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69화(272/319)
* * *
마침내 본선 8강의 날이 밝았다.
“천화검봉! 천화검봉! 천화검봉!”
“은섬창! 은섬창! 은섬창!”
비무대회 참가자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전보다 더 뜨겁고, 더 크게 비무장을 울렸다.
비무대 위에 올라선 설화가 비무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질끈 올려묶은 머리의 푸른 천이 바람에 휘날렸다.
“천화검봉! 천화검봉!”
누대 위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이들은 더 이상 그녀의 무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남궁설화.
그녀는 이번 비무대회의 가장 큰 변수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무재였다.
“화산파 제자와의 비무 때도 본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지요.”
“남궁설화는 이미 다른 참가자들과는 수준이 달라 보이오. 비무대회 우승자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소.”
“하나, 저 창객도 참으로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모르는 일이라 봅니다.”
때마침 은섬창이 비무대로 올라섰다.
“은섬창! 은섬창!”
사람들은 이번엔 은섬창의 별호를 연호했다.
낭인으로 천하를 떠돌며 창 하나로 이름을 알린 창객, 은섬창.
그가 제 일생을 함께한 창을 쥔 채로 비무대에 발을 디뎠다.
‘남궁설화.’
은섬창이 창을 쥐며 남궁설화를 바라보았다.
예선전을 거치며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상대들의 비무를 유심히 지켜보았기에 다른 이들의 실력이나 전투 습관은 어느 정도 파악해 둔 상태다.
하나, 그의 예상 속에 남궁설화는 없었다.
그녀가 해남파의 제자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을 때, 뒤늦게 파악해 보려 했으나 다음 비무도 워낙 순식간에 끝난 탓에 파악할 겨를조차 없었다.
‘남궁세가의 검법을 분석해 둔 게 다행이라 해야 하나.’
본선 첫 상대가 남궁웅이었던 덕분에 남궁세가의 검법에 관한 정보는 최대한 파악해놓았다.
지금으로선 그 정보를 믿을 수밖에.
후우우우-
남궁설화가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은섬창 역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걸음을 옮겼다.
“규칙은 익히 알 테니, 시간 끌 것 없이 시작하자고.”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섭무광이 손을 들고, 이윽고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였다.
그러나 비무가 시작된 후에도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왜 저래?”
“시작한 걸 모르나? 왜 안 움직이지?”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할 때쯤.
파앙-!
설화가 먼저 은섬창에게 달려들었다.
‘천풍검법 제2식.’
사위난룡!
촤촤촤촤촥-!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검이 순식간에 날뛰듯 사위를 베었다.
“흡!”
은섬창의 발이 쿵-! 진각을 밟았다.
이윽고.
카카카카카캉-!
은섬창의 창대가 이리저리로 휘며 남궁설화의 검을 전부 받아냈다.
“…!”
이전 경기와는 다른 속도와 위력.
두 사람이 휘두르는 검과 창이 일으킨 바람으로 구경꾼들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나부낄 정도였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열기는 순식간에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경기장이 떠나가라 자신들을 연호하는 함성 속에서 설화와 은섬창은 검과 창을 나눴다.
‘제5식 비룡유유!’
‘오추창법(烏錐槍法)!’
설화가 도약하며 은섬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은섬창은 남궁웅과의 비무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좁히지 않겠다는 듯 뒤로 물러나며 창을 휘둘러 검격을 막았다.
카카카캉-!
설화가 땅에 내려서는 것과 동시에 은섬창의 창이 그녀의 발치를 노리곤 낮게 찔러 들어왔다.
탓! 타타탓! 탓!
설화는 섭무광에게 배운 뇌영보를 이용해 아주 좁은 땅을 디뎌 보법을 펼치며 창격을 피해갔다.
그러는 순간.
후웅-!
은섬창이 창을 설화의 머리 위에서 찍어 누르듯 아래로 휘둘렀다.
카앙-!
설화가 창날을 받아치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창대 끝에서 찍어 누른 탓에 창날에 실린 힘은 휘어진 창대의 힘이 더해져 몇 배는 무거웠다.
탓-!
설화가 검날을 비틀며 아래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타앙-!
창이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비무대의 바닥을 때렸다.
구경꾼들이 귀를 틀어막을 정도의 파괴적인 소음이 비무장을 울리길 잠시.
훙- 후웅- 훙!
은섬창이 한층 더 공격적으로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탕-! 카카캉! 타앙!
긴 창을 휘둘러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동시에 창대를 유연하게 흔들어 파고들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창대의 반동을 이용하여 검격을 쳐내고 창날을 적재적소에 찔러 넣는 움직임이 익숙하다.
‘확실히 전투 경험이 많아.’
절대 틈을 내어주지 않는 노련함까지.
‘하지만.’
경험을 논하자면 설화 역시 이 비무장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전 생에도 여러 창객과 합을 맞춰 보았고, 은섬창 같은 전투 방식의 창객을 상대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방법은 간단해.’
막지 못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
훅-
창대가 휘어지는 틈을 타, 설화가 창의 사정거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
겉으로 보기엔 남궁웅이 달려들던 때와 같은 상황.
“흡!”
은섬창은 그때와 같이 온 힘을 주어 창을 휘었다.
휘어진 창은 순식간에 설화를 향해 돌아갔다.
그러나.
카앙-!
설화가 검을 세워 창대를 막아냈다. 그러곤.
카가가가각-
비스듬히 세운 검날로 창대를 부드럽게 긁어내려 막으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쉬이익-!
창대를 타고 빠르게 내려간 검날이 은섬창의 목덜미에 닿는 그 순간.
카앙-!
은섬창이 어느새 왼손을 들어 설화의 검격을 막았다.
그의 왼손엔 창날로 보이는 기다란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할 마음이 생기셨나요?”
설화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은섬창이 왼 허벅다리에 창날을 하나 더 숨기고 있다는 건 첫 본선 비무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은섬창이 창을 짧게 쥐곤 날붙이와 교차하여 설화의 검을 쳐냈다.
카강-!
탓- 타닷.
설화가 뒤로 물러났다.
철컥- 철컥.
은섬창이 기다란 창대를 둘로 나누어 빈 창대에 날붙이를 끼워 넣었다.
길었던 하나의 창은 두 개의 단창이 되었다.
훙- 후웅-
감각에 익숙해지려는 듯 단창을 두어 번 휘두르던 은섬창이 다시금 양 창날을 설화를 향해 세우며 기수식을 취했다.
“소저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소. 내 전력을 다하리다.”
우웅-
은섬창이 든 단창의 주위로 회색빛 공력이 은은하게 휘둘렸다.
강기였다.
“호오, 비무대회에서 강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소이다.”
“확실히, 무림엔 드러나지 않은 고수가 많군요.”
초절정의 고수만이 발현할 수 있다는 강기.
천하 100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들만이 초절정의 경지에 가까운 이들이라 할 정도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고수.
“역시, 실력을 감추고 계셨군요.”
“그건 소저 또한 마찬가지 아니오?”
설화가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검에도 붉은 기운이 휘둘렸다.
일순, 비무장이 술렁이고 강기를 처음 본 이들은 그 위압감에 긴장했다.
스스스스….
비무장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한층 팽팽해진 긴장감 속 설화와 은섬창이 서로를 향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