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0)_2
그녀는 사(四) 월패의 주인이자 화오루의 지략가, 모월(謀月)이었다.
무공은 다소 약하나, 뛰어난 지략과 화오루를 운영하는 능력으로 혈마에게 인정받은 월이었다.
중원 무림 세력에 간자를 심은 것도, 혈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한 것도 전부 그녀의 머리에서 나왔으나 문제는 그녀가 세운 계략이 하나둘, 무산되고 있다는 것.
탁, 타다닥, 탁.
“이번에도 실패로군. 루주껜 무어라 말할 것이냐.”
은월의 목소리가 주판을 두드리는 소리 속에 섞여들었다.
주판의 소리가 일순, 멈췄으나 이내 다시 이어졌다.
굳은 피를 덧칠한 듯한 여인의 검붉은 색의 입술이 비릿하게 휘어졌다.
“녹림투왕의 배신만 아니었다면 성공하였을 계책이었습니다만.”
멍청한 녹림투왕이 마지막에 와서 머뭇거리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원래라면 녹림을 시켜 독분을 퍼트리려 하였는데, 직전에 녹림투왕이 발을 빼는 바람에 운반책이 사라진 것이다.
돈과 말로 구슬려 적당한 운반책을 구하긴 했으나, 그 수가 적어지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검은 천을 두를 수밖에 없어 정체도 쉽게 발각되었고.
“다만 의아하군요. 사도련주가 독분을 퍼트릴 계획을 어찌 알았을까….”
혈교에서 만든 독분의 종류를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도련주가 어떻게 자신의 계책을 눈치채고 나타나 거사를 망친 것일까.
“루주께서 이번 일을 아신다면 크게 실망하실 것이다.”
타가닥- 차각, 탁.
주판을 튀기는 여인의 손가락이 점차 빨라졌다.
혈마는 십이 월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십이 월의 존재는 혈마가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에 있지, 마음대로 날뛰는 데에 있지 않으니까.
하나, 그 일이 혈마를 위한 일이고, 성공한다면 크게 혼을 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만 성공하였다면 무림맹에 대한 평판의 추락은 물론이고 사도련과 무림맹의 관계까지 악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하면 분명 잃어버린 혈마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게 되었을 텐데.
타탁, 차각-
“이게 전부 배신자 소루주 때문….”
콰악-!
여인의 손이 우뚝. 멈추었다.
그녀가 두드리던 주판의 앞.
은빛 비도가 탁자에 꽂혀 진동하고 있었다.
“말조심해라. 루주께선 아직 그분을 소루주로 인정하고 계신다.”
“….”
검붉은 입술이 차갑게 굳었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탁. 타닥.
여인의 손이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사 혈주님의 일을 망친 것도 무영마신의 짓이었지요.”
소루주를 향한 분노는 다시 사도련주, 무영마신을 향했다.
“혈왕독 초련을 붙잡아 와 화오루의 의약당주에 앉히려던 루주님의 계획도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무영마신이 나타나 막는 바람에 혈왕독도 놓치고 살수들도 잃었지.
“그 탓에 우리 화오루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차가가각, 타각, 타라락-
“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거지?”
“꾸미다뇨. 전 우리 화오루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는 것뿐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은월.”
“….”
타다다닥. 차각, 차각, 차각.
주판을 두드리는 여인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무영마신, 무영마신이라….”
타각. 타각. 타각. 타각. 타각. 타각.
타각타각타각타각타각타각.
타라라라라라라라라락-
타악-!
마침내 그녀의 손이 마지막 구슬을 퉁겼다.
그녀가 주판을 세워 바닥에 탕- 두드리자, 그녀가 셈하던 주판의 구슬들이 일제히 아래로 좌르륵, 정리되었다.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모월을 바라보는 은월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또 뭐지?”
여인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루주께 말씀드려 무영마신을 새로운 혈주로 세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