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2화(285/319)
“무거운 얘기였지? 미안.”
굳어버린 설화의 표정에 유강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정말 부모님을 찾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나를 버린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냥….”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근데 아쉽게도 나도 문양의 출처를 아직 찾는 중이야. 무언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라면 정보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
설화가 반지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레 유강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 개방의 일이 마무리되면 개방을 통해서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반지를 자세히 보려다 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바짝 붙어 있었다.
유강의 눈빛이 갈 길을 잃은 것처럼 흔들렸다.
그의 긴장이 설화에게까지 전해져 와서 설화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몸을 돌렸다.
“뭐라도 알아내면 알려줄게.”
몸을 돌리던 설화는 그 상태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유강이 설화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다.
“나 왜 피해?”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듯 들려왔다.
팔목을 붙잡은 그의 힘이 묵직하게 전해져서 설화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나, 좋아해달라고 한 거 아니야. 바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어. 나는 그냥 너한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너 때문 아니야.”
설화가 그를 돌아보았다.
태연한 듯 보이지만 유강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혼란스러워서 그래.”
설화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는 익숙했는데, 지금은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숨길 수 없어서 시선을 내렸다.
“어릴 적에 공력을 강제로 주입받으면서 부작용으로 많은 걸 잃었어. 기억이나 감각 같은 것들. 감정도 그중 하나고.”
“…뭐?”
유강은 제 귀를 의심했다.
설화의 어린 시절, 그녀가 가문을 떠나있던 때의 일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결코 평탄하지 않은 시절을 보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그녀의 입으로 들은 과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긴 하지만, 아직은 무뎌. 그날 밤에도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 때 난….”
유강의 마음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알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자신의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떠한 반응을 해야 하는 건지.
가슴이 간질거리고 심장이 조금 더 세게 뛰는 것 같긴 했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반응인지는 전혀 알 수 없어서.
그래서 슬퍼졌다.
그래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무어라고 말해주어야 할지 자신도 알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기다려 줘. 내가 이 감정을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솔직히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 시간이 지나면 깨달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설화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팔목을 붙든 그의 손이 제게도 느껴질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들어 유강을 바라본 설화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왜… 울어…?”
유강의 맑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다려달라고 한 것이 서운했던 걸까?
모르겠다고 한 말이 상처였을까?
자신을 바라보는 애처로운 시선이 4년 전 화산의 위험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던 어린 시절의 유강처럼 슬픔으로 가득했다.
와락-
유강이 설화를 껴안았다.
설화는 젖은 숨소리로 가득한 그 품에 안겨 동그래진 눈을 깜박였다.
“미안해.”
유강의 갈라진 목소리가 설화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내 마음대로만 행동해서.”
유강의 잔잔한 목소리는 왜인지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네 입장은 생각하지 못했어. 너한테 그런 아픔이 있을 거라곤….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자신이 말하지 않았는데 유강이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런데 왜.
이 남자는 왜 그걸 사과하는 것일까.
“힘들었겠다.”
그리고 왜 자신은 그 말에 안심이 되는 걸까.
“많이 아팠겠다….”
울고 있는 건 본인이면서.
위로는 자신이 해줘야 하는데, 도리어 위로를 받는 기분이어서 설화는 애써 목소리를 냈다.
“말… 했잖아. 감각을 잃어서 아픈 건 잘 몰랐어.”
유강이 설화에게서 떨어져 젖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평생이고 기다려 줄 수 있어.”
“….”
“네가 결국 깨닫지 못해도 네 곁에 있을 거야.”
그의 맑은 눈이 달빛에 비추어 반짝였다.
울던 눈이라 그런지 더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대답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무시해도 돼. 너는 그냥….”
팔목을 붙든 손이 부드럽게 설화의 손을 감싸 쥐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잔잔히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설화가 알고 있던 이전 생의 눈빛과 같았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꺾이지 않는 의지.
반드시 지켜내고 말겠다는 각오.
유강은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산을 향하던 바로 그 시선으로.
끝내 지켜내던 그 약속으로.
* * *
다음 날 아침.
약속한 묘시정.
객잔 1층엔 금련비와 당호진이 먼저 내려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유강이 계단을 내려왔다.
“다들 모이셨으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금련비가 유강의 뒤를 보며 물었다.
“아직 남궁 소저께서 오시지 않았는데요?”
“남궁 소저는 오늘 새벽 맹주님의 전서를 받고 산서로 가셨습니다.”
“산서로요?”
이렇게 갑자기?
금련비와 당호진이 놀란 시선을 나누었다.
일행의 본래 목적지는 하북.
산서면 그다지 먼 곳은 아니지만, 목적지와는 상관없는 곳이 아니던가?
유강은 반 시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미안한데, 나는 산서로 가야 해.”
별안간 방을 찾아와 문을 두드린 설화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화오루에서 나를 찾고 있어. 사도련주인 나를.”
유강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위험한 거 아니야?”
“아직은 모르겠어. 화오루에서 먼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
유강은 설화가 걱정되었다.
화오루가 소림사에서 벌인 짓을 봤기에,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놈들인지 알고 있었다.
“꼭 가야 해?”
“마침 산서에 개방의 나눠진 세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내가 그들을 만나볼게.”
“나는 너를 걱정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