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_2
“가주님께서 아가씨께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해 주신다네요?”
“…벌모세수?”
“아가씨 혈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시고 고민하신 모양이에요. 오늘 낮에 제게 문제가 없는지 확인까지 하고 가셨다니까요? 아가씨, 정말 사랑받고 계시네요?”
초련이 후후, 웃음을 흘렸다.
설화는 놀랐다.
벌모세수란 경지가 높은 이가 상대의 몸에 자신의 내공을 불어넣어 탁기를 몰아내고 혈맥을 뚫어 주는 대법이다.
한마디로 고수가 내공을 이용해 상대의 혈도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체질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다만, 벌모세수를 해 주는 고수 역시 상당한 내력을 소모하게 되므로 아무리 높은 경지의 고수라도 쉬이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벌모세수를 받는 이와 함께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고, 잃어버린 내력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대의 혈도를 마음대로 휘젓는 것 역시 상당한 기의 운용 능력을 필요로 하니 무림인들 사이에선 벌모세수를 받는 것을 천운(天運) 또는 기연(奇緣)이라고도 말했다.
‘어린아이 때 벌모세수를 받으면 어떤 영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어.’
채 성장하기도 전인 평범한 육체를 무인(武人)의 육체로 바꾸니 시간이 갈수록 무공의 성취가 얼마나 높아질까.
더군다나 벌모세수를 해 주는 이가 핏줄일 경우엔 그 효과가 더욱 좋아진다고 하는데, 설화는 그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가슴이 제멋대로 콩닥거렸다. 설화는 가슴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이 감각이 어떤 기분에서 비롯되는지 알 것 같았다.
‘기대감.’
다른 이도 아닌 천룡검황의 벌모세수이다.
자신이 대환단을 이용해 혈기를 몰아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혈도가 깨끗해질 터.
어쩌면 고작 이류에 불과한 내공이 단숨에 일류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벌모세수를 받은 몸이라면….
‘이전 생보다 훨씬 강해질 수도 있을 거야.’
설화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짧게 느꼈던 남궁무천의 기운을 떠올렸다.
마치 한 마리의 푸른 용이 제 혈도를 누비는 듯 기운이 흘러가는 자리마다 개운함마저 느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절세 고수의 기운이었다.
“그렇게 좋으신가요? 좀 전엔 조금도 도움받기 싫어하시던 눈치시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반짝이는 설화를 보며 초련이 쿡쿡, 웃음을 삼켰다.
“범의 새끼치곤 좀 귀여우시네요?”
정말이지 남의 약점을 잡고 휘두르는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귀여움이었다.
* * *
저녁 식사 전에 온다던 남궁청운은 오지 않고 돌연 시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시비들은 가주님과의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면서 설화를 단장시키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에 왜 단장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설화는 순순히 그녀들의 손에 몸을 맡겼다.
몸을 깨끗이 씻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예쁜 머리 장식도 하고, 유군도 입었다.
치마를 입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나 화려한 색의 옷을 입는 건 처음이어서 꽤나 색달랐다.
몸에 사르륵 닿는 비단의 감촉이 구름이 감싼 듯 부드러웠다.
발목을 살짝 덮을 정도의 치마 역시 생각보다는 편했다.
“어쩜… 너무 예쁘세요, 아가씨!”
어린 시비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했다.
예쁘다는 기준을 모르니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고마워. 아버지도 거기 계셔?”
“네. 일 공자님께서도 함께 계십니다.”
‘잘됐다.’
마침 남궁의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심법만이라도 배워서 벌모세수를 받기 전에 혈도를 조금이라도 정돈해 놓고 싶었다.
“아. 그리고.”
어서 가자고 말하려는데, 시비의 말이 이어졌다.
“일 공자님뿐 아니라 직계 가족분들이 함께 자리하고 계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