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7화(270/319)
* * *
세 번째 비무가 끝나고, 마침내 설화의 차례였다.
설화의 첫 번째 상대는 해남파의 이대제자 만우학.
본래 해남파는 중원 남단 작은 섬에 위치한 문파이기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으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해남파의 일대제자 일지량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무림맹 무력단주의 자리를 차지했을 때부터였다.
“해남파의 제자가 나오는군요.”
“일 단주가 말하길 해남파의 유망주라 합디다.”
“호오, 기대되는군요. 상대가 누굽니까?”
“남궁설화라면 검황의 손녀가 아닙니까.”
누대 위 비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해남파 제자의 무공을 기대했다.
남궁설화는 대외적으로 남궁의 무공을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였기에, 그녀에게 관심 두는 이들은 몇 없었다.
“음! 내 손주며느리가 드디어 나오는구만!”
몇몇 가주를 제외하곤.
분위기는 관객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우학! 만우학!”
“검황 손녀 힘내라!”
만우학의 경기를 본 이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으나, 설화의 비무를 제대로 본 이는 없었다.
“남궁설화 어때? 잘해?”
“나도 몰라. 검황 손녀인데 잘하지 않을까?”
“남궁설화가 걔야. 그, 몇 년 전까지 남궁에서 찾아다닌 애 있잖아.”
이전 비무 때와는 달리 사람들의 환호에는 웅성대는 소리가 뒤섞였다.
“설화야. 다치지 말고. 잘하고 와.”
비무대로 향하는 설화를 팽호광이 응원했다. 그의 곁엔 그와 비슷한 덩치의 팽미랑이 서 있었다.
“기왕 하는 거 이기고 와라!”
팽미랑이 설화의 등을 팡! 치며 격하게 격려했다.
여장부 같은 성격이라고 알려진 대로 인사 한번 제대로 나누지 않았음에도 스스럼없는 격려였다.
설화가 미랑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팽호광에게 물었다.
“팽 공자님께서 다음 순서이시죠?”
“그래.”
“준비하고 계세요. 금방 끝낼게요.”
팽 남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런 두 사람에게 짧게 인사한 뒤, 설화는 비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뒤편에서 팽미랑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 금방 끝낸다니! 쟤 진짜 재미있다! 아하하하!”
설화가 비무대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비무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이내 다시금 환호와 함성으로 시끄러워졌지만, 짧은 고요가 남긴 강렬한 잔상은 설화를 향한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타박. 타박.
비무대의 계단을 오르자, 섭무광의 모습이 보였다.
섭무광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
– 떨리냐?
– 전혀요.
– 역시 내가 편애하는 제자답구만.
제자 한 명밖에 없으시면서.
섭무광이 두 사람에게 간단하게 경기 규칙을 설명한 뒤 각자 자리로 돌려보냈다.
제자리로 돌아가며 설화는 누대 쪽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가주들과 문파의 수장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엔 묘한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
설화는 자리에 선 채 기수식을 취했다.
해남파의 만우학 역시 비무를 준비했다.
‘좌수검이라.’
해남파의 검은 이전 생에서도 제대로 본 적 없다.
좌수검과 거칠기로 유명하다는 말은 들어 봤으나, 마주칠 기회가 없었는데.
‘재밌겠네.’
파라락-!
깃발이 내려갔다.
그러기가 무섭게 만우학이 설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타타타탓-!
그의 검에선 검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였다.
파츳….
설화 역시 그에 맞춰 공력을 끌어올렸다.
붉고 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앗!”
반수검(反手劍).
무공으로만 본다면 완성되지 못한 검법이라는 평을 받지만, 해남만의 고유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해남의 기본 검법.
만우학은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검법을 꺼내든 셈이었다.
캉-! 카카캉! 카카카캉!
설화는 차분히 검법의 검로를 확인하며 검을 받아쳤다.
확실히, 지금껏 상대해 온 검과는 결이 다른 검이었다.
‘해남의 검은 실전 검이야.’
오로지 적을 죽이고 쓰러트리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검.
중원의 수많은 검은 그저 검을 익히는 데에 목적이 있다면, 해남의 검은 살아남기 위한 검이다.
그 때문에 정직하기보단 비열하고, 상대를 베어 넘기려 하기보단 급소를 찔러 쓰러트리는 동작이 많다.
‘그런 면에선, 살수의 무공과 비슷하지.’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까.
카카카캉!
‘확실히, 흥미로운 검이야.’
구경은 여기까지.
후욱-
만우학의 검을 받아 주던 설화의 눈빛이 번득였다.
그녀에게서 일순간 발출된 공력의 기운에 만우학은 저도 모르게 움찔, 멈춰 섰다.
그 순간.
카앙-
설화의 검이 만우학의 검을 휘둘러 쳤다.
두 검이 맞붙는 짧은 순간, 강한 힘으로 끊어 치자, 검이 울리며 그 힘이 고스란히 검을 쥔 만우학에게로 이어졌다.
“큭!”
순간적인 격통에 만우학은 저도 모르게 검을 놓치고 말았다.
휘릭- 파악-!
설화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을 휘돌아 검을 발로 찼다.
훙- 훙- 날아간 검은 정확히 비무대 너머 누대의 나무 기둥에 콱- 박혔다.
탓.
설화가 가볍게 땅에 내려선 것은 그다음이었다.
“….”
비무장이 일순 정적으로 휩싸였다.
만우학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기둥에 박혀있는 제 검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믿기지 않았다.
스윽-
만우학이 흠칫, 놀라며 제 앞에 드리운 여인의 손을 바라보았다.
차마 그 손을 잡을 생각은 못 한 채 남궁설화를 올려다보았다.
만우학을 일으켜 주려 했던 설화가 아, 하며 말했다.
“더 하실 건가요?”
장법이나 권법 같은 게 남았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만우학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와아아아!!”
“대단하다! 남궁설화!!”
“남궁설화! 남궁설화!!”
비무의 내용만큼이나 압도적인 함성.
만우학을 일으켜 주며 설화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설화! 설화!”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설화의 이름을 연호했다.
의심을 단숨에 엄청난 확신으로 뒤바꾸는 실력 차이.
“보았소? 저 아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소이다.”
설화를 모르는 수장 중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이미 설화의 비무를 보아 실력을 알고 있던 이들 역시, 그녀가 보여준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보셨습니까.”
화산파의 장문인 노운이 소림사 방장 법공에게 나직이 말했다.
“마지막에 분명 검을 쥔 손을 바꾸었지요.”
법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수검.”
흥미롭다는 듯이 제 상대의 검법을 읽더니, 결국엔 그것을 따라 하였다.
말로는 쉽지만 이것이 진정 가능한 일이던가.
그 자리에서 보고, 바로 흉내 낸다는 것이 말이다.
“허어…. 무림에 엄청난 무재가 나왔소이다.”
“검황께선 진정 기쁘시겠소. 저런 손녀를 두셨으니.”
“핫핫핫! 잊지 마시오! 내가 점찍은 아이오!”
* * *
“결국 이리 비무대 위에서 만나게 되었소. 설매도.”
“그러게나 말입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 내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