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1화(284/319)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사이라뇨?”
“대주님께서 소저를 대할 땐 다른 사람들이랑 좀 다르신 것 같아서요. 대주님, 어딘가 벽이 있으신 느낌이잖아요?”
“대주님이요?”
유강이?
“친절하시긴 하지만 그 이상 가까워지긴 조금 어려운 분이랄까요. 아, 화산파 무인들과 인사 나눌 때는 조금 덜했던 것 같긴 했지만요.”
배분 때문일까.
무림맹 대주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여전히 화산파를 떠난 과거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탓일까.
설화가 기억하는 4년 전 유강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고 모두와 잘 어울려 지내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건 이전 생의 유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적이었던 자신에게마저 친근하게 구는 남자였으니까.
그런데 왜일까.
구양도도 금련비도. 팽가 남매도.
모두가 그에게 벽이 있다고 말한다.
마치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인 것처럼, 다가오는 이들을 밀어내는 사람처럼 말한다.
대체 무엇이 그를 가두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자신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감정이 무딘 탓이겠지.’
그를 안 지 며칠 안 된 금 소저마저 느끼는 바를 자신만 느끼지 못한다는 건.
“근데 왠지 소저껜 그런 벽이 얇아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여쭤본 거예요. 예전부터 친분이 있으셨다는 건 들었지만, 좀 더 특별하신 사이실까 해서요.”
“그런 건 아니에요.”
“역시 그런가요?”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강과 자신.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알았을 뿐, 그다지 특별한 사이는 아닌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유강과 알고 지낸 시간은 화산파 제자들이 더 오래되었고.
“저는 대주님과 잘 지내고 싶어요.”
금련비가 조금은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이미 잘 지내시는 것 같던데요.”
“그런가요? 대주님은 제 궁술에만 흥미가 있으신 것 같던데.”
“그건 직접 보지 못해 모르겠네요.”
“대주님과 다른 얘기를 해본 기억이 없거든요.”
금련비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하는 맑은 웃음.
반짝거리는 저런 종류의 미소는 자신은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소저께선 금방 친해지실 거예요. 제가 아는 대주님은 정이 깊은 분이시니.”
“그럴까요?”
금련비가 헤헤, 웃었다.
왜인지 그 모습이 예전 유강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유강과 당호진이 객잔에 도착했다.
네 사람은 식사를 하고 금련비가 잡아 놓은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 * *
깊은 밤.
흉터 죽립인이 남기고 간 천이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설화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로 천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설화의 손가락이 멈췄다.
설핏, 미간을 찌푸리던 설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지체 없이 벌컥, 열어젖힌 문 앞엔 놀란 표정의 유강이 서 있었다.
“안 자고 있었네. 나 온 줄 어떻게 알았어?”
“알라고 낸 기척 아니었어?”
“아직 안 자면. 얘기나 할까 하고.”
“잠이 안 와?”
“그렇다면 들어가도 될까?”
“….”
“너랑 얘기 조금만 하다 갈게.”
다 큰 여인의 방에 찾아오기엔 늦은 시간이지만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 얼굴이 마치 애처로운 강아지 같아서 차마 쫓아낼 수가 없었다.
설화는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
유강이 빙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와 탁자 앞에 앉았다.
“차 줄까?”
“괜찮아.”
유강의 시선이 탁자 위에 놓인 죽립인의 천을 향했다.
탁.
설화가 차 대신 물잔을 그의 앞에 놓곤 유강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두 사람의 주위로 기막이 둘렸다.
유강이 만든 것이었다.
“사도련주. 무영마신. 너 맞지?”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강은 이무기의 힘을 보았으니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
“역시 그렇구나. 오늘 일은 어떻게 된 거야?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관청에 넘겼으니까. 그런 일이 없게 하려고 사도련을 세운 건 맞지만, 모든 걸 통제할 순 없어.”
흑도들이 사도련의 통제에 온전히 따라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흑도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 남을 괴롭히고 돈을 빼앗으며 사는 것을 즐거워하는 놈들도 있으니.
사도련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도련의 명성을 이런 식으로 악용할 줄은 몰랐지만, 오늘의 일은 크게 충격적인 일도 아니었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너 정말 대단하다. 가끔 보면 나보다 훨씬 오래 산 것 같아.”
설화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설화가 손을 탁자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너도 평범하진 않잖아.”
그 나이에 사실상 무림맹 장로들과 같은 배분이라니.
“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
“글쎄.”
사도련주나 구양도의 제자나.
이루기 힘든 것으로 따지면 후자가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는데, 유강이 어쩐지 눈치를 살피며 말을 머뭇거렸다.
설화가 그를 바라보자, 유강이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맹을 떠나올 때… 제갈 공자랑 무슨 얘기 했어? 둘이 귓속말…하던데.”
귓속말은 아니었다.
제갈휘가 부채로 입을 가리고 가까이 와서 말하긴 했지만.
“네 얘기.”
그 순간,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유강의 손이 꿈틀, 떨리는 것이 보였다.
짧은 침묵 후 유강이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내 무슨 얘기?”
“네가 금련비 소저한테 관심 있다고 하던데.”
“뭐?!”
유강이 탁자를 탕-! 내려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금련비 소저한테 관심이 있다니?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지?”
“괜찮은 사람이더라.”
설화가 턱을 괴며 시선을 돌렸다.
“밝고, 긍정적이고. 모난 곳 없어 보이고. 너랑 비슷하던데.”
“내가 그… 아니, 근데?”
“좋은 사람한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거지.”
“나는…!”
탁자 위에 올려진 유강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다.
유강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선을 굴렸다.
무어라 대답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뭘 저렇게 골몰하는 건지.
그저 장난일 뿐인데.
놀리는 데 흥미가 식은 설화가 이만 화제를 돌리려 할 때였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너야.”
“…?”
설화가 유강을 돌아보았다.
유강 역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설화. 너라고.”
“….”
설화가 눈을 깜박였다.
결연한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눈빛과는 다르게 그의 귓불이 터질 듯이 붉어서 설화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