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0화(283/319)
설화가 검을 뽑아 들었다.
유강 역시 도를 그러쥐었다.
어느새?
언제 이렇게 포진한 거지?
[조심하거라. 무림인들을 상대하는 데 능숙한 놈들이다.]이들은 기척 숨기기에 능숙하고 근접전에 앞서 먼저 화살을 쏘았다.
거리를 좁히지 않고 사방을 에워싼 것도 그렇고.
이무기의 말대로 만만하게 상대할 놈들이 아니었다.
“나와라.”
유강이 도를 세워 길가 왼편의 수풀을 겨누며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유강이 겨눈 방향의 수풀이 흔들리며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앞선 남자가 커다란 도끼를 훙훙, 휘둘렀다.
“흐흐. 이거 생각보다 수준 높은 무림인들이셨군. 보통 이 정도 쏘면 한둘은 죽던데. 이것 참, 체면 깎여서야.”
“너희들은 누구냐?”
“살사방(煞邪幇)이라고 말하면 알려나?”
남자가 큭큭, 웃으며 도끼를 까딱였다.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살사방.’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이전 생의 기억이 아닌 꽤 최근에.
‘어디서 들어봤지?’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남자가 엄지를 추켜들고 스스로를 가리켰다.
“참고로 우린 대 사도련 소속 방파이시다.”
그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그와는 반대로 유강과 설화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사도련…이라고?”
사도련주가 설화임을 아는 유강은 내색하지 않으려 했으나,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알아들었으면 괜한 저항 말고 얌전히 가진 걸 내놓으실까?”
그것을 겁먹은 모양새라고 착각한 것인지 본인들을 살사방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낄낄 비웃었다.
그때, 설화가 유강의 앞으로 나섰다.
그녀를 돌아본 유강이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살사방을 응시하는 설화의 시선이 그마저 긴장되게 할 정도로 냉랭했다.
“소저.”
“제가 하게 해 주세요.”
“….”
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일행과 말은 자신이 책임질 테니 원하는 만큼 날뛰라는 의미.
“…감사해요.”
설화는 유강과 일행을 뒤로하고 살사방의 앞으로 나갔다.
그녀의 서늘한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살사방이라고 했나?”
어렴풋했던 기억이 저들의 입에서 사도련의 이름이 나오자 명확해졌다.
저들은 사도련 소속의 방파다.
녹림처럼 사도련의 이름을 사칭한 것이 아닌, 진짜 사도련 소속의 흑도 세력.
그것도 사도련이 세워질 초창기에 찾아와 스스로 무릎을 꿇고 무기를 바쳤던 이들이었다.
“사도련은 이런 추잡한 짓거리는 하지 않던데.”
“모르는 소리! 네놈들이 듣지 못한 것이겠지! 무림맹의 비무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무영마신의 악명을!”
“비무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그래! 무림맹 놈들은 두려움에 떠느라 그분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크하하하하!
설화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설화는 살사방을 믿지 않았다.
아니, 흑도의 세계에서 신뢰란 쉬이 가져선 안 되는 것이었다.
다만, 이전 생에서 혈교에게 복종하지 않은 이들이었고, 꽤 큰 흑도 세력이기도 했기에 무기를 돌려주고 사도련으로 받아 주었던 것인데.
비무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며, 무림맹이 두려움에 떤 것은 또 무어란 말인가.
“그거… 확실해…?”
“그래! 그러니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와 싸우는 건 사도련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꼴이니!”
“….”
“사도련을 적으로 두고 싶진 않겠지?”
남자의 입매가 비열한 웃음으로 휘어졌다.
철컥-
설화가 뽑아 든 검을 도로 검집에 꽂아 넣었다.
“안 되겠다.”
자신들의 겁박이 통했다고 생각한 살사방의 표정이 비열한 웃음으로 물들어가던 그때.
“너넨 좀 맞자.”
설화가 납검한 검을 훙훙, 휘두르며 살사방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 * *
“끄으으윽….”
“으윽….”
고통스러운 신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설화가 살사방을 처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살사방주의 도끼가 절정 고수의 무위를 보여주긴 했으나 그뿐.
으름장을 놓는 목소리만 컸을 뿐, 살사방의 무력은 형편없었다.
설화의 검에 두들겨 맞은 그들이 죽기 직전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유강이 나서서 설화를 말리고서야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행이 무력해진 살사방을 포박하고 세 사람이 지키고 있는 사이, 당호진이 가까운 마을 관청에 다녀왔다.
탓-
당호진은 반 각이 안 되어 돌아왔다.
그의 손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살사방을 잡았다는 증명서입니다. 관청에서 내건 현상금까지 걸려 있는 놈들이더군요. 이 근방 산맥을 휘어잡고 행인들의 돈을 빼앗아 왔다고 합니다.”
돈뿐이겠는가.
화살 먼저 퍼붓던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던 놈들이었을 터다.
“제 불찰입니다.”
당호진이 일행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안전한 길을 놓고 지름길로 안내한 것이 그였으니 죄책감을 느끼는 듯싶었다.
유강이 그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괜찮습니다. 흑도들이 나타날 것까지 예측할 순 없으니. 그보다….”
유강이 설화와 금련비를 돌아보았다.
설화는 살사방을 전부 때려눕히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기색이었다.
“오늘은 가까운 마을에서 쉬겠습니다. 이들을 관청에 넘기고, 맹에도 이 일을 보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당호진이 말했다.
“관청에서 사람을 보내오기로 하였습니다. 이들을 관청에 넘기는 일은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유강이 무어라 말하려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다물었다.
그러곤 설화를 돌아보며 말했다.
“남궁 소저께서 당 공자와 이곳에 남아주시겠습니까?”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그리고.”
유강이 마지막으로 금련비에게 말했다.
“금 소저께선 저와 먼저 마을로 가시지요. 제가 맹에 보고하고 오는 동안 머물 객잔을 알아봐 주시면 좋겠군요.”
“네.”
그리하여 당호진과 설화는 관청의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 남고, 유강과 금련비는 먼저 마을로 향했다.
말에 올라탄 유강이 떠나기 전 설화와 당호진을 돌아보았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설화에게 유강의 시선이 머물길 잠시, 그는 이내 금련비와 함께 말을 몰고 마을로 향했다.
다그닥- 다그닥-
말을 모는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설화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바위 위에 앉아 관청의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관군들은 한 시진이 되어서야 살사방을 잡아둔 곳에 도착했다.
관군들이 가까워진 기척을 느낀 당호진이 설화에게 말했다.
“이제부턴 제가 홀로 처리하겠습니다. 관청에 갔을 때 분가에 가던 길이라고 말해두었으니 의심 사는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