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74화(277/319)
유강은 무재를 타고났다.
노문의 일만 아니었다면 벌써 천하에 이름을 알리고도 남았을 터였다.
노운은 화산의 연이 그의 발목을 잡길 바라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노문과의 연도 잊고 새로운 연으로, 새로운 무공으로 시작하길 바랐다.
“…감사합니다. 장문인.”
그 마음을 알기에.
유강은 자꾸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슬픔과 후련함이 뒤섞인 미소였다.
“덕분에 짐을 하나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맑은 빛으로 일렁이는 유강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노운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내려놓았다는 것은 전부 내려놓지는 못하였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저는….”
유강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여전히 알고 싶습니다. 알아야겠습니다.”
노문이 자신을 화산에 데려간 이유를.
화산을 멸문시키려 했으면서 자신을 끝내 죽이지 않은 이유를.
그가 화산을 멸문시키려 했던 이유를.
“그것이 너의 뜻이라면 내 어찌 막겠느냐. 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그러하다면 너의 뜻을 존중하마.”
“…감사합니다.”
“하면 이 비무대회도 그것 때문에 나온 것이겠구나.”
“예.”
“그래. 그렇구나.”
노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말리고 싶으나, 노문을 쫓아 비무대회까지 나온 그의 뜻은 굳건했다.
“부디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거라. 멀리서 응원하마.”
“감사합니다. 장문인. 하면, 이만….”
“본문에 남은 미련은 없는 것이냐?”
“…예?”
“별호에 매화를 썼더구나.”
설매도.
눈 설(雪), 매화 매(梅). 칼 도(刀).
‘설매’라는 이름은 매의 이름을 지을 당시 유강이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의 한자를 따 지은 것이었다.
하늘을 높이 나는 매라도 자신이 그리워하는 이들을 자유로이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차.’
참가자로 등록할 때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가져다 쓴 것뿐인데.
유강이 당황하며 물었다.
“혹 저인 줄 아셨습니까?”
“어찌 모르겠느냐? 내가 널 본 시간이 얼마인데. 너의 전 사형제들도 다 알더구나.”
예선전이 치러지던 당시.
“아까 설매도라는 도객 비무 봤어?”
“봤지. 유강 사숙이시던데?”
“그치? 그런 것 같더라! 유강 사숙 진짜 오랜만이다. 우리 나중에 인사하자!”
“그래! 근데 이제 사숙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 않아? 뭐라고 부르지?”
유강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예?”
나인 줄 전부 알고 있었다고…?
“진예가 네 무공을 보곤 깨달은 바가 많은 것 같더구나. 더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겠다고 하였다.”
유강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예는 유강의 8강 상대였던 옛 사질.
비무를 겨룰 때 자신을 알아본 기색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는데?
알고 있었다고?
그것도 비무를 나누기 전부터…?
유강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멍하니 놀란 채 굳어버린 그를 보며 노운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나중에 인사하거라. 다들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였다.”
“…예….”
* * *
“본문에선 저 아이를 더는 파문제자라 일컫지 않기로 하였소. 화산파는 설매도 유강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오.”
노운이 나서서 유강을 옹호하자 술렁대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4년 전, 화산파에 있었던 일을 노운이 미리 밝혀두었기에 그때의 일이 유강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았다.
화산파 장문인의 옹호.
구양도의 제자.
그에 더해 비무대회에서 증명된 뛰어난 무공 실력.
여론은 그가 무림맹 대주직에 오르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어 갔으나.
“저 아이가 구양도 어르신의 제자라는 것은 어찌 증명할 수 있소?”
“아무리 그래도 문파를 쉬이 떠난 자에게 무림맹 대주직을 맡길 수는 없소이다!”
몇몇 이들은 여전히 유강에게 불신의 눈길을 보냈다.
“공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소이까? 다들 알다시피 구양도 어르신의 공력이었소!”
“그렇다 하여 구양도 어르신의 제자라 할 순 없지요!”
양측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유강의 대주직을 놓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운의 조력이 있었으나, 몇몇 고지식한 무림인들은 유강이 사문을 버리고 떠난 것을 문제 삼았다.
유강의 무공이 구양도의 것이기는 하나, 구양도의 정식 제자라는 증거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급기야 유강에게 구양도가 살아 계시기는 하냐는 다그침이 터져 나오던 그때.
[내 제자를 세워 두고 뭣들 하고 있는가.]천지가 울리며 벼락같은 목소리가 비무장을 울렸다.
“!”
“허억…!”
육합전성(六合傳聲).
그것도 무림맹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엄청난 전성이 울려 퍼졌다.
[언제부터 내가 자네들에게 살아 있는 걸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군.]“구양도 어르신?”
누대 위 무림인들과 구경꾼들 그리고 비무대 위의 유강까지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흐흐흐….”
전성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비무를 구경하는 인파들 속에서였다.
“제자 녀석이 잘하고 있나 확인만 하려 했더니.”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주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길을 비켜주었다.
이윽고 주변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갈라서며 두 인형이 드러났다.
“결국 이리되는군.”
한 사람은 소매가 다 뜯겨 나간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승복 차림을 한 사람은 왼팔이 없었다.
승복 차림의 남자가 죽립을 벗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 내 잠자코 지켜보자 하지 않았는가.”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자 역시 죽립을 벗어 던지며 툴툴거렸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내 제자가 저리 두려워 떨고 있는 것을.”
“저게 어찌 떨고 있는 것인가? 내 눈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을.”
“내 제자는 원체 말이 많은 아이네. 한데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이게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지 무엇이겠나.”
두 사람이 투닥거리며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저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것뿐이었으나, 누구 하나 두 사람을 제지하지도, 말을 걸지도 못했다.
“사부님. 굉천 스님.”
유강이 두 사람을 향해 포권했다.
섭무광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포권하며 허리를 숙였고, 누대 위 무림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우승이라.”
구양도가 유강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내 제자면 이 정도는 해야지.”
“감사합니다.”
구양도가 누대 쪽을 향해 돌아섰다.
“그래….”
그의 몸에서 태양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가 살아 있는 게 맞느냐고 어떤 놈이 물었더라?”
그 말에 구양도의 생사를 의심하던 이들이 헛기침을 뱉으며 눈을 피하기 바빴다.
구양도가 그런 이들을 찬찬히 노려보던 때였다.
“구양도 어르신과 무정패불 선대 방장 스님을 뵙습니다.”
남궁무천이 앞서 나와 그들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