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78화(281/319)
2부 8장. 잃어버린 명분, 저버린 신의
비무대회가 끝나고 무림맹에선 총 회의가 열렸다.
각 세력의 수장들과 무림맹 장로들, 당주들까지 전부 모여 무림맹의 방향성과 무림의 일을 논하는 자리였다.
“현재의 맹은 정보가 심히 부족하오.”
화산파의 전 대장로 노선이 운을 뗐다.
“비무대회의 일도 미리 알았다면 맹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아니오. 하나 무림 연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고작 흑도 세력보다도 늦고 말았소. 이는 정파 무림의 수치요.”
사천당가 가주 당문룡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사도련을 고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중원 흑도들을 전부 아우르는 세력이지 않습니까.”
“그래봤자 야비한 흑도 놈들일 뿐이오.”
“그렇다기엔 무영마신의 무위가 무시할 바가 못 되더군.”
하북팽가 가주 팽엽명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무영마신의 무위를 알아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 것 같던가?”
팽엽명의 물음에 좌중이 일순 조용해졌다.
팽엽명이 흥, 웃음을 흘리며 남궁무천을 향해 물었다.
“내 보기에 맹주께선 그자의 무위를 알아보셨을 것 같소만.”
모두의 시선이 남궁무천을 향했다.
설화의 이야기가 나오기에 잠잠히 듣고 있던 남궁무천이 입을 열었다.
“화경의 경지로 보였네.”
일순, 좌중이 술렁였다.
화경의 고수.
천하 10대 고수라 불리는 이들 외에 알려지지 않은 화경의 고수가 있었단 말인가.
대체 지금까진 어디 있었기에 그토록 강한 이의 존재가 소문조차 나지 않았단 말인가.
“하나 이는 그리 놀랄 바가 아니지 않은가.”
남궁무천의 목소리가 술렁거리는 좌중을 잠재웠다.
“다들 알다시피 살막주 혈살귀와 녹림 총채주 녹림투왕 역시 화경의 고수로 알려져 있네.”
듣고 보니 그러하다.
살막과 녹림의 수장들 역시 10대 고수에 이름을 올린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사도련주 역시 중원 흑도들의 우두머리이니 화경의 고수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본디 시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는 법.
천하 10대 고수라 불리는 이들이 언제까지 열 명의 고수에 머물러 있겠는가.
새로운 이가 나타나도, 혹여 사고로 공력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무림이 아니던가.
이쯤 되니 몇몇 이들은 남궁무천을 흘낏거렸다.
‘비무대회에서 검황이 보인 경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무영마신의 경지를 알아보았다면, 대체 검황의 경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누구 하나 그에 대한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검황이 혹여 현경의 경지에 오른 것이라 해도, 상대의 전력을 캐묻는 것은 무인의 도리가 아니었다.
남궁무천 역시 현경의 경지에 오른 사실을 굳이 밝힐 생각은 없었기에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나는 노선 장로의 말에 동의하네. 현 맹은 정보에 어둡다는 것 말일세.”
무력이 강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나, 정보력이 강하면 피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비무대회의 일은 사도련의 도움으로 큰 문제 없이 지나갔으나, 언제까지고 운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여 개방을 무림맹에 청할까, 하네.”
또다시 좌중이 술렁였다.
개방은 거지들이 모여 만든 세력.
중원 어디든 존재하는 거지들인 만큼, 그들이 모여 이룬 정보망이 거대하다고 들었다.
거지가 쓸모 있는 정보를 모으면 얼마나 모으겠느냐는 말도 많지만, 본디 티끌이 모이면 태산이 되는 법.
거리에 쏟아지는 소문과 정보들은 전부 개방을 세우는 원동력인 셈이었다.
하나.
“정보력은 인정하겠으나, 거지들이 아닙니까. 그들조차도 스스로를 방파라 칭하는데, 그들을 무림인이라 보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무림맹이 연합이라 하지만, 거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큼….”
몇몇 이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거지들이 만든 조직을 유서 깊은 문파나 세가와 동등하게 대하는 것도, 무림맹에서 그들에게 먼저 머리 숙여 청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
“자네들이 경계하는 사도련에도 하오문이라는 정보 조직이 있지.”
무림맹은 사도련에게 정보로 밀렸다.
말이 좋아 도움을 받았다지만, 다시 말하면 사도련이 알고 있던 것을 무림맹은 몰랐던 것이다.
“하오문은 기생과 점소이, 소매치기와 같은 이들이 모여 만든 조직일세.”
사도련이 혈교의 계략을 먼저 안 것은 다른 이의 도움이긴 하였지만.
남궁무천은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의 존재가 처음 무림에 알려졌을 때, 이곳에 모인 세력 중 어느 누가 신경이나 썼던가?”
모두가 신경 쓰지 않던 그때, 사도련은 하오문을 찾아갔다.
그들을 보호하고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중원 최대의 정보망을 손에 넣었다.
“체면을 차리기 전에 실리를 보자는 것이네. 자네들도 개방의 정보력만큼은 인정하지 않는가. 내 생각엔 이 자리에 개방의 정보력의 덕을 보지 않은 이가 없을 듯하네만.”
정보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개방이다.
거지 조직이라고 멸시하고 무시하면서도 정파 세력이 개방의 정보력을 이용해 온 지도 오래되었다.
정곡을 찌르는 남궁무천의 말에 불만을 내비치던 이들은 조용해졌다.
사실상 마음에 들지 않을 뿐 개방을 대체할 마땅한 방도가 없기도 했다.
“하나 개방은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 들었소이다.”
종남파의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반년 전 용두방주가 죽은 뒤로 후계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하더이다. 세력을 이끌어갈 수장이 없는데, 무림맹의 일에 협조해 주겠소이까?”
개방의 수장, 용두방주의 죽음은 무림 전체에 알려진 사실.
종남파 장문인의 말에 여러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무림맹이라지만 사사로이 세력의 일에 간섭할 수는 없지요.”
“하면 개방의 일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오?”
무림맹은 세력들의 연합일 뿐 명분이 없는 이상, 마음대로 각 세력의 일에 개입할 수 없다.
하나, 정보망이 당장에라도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개방의 사정이 해결되기만을 기다릴 수만도 없는 법.
“하여, 척마대를 보내 개방의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해 볼까, 하네.”
척마대.
비무대회를 통해 구양도의 제자 유강이 대주직을 맡게 된 무림맹의 별동대이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이미 무림 내에 얼굴과 신분이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나, 이번 비무대회를 통해 얻은 뛰어난 인재들은 다행히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이지.”
비무대회를 통해 이름이나 별호 정도는 알려졌을지라도 아직 그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적을 터.
“척마대를 보내어 개방의 일을 조사하고 그에 관한 얘기는 후에 다시 나누는 것이 어떻겠는가.”
* * *
뜰에 모여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설화의 눈썹이 설핏, 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