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76화(279/319)
설화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내가 사도련주라는 걸?’
“어떻게….”
남궁무천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무영마신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네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구나.”
뱀을 키우고 칠흑 같은 공력을 사용하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
설화가 본가를 떠나며 데려간 세 명의 무인과 설화가 떠난 이후 연합하기 시작한 흑도 세력.
“처음엔 혹시나 하였고, 네가 돌아온 이후부터 확신하게 되었다. 무광을 구한 것도 너이지 않으냐.”
“아….”
그러고 보니 흥현에서도 무영마신으로 살막과 싸웠었다.
생각해 보면 위기가 닥친 순간에 때마침 무영마신이 흥현에 있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네가 어째서 말하지 못하였는지도 이해한다.”
사도련주가 제 손녀임을 알게 된다면 무림맹을 세우는 일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였던 것이겠지.
“하니 괜찮다. 네가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처음 남궁에 돌아왔던 그때.
설화는 말도 없이 본가를 나가 적과 싸우고 돌아왔다.
그 외에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려던 때가 많았고, 쉬이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도움을 청할 줄도 알고, 제 계획을 나눌 줄도 알고.
그녀가 그만큼 성장하였고, 의지하고 있음을 남궁무천은 알고 있었다.
설화의 손을 붙잡은 남궁무천의 손에 살짝 힘이 실렸다.
그 부드럽고도 단단한 힘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설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감사해요, 할아버지.”
“그래.”
사이 좋은 조손의 모습에 구양도가 팔짱을 낀 채로 허허, 웃었다.
굉천 역시 말없이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구양도가 말했다.
“부럽군. 나도 네 녀석 같은 손주 녀석이 있었다면 좋았겠구나.”
“유강이가 있잖아요.”
“그 녀석은 귀여운 구석이 없어.”
구양도가 쯧, 혀를 찼다.
설화는 조금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런가요?”
유강이라면 잘 웃고 살갑게 대할 줄 알았는데?
귀여운 것으로 치면 자신보단 유강이 가깝지 않을까?
“아주 꽉 막힌 녀석이다. 내 이 나이 먹도록 그 녀석처럼 꽉 막힌 놈은 본 적이 없다.”
“…그런가요….”
“지금도 보거라. 기껏 와 주었더니 사부는 온데간데없고. 제 수련하기 급급해선… 쯧.”
“수련이요? 이 밤에요?”
오늘은 비무대회가 끝난 날인데?
푹 쉬어도 부족한 날에 수련을 하러 갔다고?
“그래. 네 녀석과 비무하며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모양이지. 쯧. 황새가 봉황을 어찌 따라간다고.”
설화가 입을 살짝 벌렸다.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열심이었구나.
‘하긴 비무대회 때 무위를 보면 이렇게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무위였어.’
예상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강했지.
“그보다 그때 이야기를 듣자꾸나.”
설화가 구양도를 바라보았다.
구양도의 표정은 어느새 한층 진지했다.
“화오루주와 교전이 있던 날 말이다.”
설화가 나타나 구양도와 굉천을 구해 준 그날.
“그자는 어찌 되었느냐?”
설화가 탁자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소매에서 이무기가 스르륵 빠져나왔다.
이무기는 탁자 중심에 똬리를 틀고 앉아 꼬리로 탁탁, 탁자를 내려쳤다.
구양도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나약한 놈.]“목숨을 빚졌군.”
구양도가 이무기를 향해 짧게 고개를 까딱여 고마움을 전했다.
가늘어진 눈으로 잠시간 구양도를 바라보던 이무기가 흥, 콧김을 뱉었다.
[되었다. 인간이 나약한 건 진즉 알고 있었으니.]“그래서, 교전은 어떻게 되었는가.”
[졌다.]“!”
[그것도 처참하게 졌지.]구양도의 표정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무기는 수천 년을 살아온 영물로 강하고 그만큼 자존심이 센 존재다.
그런 이무기가 이렇게 쉬이 패배를 인정한 것도 놀라운데 처참하게 지다니?
[놈이 내 머리를 베었다. 나는 놈의 움직임조차 보지 못했다. 내 본체가 남궁설화에게 있지 않았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소멸했을 것이다.]이무기가 쉬이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짧은 전투였지만, 혈마와의 전투로 이무기는 치명상을 입었고 그것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놈과의 싸움은 될 수 있으면 피하거라. 본좌의 본신과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놈이다.]“그 정도란 말인가?”
화산에 기거할 당시, 구양도는 이무기와 수없이 대련했다.
이무기의 본신은 현경의 경지인 자신이 상대하기에도 버거울진대.
“그자는 우리와 같은 현경의 경지였다.”
이무기가 흥, 콧김을 뱉었다.
[죽을 지경까지 내몰리고도 모르겠더냐? 그놈은 현경 그 이상의 경지를 알고 있다.]“!”
구양도와 굉천 그리고 남궁무천의 표정에 충격이 번졌다.
이무기의 말을 듣고도 덤덤한 것은 이미 그 사실을 들어 알고 있는 설화뿐이었다.
“알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아직 현경의 경지를 넘어선 것 같진 않았다. 하나, 그놈은 분명 그 이상을 알고 있었다. 막연히 아는 것이 아닌, 그 힘을 이해하고 있었단 말이다.]천외천.
지난날, 구양도가 남궁무천에게 말했던 천외천은 현경 그 이상의 경지를 의미했다.
다만 현경의 경지에 오르며 더 높은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막연히 인지했을 뿐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경지.
‘그 힘을 이미 알고 있단 말인가.’
아는 것과 감도 잡지 못한 것의 격차는 크다.
안다면 깨달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다면 닿을 수 있으니.
구양도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군.”
어찌.
어찌….
“하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우리의 힘으로 그놈을 막을 수 없다면 말이네.”
“팔과 다리를 잘라야 해요.”
세 사람의 시선이 이무기에서 설화로 옮겨갔다.
“이무기의 말이 맞아요. 그자와의 싸움은 되도록 피해야 해요. 대신 그자가 거느리는 세력의 힘을 조금씩 갉아내고, 될 수 있으면 빼앗아야 해요.”
지금껏 설화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이전 생이었다면 혈교로 흡수되었어야 할 흑도 세력과 하오문을 모아 사도련이라는 이름 아래 복속시키는 것.
“최대한 그자를 고립시켜야 해요. 그러면서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하고요.”
혈마의 힘이 월등히 강하니 세력과 세력의 싸움이 되게 해선 안 된다.
혈마도 강하지만 혈주들의 힘과 세력도 무시할 바는 못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