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5화(288/319)
풀썩-
유강이 복면인을 땅에 내던졌다.
그에게 다가가던 세 사람이 일순 걸음을 멈추었다.
“…죽은 건가요?”
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절시키기 직전 독을 삼켰습니다.”
유강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소저께서 만든 기회를 이리 날려서 죄송합니다.”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사로잡으라고 남겨 둔 건 아니었어요. 그 반대였죠.”
“네?”
설화가 다가와 복면을 벗겨냈다.
복면인의 얼굴을 확인한 일행의 표정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 사람은….”
구릿빛 피부에 얼굴 전체에 그려진 알 수 없는 기형적인 문양.
입술엔 세 개의 작은 고리가 걸려 있었고, 생김새 또한 평범한 중원의 사람이라곤 볼 수 없었다.
“새외인이군요.”
“네.”
“알고 계셨습니까?”
“네. 이들이 쓰는 무기를 보고 알았어요.”
“이들은 누굽니까?”
“남만의 야만인들.”
설화가 유강을 바라보았다.
“중원에선 이렇게 불러요.”
전투가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달려간 곳에서 유강과 싸우고 있던 이들을 발견하였을 때, 설화는 경악했다.
남만의 야만인.
야만족.
그들끼리는 서로를 전사라 부르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이전 생을 통틀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궁세가가 정리되면 알아보려 했는데,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그로 인해 어느 혈주의 세력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들의 전투엔 제압이라는 건 없어요. 오로지 죽느냐, 죽이느냐만 있죠.”
죽이지 못하면 오로지 죽을 뿐이니까.
그런 그들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다.
그렇기에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고, 충분히 이길 수 실력임에도 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면에선 살수들과 비슷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하는 이들은 항상 독을 품고 다녀요. 그런 이들을 상대하려면 본인 역시 죽음을 각오해야 하고요.”
설화가 유강을 바라보았다.
“사람 죽여본 적 있으세요?”
“….”
“그래서였어요. 한 명을 남겨 둔 건.”
죽음을 모르는 검은 망설인다.
망설임은 나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설화가 복면인들을 쉽게 베었던 것처럼 유강 역시 충분히 그들을 벨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강의 선택지에 복면인들을 죽이는 것은 없었다.
지금껏 치러온 전투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전투가 아닌 이기기 위한 전투였으니.
결과적으로 유강이 죽인 것은 아니게 되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두 분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일, 개방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개방 뒤에 다른 세력이 있어요.”
“새외의 세력이 개방을 노리고 있다는 겁니까?”
당호진의 물음에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보다 위험한 자들이요.”
이럴 땐 혈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하다.
화오루라는 이름으론 그들의 위험성과 잔혹함을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혈교.
피를 숭배하고 탐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보셨다시피 그들은 결코 만만한 세력이 아니에요. 새외의 야만인들을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요. 개방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어요.”
설화가 굳이 찾아온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해주기 위해서.
“아마 방주를 죽인 이는 아무개가 아닐 겁니다.”
설화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의 표정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충격으로 물들었다.
갈가리 찢겨 있었다는 개방 방주의 시신.
피가 흥건하고 잔혹한 살해였다는 소문.
“설마….”
금련비가 이미 죽어버린 새외의 살수를 응시했다.
살수는 눈을 뜨고 거품을 문 채 죽어 있었다.
“이들의… 짓인가요?”
“아마도요.”
유강이 무릎을 굽혀 살수의 얼굴을 복면으로 덮었다.
“무림맹에 이자의 시신을 넘기고 지원군을 요청해야겠습니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도망쳐라.
맞서려 하지 말아라.
그것이 맹을 떠나올 때 총단주 섭무광이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당부였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간 늦을 거예요. 저들이 아무개의 제자를 찾아냈다는 건 아무개의 행적을 어느 정도 알아냈다는 거예요.”
유강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개는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합니다.”
설화 역시 그의 말에 동의했다.
아무개의 신변이 개방이나 혈교의 손에 넘어간다면, 개방의 일을 밝혀낼 수 없게 될 것이고, 개방이 혈교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
“제게 생각이 있어요.”
세 사람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설화가 결연한 표정으로 차분히 입을 뗐다.
“우선, 아무개의 제자를 천귀호에게 넘기세요.”
* * *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
후개 천귀호가 한달음에 나와 유강을 맞이했다.
그의 시선이 유강의 뒤편을 흘낏 향했다.
“오늘은 저 혼자입니다.”
제 생각을 들킨 것이 민망한지, 천귀호가 콧잔등을 긁적였다.
“그렇군. 들어오시오.”
그러나 유강은 자리에 앉지 않고 말했다.
“아무개의 제자를 찾았습니다.”
천귀호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그렇소? 거기에 있었소이까?”
“예. 물 긷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귀호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소리쳤다.
“끌끌! 그러게 내 뭐라 하였소! 들어간 적은 있었는데, 나온 적이 없다니까!”
“그자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천귀호가 춤을 추던 그대로 우뚝, 멈췄다.
“무얼 말이오?”
“방주님을 죽이고 도망친 자의 제자이지 않습니까. 만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마음 같아선 아무개가 있는 곳을 불게 하고 몽둥이질을 하고 싶소만.”
“알고 보니 제 오랜 친우더군요.”
“뭐요…?”
즐겁게 웃던 천귀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전엔 몰랐습니다. 만나 보니 그렇더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죽이지 마십시오. 하면, 내어 드리겠습니다.”
천귀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장난기 어린 표정도, 가벼워 보이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굳은 낯으로 유강을 응시하는 그는, 옷차림만 거지일 뿐 중원을 아우르는 거대 세력의 후개다운 기백마저 느껴졌다.
“내게 배신자를 살려주란 말이오? 그것이 무림맹의 뜻이오?”
“맹의 뜻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
말없이 매서운 시선으로 유강을 응시하길 한참.
“끌끌끌….”