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4)_2
“이만 갈게.”
유강이 도망치듯 방을 나가버렸다.
[…주변 좀 둘러보고 오마.]이윽고 왜인지 이무기가 힘없는 목소리로 스르륵 방을 빠져나갔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우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 왔다.
설화는 그가 떠나고도 오랫동안 오도카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 *
작은 소동이 지나가고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다.
당호진은 이전보다도 더욱 신중하게 길을 안내했고, 일행들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큰 문제 없는 여정이 이어졌다.
며칠간 하남을 종단하여 마침내 하북에 다다른 일행은 천진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하남의 성도 정주(鄭州) 객잔에 머물렀다.
“내일부턴 천진까지 말을 타지 않고 이동할 예정이니, 마지막으로 푹 쉬어 두십시오.”
혹여 일행을 수상하게 여긴 이들의 미행이 따라붙었을지도 모르는 일.
개방의 눈을 따돌리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신술로 이동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천진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니 말 그대로 마지막 쉼인 셈이었다.
“묘시정(卯時正_6~7시)에 1층에서 뵙겠습니다.”
유강의 지시를 받은 일행이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려 할 때였다.
덥석-
걸음을 돌리는 설화의 팔목을 유강이 붙잡았다.
“남궁소저.”
“…뭔가요?”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설화가 유강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날 밤 이후, 두 사람은 공적인 상황 외에는 말을 섞지 않았다.
주로 노숙을 한 탓에 두 사람만 있을 시간이 없기도 하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설화가 유강을 피한 탓이었다.
“잠시면 됩니다.”
설화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유강의 손을 바라보았다.
유강이 손을 놓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네.”
두 사람은 설화의 방으로 올라갔다.
설화가 먼저 방에 들어서고, 유강이 그녀를 따라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기막이 둘러졌다.
설화가 유강의 기막을 확인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유강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다 한숨을 내쉬며 제 이마를 쓸었다.
“그날, 경황이 없어서 못 물어본 게 있어.”
설화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뭔데? 지금 해.”
“그날.”
“….”
유강이 굳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천 조각 말이야. 어디서 얻은 건지 알 수 있을까?”
“!”
설화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 천은 왜?”
“사실 나도 같은 문양의 출처를 찾고 있거든.”
유강이 제 목덜미에서 목걸이를 꺼내어 설화에게 내보였다.
그의 목걸이 줄에는 황금과 붉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걸려 있었다.
“!”
설화가 황급히 유강에게 다가가 반지를 살폈다.
반지 표면엔 정말로 설화가 찾고 있는 것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처음부터 갖고 있었어. 내가 기억나는 어릴 때부터.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겠어.”
“…뭐?”
“내 생각엔 나를 버렸던 부모가 남겨놓은 게 아닐까 싶어서….”
유강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반지를 쥔 그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딱히 나를 버린 부모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고… 갖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