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8화(271/319)
제갈휘 실격패.
제갈가의 진법이 만든 허상에 비무장은 정적으로 휩싸였다.
무림맹 장로들과 구경꾼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수 명으로 늘어나는 광경에 놀라 말을 잃은 채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제갈휘가 무림맹 장로들과 모인 구경꾼들을 향해 포권하며 앞에 섰다.
“비무대회의 개최 목적은 중원 무림의 하나 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나아가 무림을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순식간에 좌중의 이목 집중시키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비무장 가득 퍼져나갔다.
흔들림 없이 또박또박 이어지는 말과 제갈휘의 올곧은 인상은 좌중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여 저는 이 기회를 빌려 검과 창이 아닌 방법으로도 적을 상대하고 아군을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자 하였습니다.”
제갈휘가 누대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를 허락해 주신 맹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누대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무림맹주, 남궁무천을 향했다.
제갈휘가 비무대회 중 진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루 전 진법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엔 군사 제갈명이 개입되어 있었고, 나아가 무림맹주 남궁무천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궁무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누대 앞에 섰다.
그가 선선한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제갈 공자의 말이 옳다. 무림엔 검과 창 외에도 보다 다양한 방식의 무공이 존재하지. 하나, 우리 정파 무림은 오랫동안 그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배척해 왔네.”
진법이나 기관진식뿐만이 아니다.
혹자는 사천당가의 독공을 비겁하다 손가락질했다.
해남의 검법만 해도 거칠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사파의 무공이라 취급되었고, 청성파나 모산파 역시 술법을 연구한다고 하여 문파 자체를 낮잡아 보는 이들이 많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이 비무대회는 우리 무림맹의 첫걸음이네. 첫발을 떼기도 전에 배척하고 차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 중원 무림을 대표하리라는 맹(盟) 이라 볼 수 있겠는가.”
무림을 대표하겠다는 약속.
하나됨을 이루어 내겠다는 약속.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약속.
그 약속 위에 세워진 것이 무림맹이 아니던가.
제한적이나마 독의 사용을 허용해 준 것도. 제갈휘의 진법 사용을 허해준 것도.
무림맹이 맹(盟)으로서 건재함을 드러내고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불러들이기 위함이었다.
“비무를 나누는 자리이기에 실격을 주었을 뿐, 훌륭한 진법이었다. 만일 이 교전이 실전이었다면 너의 진법으로 수많은 아군이 목숨을 구했을 터.”
제갈휘를 칭찬하는 남궁무천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비무대회에서 나온 첫 실격패임에도 모두를 놀라게 한 제갈휘의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 뛰어난 능력을 갈고닦아 우리 무림의 기둥이 되거라.”
제갈휘가 다시금 남궁무천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좌중에서 그를 향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갈휘는 모두를 향해 다시금 인사를 올린 뒤 말했다.
“하면, 제 소임을 다한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가 발걸음을 돌리다 말고 잊고 있었다는 듯 유강을 향해 돌아섰다.
“아, 물의를 빚어 심히 당혹스러우셨을 설매도껜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제갈휘가 유강을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
찌푸린 표정으로 그 미소를 바라보던 유강은 이내 힘 빠진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비무대회의 열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치열한 교전 가운데 예상을 뒤엎는 결과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비무대회를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마침내 8인의 진출자가 결정되었다.
남궁세가와 소림사의 우승 후보를 꺾고 올라온 창객, 은섬창.
매회 누구보다 빠른 시간 안에 비무를 끝내고 올라선 남궁설화.
저보다 두 배는 큰 덩치의 팽호광을 쓰러트리고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킨 여검객 금련비.
처음부터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소림사 승려 혜언.
죽립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남다른 도법을 선보이며 올라선 설매도.
절제된 움직임과 화려함이 깃든 검술로 대 검문이라 불리는 화산의 강함을 보여준 화산파 제자 진예.
제한된 독공만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비무와 존중의 태도를 보여준 사천당가 당호진.
거침없고 파괴적인 팽미랑과의 치열한 교전 끝에 승리한 종남파 백운.
마침내 가려진 8인의 무인들을 향한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져 이제는 설화 혼자 거리를 나다닐 수조차 없었다.
그 탓에 마음껏 당과를 사 먹으며 즐기던 산보를 하지 못하게 된 이무기는 며칠째 불만이 가득했다.
비무대회 참가자만이 쓸 수 있는 연무장 한쪽 구석.
가볍게 몸을 풀고 그늘에 앉아 쉬는 설화 곁에는 길게 늘어져 바닥에 꼬리만 탁탁거리는 뱀 한 마리가 있었다.
[화중화(花中花)는 설상화(雪上花)라. 적천(赤天)이 드리우니 천하가 다 백(白)이로세.]세간에 떠도는 설화를 칭송하는 노래였다.
하나, 내용과는 달리 가사를 읊조리는 이무기의 목소리는 불퉁하기 그지없었다.
[별호가 생기니 좋더냐? 고작 생긴 별호가 천화검봉(天花劍鳳)이라니.]– 나는 마음에 드는데.
[마음에 들긴! 화는 왜 들어가는 거냐? 별호가 네 실력을 못 담아내고 있지 않느냐!]인간들, 아주 예쁘고 화려한 것만 좋아해서는! 아주 쓰잘머리 없이!
설화는 가볍게 웃으며 뱀의 등을 슥, 슥, 쓸어주었다.
이무기가 몸을 퉁명스럽게 비틀어 설화의 손을 떨쳐내곤 귀찮다는 듯 말했다.
[저놈은 왜 또 오는 것이야?]설화가 시선을 들어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유강이었다.
유강이 설화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
“수련 끝났어?”
“아니. 잠깐 쉬는 거야.”
“비무 준비는 잘 되어가고? 네 상대, 경험이 많아 보이던데. 숨기는 것도 많고.”
“그런 것 같더라.”
설화의 다음 상대는 창객 은섬창.
그가 남궁웅을 이겼을 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소림사의 제자를 꺾었을 땐 조금 놀랐다.
남궁웅 때 보여주지 않은 실력을 조금 더 드러낸 것이다.
“현명한 거지.”
“맞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긴 자가 올라가는 대회 구조상 비무를 거듭하다 보면 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고 제힘을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여 이기는 것 또한 실력이고, 앞선 비무에서 제가 가진 패를 전부 보여주는 건 불필요한 소모였다.
그렇기에 남은 8인 중엔 제 실력을 숨긴 이들이 더러 있을 터였다.
“너는?”
설화가 유강을 돌아보며 물었다.
“넌 준비됐어?”
“나야, 뭐. 항상….”
“말고. 마음의 준비.”
“….”
유강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다음 상대는 화산파 이대제자 진예.
유강이 화산파에 있을 때 가깝게 지냈던 유강의 옛 사질이었다.
4년 전, 화산파에 소란이 일어났을 때에 유강이 지켜주기도 했던.
그리고 유강은 모르지만 설화는 똑똑히 기억한다.
진예는 이전 생에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으로 새겨넣은 위패의 이름임을.
“괜찮아. 비무대회에 나올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니까.”
화산파에는 뛰어난 제자들이 많으니 당연히 각오한 바였다. 다만.
“되도록 상대로 만나지 않기를 바라긴 했지만….”
“이길 거지?”
“그래야지. 우승하려고 돌아온 거니까.”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넌 왜 우승하려고 해? 정체를 숨길 정도로 이 자리가 부담스럽잖아.”
파문당한 제자가 전 문파의 장문인과 전 사형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어디 쉽겠는가.
녹림투왕조차도 소림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림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유강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