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6)_2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화산파의 장문인 옥매검 노운이었다.
저마다의 말로 술렁이던 이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문파에서 쫓아낸 아이가 아니오. 스스로 떠난 것이지.”
노운은 누대 앞으로 걸음을 옮겨 비무대 위에 서 있는 유강을 내려다보았다.
“문파의 부끄러움을 홀로 떠안으려 그 어린아이가 파문제자의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란 말이오.”
유강을 바라보는 노운의 눈빛에 미안함과 아픔이 어렸다.
* * *
비무대회 결승 며칠 전.
누군가 노운의 방문을 두드렸다.
서책을 읽고 있던 노운의 시선이 글자 위에 머무르길 잠시.
책을 덮으며 말했다.
“들어오거라.”
이윽고 문이 열리고 죽립을 쓴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마주한 노운의 입가에 선선한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이구나.”
유강이 죽립을 벗고 노운을 마주했다.
물기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유강은 노운을 향해 절을 올렸다.
화산파를 떠날 당시, 본문을 향해 올렸던 것과 같은 엄숙하고 진중한 절이었다.
“불초 제자가 화산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노운은 수많은 말이 담긴 유강의 절을 보며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이제 화산파의 흔적이 남지 않았으나, 그는 여전히 화산을 품고 있었다.
“일어나거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얼굴 좀 보자꾸나.”
유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운은 인자한 미소로 한층 장성해서 돌아온 그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잘 자랐구나. 예상대로 훌륭하게 자라주었어. 그래. 다른 사부를 만난 것이더냐?”
“구양도 어르신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오오.”
노운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참으로 훌륭한 분을 모시게 되었구나. 다만, 무공을 새로 익히느라 어렵지는 않았더냐?”
“처음엔….”
유강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숨이 잘게 떨렸다.
왜일까.
옛 사문 장문인의 앞에 서니 지난 4년간의 고생과 노력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노운의 잔잔한 목소리가 반가워서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유강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울컥 북받쳐 오는 감정을 억누른 후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처음엔… 검을 놓는 것이… 속죄의 방법이라 여겼기에 참았던 것이 사실이오나.”
“….”
“이제는 도가 좋습니다.”
유강이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새로운 무공을 익히는 것이 어렵고 힘들어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설 정도로 도가 좋아졌습니다.”
“잘 되었구나.”
노운이 대견한 미소를 머금었다.
“참으로 잘 되었어.”
홀로 본문을 떠나가던 어린아이의 모습이 장성한 유강 위로 겹쳐 보였다.
죄책감에 떠나기를 선택한 아이에게 본문의 어른으로서 해준 것이 없어 미안하기만 하였는데.
이렇게 훌륭한 사부를 만나고, 훌륭하게 자란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를 보니 기특하고 고마웠다.
“유강아.”
“예. 장문인.”
“더 이상 화산의 눈치를 보지 말거라.”
“….”
“너는 더 당당하여도 괜찮다. 네가 지은 죄가 아닌데 어찌 네가 죄인으로 살고 있단 말이냐.”
사부의 부족함을 떠안으려 하기엔 유강은 어리고, 앞날이 밝다.
“이리 훌륭하게 자라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나는 네게 고맙고, 너는 네 책임을 다한 것이니.”
더 이상 화산의 눈치를 보지도 말고.
속죄해야 한다 생각하지도 말고.
“너는 이제 너의 길을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