 보신 겁니까? 대회 시작 때부터 줄곧 이곳에 계시기에 보셨을 거라 생각하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